[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중) 문화유산이 사라진 그곳에는…

[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중) 문화유산이 사라진 그곳에는…

지난해 빈집 재정비 사업 일환 관사촌 철거되며 파장
문인들 고택과 보문산케이블카 건물도 주차장 조성
근대문화 밀집된 중구 역사의식과 행정에 비난 집중

  • 승인 2021-02-08 10:05
  • 수정 2021-02-09 08:4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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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형무소 관사가 있던 자리는 공용주차장이 됐다. 빈집 재정비 사업 일환으로 관사는 헐리게 됐다.
[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중) 문화유산이 사라진 그곳에는…

대전형무소 관사가 사라지고 그 터에는 중구청이 관리하는 공용주차장이 들어서자 역사적 소명을 상실했다는 비판 여론이 관할 지자체로 향하고 있다.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는 것은 그동안 중구에서 일방적으로 철거됐던 문화유산이 다수였고, 또다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전문가들은 "타 지자체는 몰라도 중구는 남다른 역사의식과 근대문화를 대하는 섬세한 행정력을 발현해야 한다"며 강력한 혁신을 주문했을 정도다.

대전형무소 관사 철거와 공용주차장을 조성한 실마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관사 소유주가 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으나, 빈집 정비사업 일환으로 철거해 공용주차장으로 조성했다는 중구청의 답변이 나왔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빈집 재정비 사업으로 공용주차장 4곳을 조성했는데, 선화동 163-37번지는 토지소유주의 협조를 얻어 사업을 진행한 곳"이라고 말했다.

빈집 재정비 사업은 노후 주거지를 효율적으로 정비하는 것으로, 공공의 혜택으로 돌려주는 중구의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다. 다만 빈집 재정비 사업으로 확정하면 현장 방문을 통해 면적과 위치를 조사하는데, 담당자들이 일제강점기 가옥 양식인 '관사'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성과 위주의 제도가 비제도권에 속해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흡수하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상희 목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허름한 집이라고 하기에는 일본 가옥 형태가 너무 뚜렷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근대건축물임을 알 수 있다"고 했고,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주민을 위한 공용주차장이라고 할 테지만, 보문산 케이블카, 영렬탑, 박용래·정훈 시인의 생가터가 사라졌던 이유와 관사 또한 비슷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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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는 정훈 시인의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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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용두동에 있었던 영렬탑.
중구의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과정 또한 매끄럽지 않지만, 그 터를 공통적으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박용래 시인의 청시사(靑枾舍)는 오류동 뒷골목의 주차장, 정훈 시인의 고택 또한 모 병원의 주차장이 됐다. 보문산 케이블카를 운행했던 곳도 주차장 공사가 이뤄졌다. 영렬탑이 있던 곳은 양지공원을 조성했지만 숭고한 역사의 상징물이 사라진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행정 처사였다.

지역의 근대문화 전문가는 "일본가옥의 형태를 보고 건축대장만 한번 봤다면 이렇게 쉽게 헐 수 있는 집이 아님을 알았을 것이고, 관계부서에 확인차 협조 요청만 했어도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독립운동가 거리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역사적 자원은 버리고 그 위에 공영이라는 이름으로 성과 담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구청 문화유산 담당자는 "지자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문화재 관련 사업은 없다. 지속적으로 관리 보존하는 역할"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이지만, 지정된 문화재들이 아니다 보니 관리의 한계가 있다"고 행정적 보완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해 5개 지자체를 통해 조사한 50년 이상 된 근대건축물 2만6000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구와 동구에 쏠려 있었다. 행정이 가장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곳이고, 근현대사 콘텐츠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중요한 역사자원을 잃어버리게 됐다. 시와 구청 공통의 역할과 각각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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