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 ETRI, '소·부·장' 경쟁 최전선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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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날] ETRI, '소·부·장' 경쟁 최전선 앞장

광통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국산화 노력
국가연구실(N-Lab) 지정, 기업 맞춤형 지원

  • 승인 2021-04-21 10:28
  • 수정 2021-05-06 16:51
  • 신문게재 2021-04-21 1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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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경.

2019년 7월 일본이 제조 분야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했다. 대대적인 무역 분쟁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는 WTO 제소를 추진하고, 국민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출규제 품목 대상들이 우리나라 주력 산업 동력이자, 수출품 대부분에 쓰이는 필수 기술이라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희망을 만들고 있다. 일본에 의존해오던 소재들을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할 설비를 구축한 것은 물론 시제품 제작과 양산까지 시작했다. 수입 비중도 미국, 유럽으로 다변화하고 자체 기술력을 키우며 국제 특허 출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기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이다. ETRI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을 위해 힘을 보탰다. 광통신·디스플레이·반도체 등 기술 국산화를 위해 ETRI는 중소·중견기업에 연구 노하우와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19년엔 국가연구실(N-Lab) 2개가 지정되면서 기업들의 요구사항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이루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소부장 독립전쟁을 넘어 국제 패권경쟁의 최전선을 ETRI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소부장 국산화 지원 앞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12월 일본의 수출 규제 상황 속에서 관련 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공정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국가연구시설(N-Lab·National Lab)을 지정했다. ETRI도 디스플레이 패널기술, 초고속 광통신 부품 기술 관련 두 국가연구실이 지정돼 기업 지원 임무를 맡았다.

ETRI는 국가연구실을 통해 국내 디스플레이 및 초고속 광통신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공정 개발은 물론 시제품 제작, 평가 서비스 등을 견인했다. 지난해 4월부터 공모를 통해 6개 기업에 약 8개월간 기술지원과 협업 시작했고, 개발한 성과를 시제품 형태로 구현해 실험까지 이어지도록 도와줬다.

구체적으로 지원한 분야는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박막 트랜지스터(TFT) 회로, 유연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반사형 표시소자 패널 및 초고속 광통신 소자 개발을 위한 구조 설계, 화합물 반도체 공정을 포함하는 일괄공정 등이다. 연구진은 중소·중견기업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핵심 공정 개발과 시제품 제작과 평가를 적극 지원했다.

ETRI는 우선 ㈜동진쎄미켐과 플렉서블 OLED 봉지용 유기 잉크 소재 프린팅 공정 및 평가를 도왔다. ㈜주성엔지니어링에겐 유기 기상증착 장비를 이용한 유기나노렌즈 제작을, ㈜엠에스웨이와는 플렉시블 투명전극 OLED 소자 제작 및 평가를, ㈜오이솔루션에겐 25Gbps 광통신용 광원 상용 개발을 위한 단위공정 개발을 지원했다.

ETRI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연구원은 올해도 디스플레이 및 초고속 광통신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 지원 서비스 수요조사를 받아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향후 디스플레이 및 초고속 광통신 소재·부품·장비의 공유·협업 플랫폼을 구축해 관련 인프라도 확충한다.

▲5G 네트워크용 광통신 부품 국산화=5G 네트워크망은 대용량화 및 저지연화를 위해 4G보다 더 촘촘한 기지국 구성이 필요하다. 점대점(Point-to-point) 방식이 아닌 한 가닥 광섬유를 통해 서로 다른 파장의 광신호를 보내는 파장 다중화 방식(WDM) 기술력도 필요하다. 이를 구현할 장비가 광통신 부품이다.

최근 정부와 통신사들이 5G 네트워크 고도화 계획을 진행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중이다. 국내 제조 기업들은 채널당 10Gbps급 이하 제품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5G 시대에는 25Gbps급 이상 제품 수요가 늘어나 관련 기술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ETRI는 ㈜오이솔루션·㈜엘디스·㈜코셋·㈜옵텔라·㈜지오스테크놀로지·㈜켐옵틱스·㈜우리로·옵티시스㈜ 등 8개 광통신 부품기업들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지능정보 네트워크용 광통신 부품 상용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추진을 통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50억 원의 예산으로 제품 20종이 개발됐다. 현재까지 제품 11종이 사업화에 성공해 27억 원의 사업화 매출성과를 올렸다. 대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았던 25Gbps급 광원소자의 경우 ㈜엘디스와 ㈜오이솔루션 등 기업을 통해 약 20억 원의 매출 성과를 달성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성과가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ETRI 광패키징기술지원센터(OPAC,Optical Packaging Assistance Center) 시설·장비를 활용해 사업화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길행 ETRI 호남권연구센터장은 "연구개발 성과와 인프라를 총동원해 광통신 핵심부품 기술 자립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내 중소기업의 세계시장 선도역량 강화로 우리나라가 6G에서도 선도국 위상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고출력 반도체도 우리 손으로 직접=ETRI는 국내 최초로 위성통신·위성방송·레이더에서 쓰이는 C-대역과 X-대역에서 활용 가능한 레이더 반도체 송·수신기용 질화갈륨(GaN) 스위치 집적회로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더는 원거리를 탐지하고 정찰하기 위해 높은 출력을 내야 하고, 정보 전달 과정에서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파통제 기술력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고출력을 견디는데 유리한 질화갈륨을 활용해 40와트(W)급과 30와트(W)급 출력과 30dB 이상의 격리도 성능을 내는 집적회로를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상용 제품 서큘레이터 크기가 98mm³로 기존보다 부피를 450배 줄였다. 모듈 무게도 최대 10% 이상 감량이 가능하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의 상용 제품과 대등한 수준이다.

이 기술은 AESA 레이더 등의 송수신기 모듈 크기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용 고출력 레이더 송·수신기뿐 아니라 민간 선박, 기상 레이더 송수신기 모듈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레이더 스위치 소자, 집적회로 설계와 제작까지 국내 연구진 독자 기술로 만들어 많은 비용을 치르고 외산 기술을 수입할 필요가 없어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기술을 응용해 송수신용 개별 집적회로를 한 칩에 통합해 집적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며, 레이더 기술력을 더욱 높이고 방산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DMC 융합연구단장인 ETRI 임종원 박사는 "국내 연구기관들의 우수한 설비와 연구역량을 융합하여 고출력 스위치 집적회로 기술을 확보했다"며 "본 기술이 고출력 레이더 반도체 송수신기 국산화 및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부장 독립·과학기술 진일보 이끈다=ETRI와 정부, 기업들의 노력에도 전 산업에 걸쳐 소재, 부품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다. 작년 수입액 중 일본 제품이 16%에 달해 2019년 15.8%와 비교해볼 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무역 적자 폭 역시 2019년 141억 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53억 7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결국 장기간 고비용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광통신 부품·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특성상, 기술 사업화 성공률을 제고하려면 정부 예산지원과 사업화 완료 단계까지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밀착형 기술지원 서비스가 절실하다.

ETRI 관계자는 "그간 축적해온 ICT 융합 기술력과 중소기업 지원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산화·사업화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휘둘리지 않고, 인류의 과학기술을 한 층 더 진일보하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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