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철학과 출신의 비애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철학과 출신의 비애

신가람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1-05-16 08:41
  • 수정 2021-05-16 09:10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신가람 증명사진
신가람 기자
철학과를 졸업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대전에 와서 업무를 위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철학과를 나왔다고 하면 대전시청에 계신 누군가를 입에 올렸는데, 그와 상관없이 사실 철학과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항상 품고 있다.

3년 전 모 회사 입사 면접에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철학과에 들어간 것"이라고 답한 것을 생각하면 '철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대학에서 배운 건 '칸트는 독일 사람' 정도뿐이다. 흥미로 다가간 철학이 대학 강의로는 재미없고 괴짜 교수들의 강의로 인해 매 학기 폐강하는 과목도 수두룩했다.

한 번은 칸트의 사상 철학을 논술형으로 제출하는 게 기말고사였는데, '200년 전에 죽은 칸트의 사상을 이해하려다 내가 돌아가시겠다'고 적고 제출하니 해당 과목 학점은 거룩하고 찬란한 ‘F’였다.



다만 대학에서 얻은 게 있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에 대한 사상을 이해해보려고 했던 점이다. 이 행위를 2년간만 하게 되면 철학과 학생들은 '병'에 걸리게 되는데, 단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단어에 숨겨진 뜻이 있을 것이라는, 쉽게 말해 의심병이다.

쇼펜하우어와 칸트는 여기서 왜 현상과 물자체(物自體)란 단어를 썼는지, 장자는 왜 '만물일체론'을 주장하는지 숨겨진 속사정을 먼저 이해해야 그다음 그들의 행위를 이해하고, 지금 현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향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병'의 장점은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옳고 그름의 여부를 현명하게 판단하지만, 단점으로는 최종 판단 결정까지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매사가 답답하고 속 시원한 결정이 없다고 하는 평이 많다. 같은 과를 전공하신 대전시의 그분께서도 사실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사안을 예로 들어 그분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면, "왜 하필 중기부지?",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이지?" 등의 모든 분석을 철학과 출신의 면모를 발휘해 대응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잃은 건 무엇인가. 이 모든 생각과 실행에 옮긴 과정이 8개월까지 걸리며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것처럼 억지로 꾸역꾸역 해냈다는 실망감만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렇게 되면 막상 대전시에서 시험을 잘 봤다고 시험지를 내밀어도 정작 시민들이 매긴 점수는 30점인 셈이다.

이에 대한 방안을 위해서는 어떤 보완이 필요하겠는가. 간단하지 않은가. 철학과 출신의 장점을 토대로 속도감 있는 결단력만 보이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무엇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가끔 일탈도 해보시지요. 말년 관상이 그리 좋으신데. /신가람 정치행정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2026년 긴급복지 지원 확대
  2. 대전 시내버스 최고의 친절왕은 누구
  3.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입지선정위 앞두고 긴장감
  4. 대전충남 통합 이슈에 뒷전…충청광역연합 찬밥되나
  5.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기탁한 썬데이티클럽과 (주)슬로우스텝
  1. 천안시, 고품격 문화도시 실현에 속도…문화 인프라 확충
  2. 與 대전특위 띄우자 국민의힘 ‘견제구’
  3. 불수능에도 수험생 10명 중 7명 안정보단 소신 지원
  4. 치솟은 대전 교통사고 사망자… 구간단속 확대로 줄어들까
  5. 코레일, 설 연휴 승차권 15일부터 예매

헤드라인 뉴스


치솟은 대전 교통사고 사망자… 구간단속 확대로 줄어들까

치솟은 대전 교통사고 사망자… 구간단속 확대로 줄어들까

지난해 갑자기 치솟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대전 시내 구간단속이 늘어난다. 올해 1월 설치 공사를 마친 신탄진IC 앞 구간단속이 정상 운영되기 시작하면 대전에서만 10곳의 시내 구간단속 지점이 생긴다. 8일 대전경찰청과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와동 선바위 삼거리부터 평촌동 덤바위 삼거리까지 3.5㎞ 구간에 시속 50㎞ 제한 구간단속을 위한 무인단속장비 설치를 마무리했다. 통신 체계 등 시스템 완비를 통해 3월부터는 계도기간을 거쳐 6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이뤄진다. 대전 시내에서 시속 50㎞ 제한의 구간단속 적용은 최초며 외곽..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중리전통시장` 상권... 최대 소비자는 40대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중리전통시장' 상권... 최대 소비자는 40대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7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덕구 '중리전통시장'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 지방선거 공천 기구 참여 금지 방침’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 지방선거 공천 기구 참여 금지 방침’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6월 3일 지방선거 후보를 심사하고 확정하는 공천 관련 기구에 시·도당 위원장의 참여를 전면 금지한다. 후보와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 역시 마찬가지며, 지역위원장도 필수 인원만 참여할 수 있고 공천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조승래 당 사무총장은 8일 지방선거 기획단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지침과 공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거센 김병기·강선우 의원의 지방선거 공천헌금 수수 의혹에 따른 조치라 할 수 있다. 우선 시·도당 위원장의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천연기념물 원앙 무리 대전 유등천에서 겨울나기 천연기념물 원앙 무리 대전 유등천에서 겨울나기

  •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통합 특위’ 출범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통합 특위’ 출범

  • 방학 맞아 여권 신청 증가 방학 맞아 여권 신청 증가

  • 사랑의 온도탑 100도 향해 ‘순항’ 사랑의 온도탑 100도 향해 ‘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