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15] 전공자도 어렵다는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제천 70대 노인이 해냈다

[10년간의 취재 기록-15] 전공자도 어렵다는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제천 70대 노인이 해냈다

국악의 불모지 충북 제천 김화자 씨, 국내 최고권위 대회 ‘시조 장원’…국악계 ‘이목 집중’
이상천 제천시장, “제천을 빛내줘서 진심 감사”…이례적 감사인사
김성수 명인으로 이어진 ‘제천 국악’…부활 신호탄 될 수 있을까

  • 승인 2021-06-07 12:38
  • 수정 2021-09-28 14:09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KakaoTalk_20210602_143112659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국악인들은 7글자만 들어도 흥분된다고 한다. 전주대사습놀이 대회에서 우승만 한다면 바로 '명인·명창' 칭호를 받는다. 그래서 이 대회는 국악인들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국악인들은 또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부문장원을 노린다. 수십년 간 수련해 온 노력이 이 대회 장원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전국 국악대회 여러 번 우승한 것보다, 전주대사습에서 우승 한번이 더 값지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해 1000여 명의 학사출신 국악 전공자들이 배출되는데, 이들의 가장 큰 목표도 '이 대회 장원'일 정도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조선 후기에 성행했다가 중단됐다. 1975년에 복원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악경연대회다. 앞서 조선 후기에 성행했지만 1600년대 조선 숙종 때 마상 궁술대회에서 시작됐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충북 제천에서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문 우승자'가 나왔다. 그 주인공은 김화자(70·제천시 모산동) 씨다. 그는 현재 (사)대한시조협회 제천지회장을 맡고 있다. 김 지회장은 최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 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4Q2A8718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그의 국악 인생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4년 제천국악원에서 경기 민요를 취미로 배웠던 김 지회장은 2004년 8월말, 장구 장단을 배우기 위해 김성수(2010년 별세·제천) 명인을 찾는다. 그때 그는 김 명인으로부터 '시조창'을 권유받았다. 그의 시원시원한 목구성과 아랫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은 통성이 김 명인 귀를 사로잡은 것이다.

김 명인의 귀는 정확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006년 10월 제20회 공주 전국 시조경창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시조를 배운지 2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이후 제20회 광주 임방울 국악제 시조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하는 등 전국대회를 휩쓸어 갔다.

웬만한 전국대회는 우승까지 맛봤지만 '전주대사습놀이'만큼은 예외였다.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대회이자, 국악인들의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는 그에게 '마의 벽'처럼 느껴졌다. 6번이나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였다. 그리고 7번째 도전. 가장 자신 있었던 사설시조로 다시 도전했다. 결국 마의 벽을 깨고 '전주대사습놀이 장원'까지 올랐다.

그는 "그날따라(전주대사습 결승전) 굉장히 컨디션이 좋았고, 자신감도 컸다. 이상할 만큼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그의 장원 소식에 크게 기뻐했다. 이 시장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제천을 빛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문 장원은 국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전주대사습놀이 우승자는 서울지역 등과 국악의 고장인 전라지역에서 대부분 차지했다. 그런데 국악의 불모지로 여겼던 충북에서, 그것도 제천에서 장원을 차지해 국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4Q2A8605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장영이(66)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분과 위원장·심사위원은 "'시조 달인'이라고 하는 전국 국악인 31명이 올해 전주대사습놀이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명만 장원"이라며 "그게 바로 제천에 살고 있는 김화자 선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전라도도 아닌 충북 제천에서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의 목구성은 튼튼했고, 탁월해 그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장 심사위원장은 "충북은 김화자 명인뿐 아니라 이상래, 서정란 선생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차지했다"며 "'충북은 국악의 불모지'라는 말은 이젠 옛말이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의 계획은 시조 등 국악을 대중화시키는 것이다. 초·중·고로 이어지는 조기 교육을 통해 우리의 전통음악의 재미와 멋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4Q2A8703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그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시조창을 대중들에게 더 보급할 계획"이라며 "어느 지역을 떠나서 우리의 전통음악은 세계적인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박모(45·제천시 청전동)씨는 "제천은 석탄과 시멘트 등 딱딱한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김화자 선생님의 장원으로 부드러운 도시로 탈바꿈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주대사습놀이는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한국전통문화의전당과 전주덕진예술회관 등에서 판소리, 무용, 가야금 병창 등 13개 분야로 개최됐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리포수목원, 꽃무릇 개화 시작…추석 절정 맞아
  2. 태안군, 체험형 축제로 빛난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성료
  3.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고용 불안…노조 “안정 보장하라”
  4.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 ESS 화재…배터리팩 28개 전소
  5. 한화, 1R서 설악고 민주홍 지명…학교 첫 1라운더
  1. 세종 행정수도법, 여·야 대립에 11월 막판 논의로 밀리나
  2. [기고] 홍성관광의 새로운 길-천년 홍주에 맛을 입히다
  3.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고향주부모임 대전지회, 미혼모 쉼터에 추석 농산물 나눔
  4. 대전시체육회, 학교스포츠클럽 플라잉디스크대회 '성료'
  5. KT&G '2026 한국IR대상' 최우수상

헤드라인 뉴스


반도체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 열쇠…"국가 반도체연구소 대전에"

반도체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 열쇠…"국가 반도체연구소 대전에"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내세우며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선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연구·실증 거점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차세대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전국에 분산된 산·학·연 연구 역량을 결집할 '국가 반도체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전이 출연연과 대학, 기업 등 풍부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춘 만큼 개방형 300㎜ 공공팹을 기반으로 한 국가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의 적지라는 데도 목소리가 모였다. 22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이..

추석연휴 왜 일부 고속도로 기름값만 100원 인하하죠? 대전 주유업계 `불만`
추석연휴 왜 일부 고속도로 기름값만 100원 인하하죠? 대전 주유업계 '불만'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내리기로 하면서 대전지역 주유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귀성·귀경객의 유류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기업 재원을 일부 고속도로 주유소에만 투입하면 일반 영세 자영주유소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지역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 연휴인 24~27일 나흘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지난 17일보다 리터당 100원씩 낮추기로 했다. 할인에 필..

최초 공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 플러스 살짝 공개합니다
최초 공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 플러스 살짝 공개합니다

미래의 전장!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가 오는 국군의 날 '2026 지상군 페스티벌' 현장에서 공개합니다. 육군이 'Army TIGER+(아미타이거 플러스)'를 본 행사에 앞서 살짝 공개 했습니다. 지난 22일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계룡대 활주로에서 '2026 지상군 페스티벌' 현장 공개가 있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아미타이거를 비롯해 19종 57대의 복합 전투체계가 참가하는 제병합동 훈련을 선보였습니다. 미리보는 지상군 페스티벌 아미타이거의 훈련 모습을 살짝 공개합니다. 금상진 기자미래의 전장!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아미타이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 추석맞이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 큰장터 추석맞이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 큰장터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