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공간④] 한남대 인돈기념관...양복에 갓 쓴 양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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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공간④] 한남대 인돈기념관...양복에 갓 쓴 양반같다?

  • 승인 2021-08-16 10:06
  • 수정 2021-09-13 11:44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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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당시 맨 처음 지어진 건물

기와지붕과 서양식 건축양식

기독교 정신 고스란히 담겨

 

 

모든 것엔 역사와 문화가 존재한다. 인류의 역사, 나라의 문화 등 어디에나 있다. 이는 대학에도 존재한다. 대학이 살아온 시간을 보고 대학만의 고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있다. 대학생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대학 건물에도 스토리가 있고, 목적이 있다. 이 공간들은 대학생의 생활공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의미가 있다. 대학에서 의미를 담은 공간들은 향후 대학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귀감을 줄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만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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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인돈기념관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양반 같다' 50년대 한남대학교 인돈기념관(본관)을 지역의 주민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철근콘크리트 골조에 붉은 벽돌로 외벽을 장식한 전형적인 2층 건물 양옥이었는데, 지붕은 전통적인 한국식 서까래 위에 기와지붕을 얹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살리면서 서양 건축의 기능성을 혼합했다. 일반 대학들과 같이 본관이라는 의미만 담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일 수 있지만, 이곳은 남다르다. 한국이라는 문화적 풍토에 기독교 정신을 튼튼히 뿌리를 내리게 하자는 선교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선교사들의 고심이 느껴진다. 인돈기념관은 한남대학교의 전신인 대전대학으로 개교할 때 맨 처음 지어진 건물이다. 한남대의 설립정신이 깊이 배어있고 대학설립을 주도하셨던 분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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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인돈기념관 앞에 심어진 미국산딸나무. 기독교 정신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인돈 기념관 앞에는 눈길을 끄는 나무가 한그루 심어져 있다. 바로, 꽃이 피면 넉장의 꽃잎이 십자가를 닮아 성스러운 나무로 알려진 '미국산딸나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곳을 오가는 학생, 교직원들은 예수의 십자가로 만든 이나무가 꽃이 필 무렵이 될 때를 손꼽아 기다리곤 한다. 기독교 정신이 곳곳에 내면 깊숙이 녹아들어 있는 진리 탐구 전당의 역할을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한남대 설립 위원 중 한 분이셨던 구바울 박사(Dr. Paul Shields Crane)는 대학건물의 건축을 위해 워싱턴 대학의 건축학과에 재직하고 있던 북호크스트(Dr. Roland Bookhorst)에게 자문을 구했다.

설계는 남장로교 장로이며 건축가인 데이비스(Charles S.Davis)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물 양식과 재료들을 조사한 뒤 설계를 완성한다. 인돈기념관은 1956년 5월 착공해 1957년 9월 30일 준공됐다. 당초에는 T자형 건물이었는데 추가로 전관이 건립되면서 항공사진을 촬영하면 기와지붕의 문양이 영문자로 'H' 형태다. 지붕의 문양이 'HANNAM'의 첫 글자로 본관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전관과 후관 사이에는 동쪽공간에는 인돈동산, 서쪽 공간은 중정뜰로 정원이 조성돼있어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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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돈기념관 벽면에는 붉은색 벽돌로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인돈 기념관의 붉은 벽돌로 쌓은 외벽에는 십자가 무늬가 장식돼 있다. 십자가 무늬는 멀리서는 쉽게 발견되지 않고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때 드러나도록 외벽과 같은 색깔과 모양의 벽돌을 사용해 부조형식으로 만들어져서 예술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무늬는 한남대학이 기독교 대학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외벽의 십자가 문양은 인돈관 뿐만 아니라 학생회관으로 사용됐던 현재의 미술 교육관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무려 50년 전, 사양 사람인 인돈 박사가 어떻게 한국 기와집 올리는 생각을 했을까. 설립위원장 및 초대총장인 인돈 박사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해 건축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시공 당시 인돈 박사는 지팡이로 일일이 두드려 확인하는 등 설계에 따라 시공하도록 철저히 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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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돌과 흰돌로 만들어진 인돈기념관 내부 계단

그러한 정성은 현관 입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같은 크기와 모양의 검은 돌과 흰 돌이 현관 바닥에 깔려 있는데 이 돌은 주변에서 주워서 일일이 박아놓았다고 한다. 이곳 2층에 오르면 통창으로 탁 트인 한남대 캠퍼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인돈 기념관이라는 명칭은 한남대학의 초대총장인 인돈 박사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현재 인돈 기념관은 이사장실, 총장실, 대학원과 본부 행정부서 사무실 등이 배치돼 있어 본관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한남대 관계자는 "인돈기념관은 신앙과 학문의 가장 조화로운 관계를 단순하면서도 절묘하게 표현한 건축양식으로 한남대의 지역사회 역할을 건축물로 표현한 함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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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돈기념관 정원에 세워진 인돈 박사 동상

●설립위원장 및 초대총장 인돈(윌리엄 린튼) 선교사는?

21세의 나이에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48년간 충청과 호남에서 선교와 교육 사업에 헌신했다. 일제 강점기 때는 3.1운동과 한국의 처참한 실정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으며,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해 조선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다. 광복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선교활동을 지속했으며, 6.25전쟁 당시에는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일본으로 피신했지만, 린튼과 그의 아내는 한국에 머물며 구호와 선교활동을 이어갔다. 말기 암투병중에도 한남대의 전신인 대전대학을 설립하고 4년 후 소천했다. 지난 2010년 故윌리엄 린튼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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