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⑤] 4주만에 사그라든 폭염, 걷기 딱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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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⑤] 4주만에 사그라든 폭염, 걷기 딱 좋네

갑천② [7.48㎞, 1시간 50분, 9922걸음을 걷기까지]

  • 승인 2021-08-17 08:14
  • 수정 2021-08-24 16:10
  • 신문게재 2021-08-17 10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3대하천


 

 

 

아쉬웠던 첫 번째 걷기가 끝난 후 조금 두려워졌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번에는 제대로 걸어야 할 텐데, 걷는 것이 과연 재밌는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하나, 또 실패하고 중간에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잡생각에 괴로웠다. 그래서 조금 부지런해지는 것으로 노선을 바꿨다. 새벽 5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다시 처음부터 해볼게요
오늘의 목표는 지난번 돌아왔던 구간인 용소수변공원에서 유성구청까지로 정했다. 유성구청 인근에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용소수변공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택시에서 내린 곳은 가수원파출소 인근이었다. 지도를 보니 공원 근처로 가는 것보다는 정림교로 가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했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나는 처음부터 다시 걸어야 하는 운명이었나 보다. 다시 정림교에 섰을 때가 오전 6시 40분, 바로 출발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길을 향해 갑천누리길 위에 다시 섰다. 처음 정림교에 갔던 날로부터 벌써 4주가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지독한 폭염은 사그라들었고, 올림픽이 끝났고, 8월도 중반부로 접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 공기가 꽤 선선해졌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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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모습을 꼭 셀카로 남겨오라는 특명을 받았어요. 길 가는 사람 붙잡고 찍어달라 할 수도 없고, 결국 10초 셀프타이머를 맞춰놓고 찍었어요. 카메라 렌즈는 비록 저를 뒷배경으로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미션 성공! 사진=이해미 기자
*참 부지런한 사람들, 아침을 깨우는 방법
정림교 초입에 들어섰을 때부터 놀랐던 건 아침 운동을 위해 나온 사람들이다. 평소의 나도 6시에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는 출근을 위한 목적형 기상일 뿐, 아침 시간에 운동이든 취미 생활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은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이 맞는 듯 갑천누리길에는 걷고 자전거를 타고 반려견과 산책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부지런함이 배인 사람들의 하루는 보지 않아도 알찬 하루의 계획으로 짜여 있을 것 같았다.

갑천누리길을 걷는 사람들은 정림교 초입부터 유청구청에 이를 때까지도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나마 구름이 낀 아침이라 걷기에 수월했는데 사람들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속도를 올려 나를 스쳐 가고 되돌아 왔다. 내가 몰랐던 갑천의 아침은 매일 이렇게 활기찬 모습으로 깨어나는가 보다. 이 바쁜 아침을 걷는 즐거움에 할애하는 것에 동참하니 다리는 슬슬 아파 왔지만 조금 뿌듯한 아침을 맞이한다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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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도안대로 공사 현장 모습. 속속 다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어요. 폭염을 피하려 새벽부터 공사를 시작하신 듯 했습니다. 도안대로는 2022년 10월 말까지 공사가 진행된다고 하네요. 사진=이해미 기자
*갑천 물길을 따라 천지개벽
수풀이 무성한 갑천은 여전했다. 어느새 나무와 풀은 더 자란 것 같다. 물길이 아니라 풀숲을 걷고 있다는 기분은 한동안 지속했다. 오른편은 자연의 풍경, 왼편은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였다. 그나마 시야가 탁 트여서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느새 왼편 시야가 막혔다. 지도를 살펴보니 도안 리슈빌과 도안 수목토 아파트 인근부터 공사부지로 막혀 있었다. 펜스 틈으로 살펴보니 큰 공사 착수에 앞서 예정부지를 테두리에 막아둔 모습이었다. 도솔산을 품고 계룡대교 인근까지 펼쳐진 이곳이 바로 '갑천친수구역'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서구 관저동에서 충남대까지 이어지는 도안대교 연결 구간도 나왔다. 새벽부터 다리 골조를 놓는 일이 한창이었는데 산책길을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도로가 뚫리고 난 뒤 편리함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이다. 도안대교 바로 앞은 '갑천1 트리풀시티 힐스테이트' 공사 현장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이제 막 1~2층 정도가 올라와 있었다. 아 그리고 보니 도안대로 이전에 만났던 너른 부지는 '국회 디지털 도서관'과 생태공원이 들어설 부지였다. 굴착기 한대가 땅을 고르고 있었다.

이래서 다들 갑천 친수구역을 입이 닳게 말했나 보다. 아직은 허허벌판에 공사로 심란하지만, 2년만 지나도 이곳은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뒤바뀔 예정이다. 주거와 문화, 교통, 자연까지 품은 대전의 신 중심지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갑천친수공원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삶의 질을 높이는 건 주거와 쉼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을 때 가능한데, 도안은 신도시답게 완벽한 계획으로 준비태세를 갖추고 서서히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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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하지만 그래도 갑천의 이런 풍경 하나는 담겨야겠죠. 3대 하천은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데요. 이날은 어디서 거품들이 대거 유입됐는지 저렇게 거품이 떠다녔어요.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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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교는 장마철이면 뉴스에 자주 등장하죠. 하천 수위에 홍수 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됩니다. 만년교에는 이렇게 하천 수위 높이를 보여주는 표시선이 그려져 있어요. 사진=이해미 기자
*지쳐갈 때쯤 눈앞이 트인다
걷기 앱을 켜두고 걸었더니, 5분마다 시간 경과와 얼마나 걸었는지 AI가 친절하게도 알려줬다. 생각 외로 속도가 나지는 않았다. 무슨 공사를 하나 찾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다. 솔직히 공사현장만 보다 보니 썩 재미는 없었다. 얼른 탁 트인 풍경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꿋꿋하게 걸었다.

갑천 1블록 공사현장을 지나 ‘양우 내안애 레이크힐’ 아파트 단지가 끝나는 순간 이제야 갑천다운 풍경이 나왔다. 사방으로 탁 트인 풍경, 저 멀리 계룡대교로 바쁘게 지나가는 차들,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이 양 갈래로 나뉘는 노선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진잠천이 갑천으로 ‘Y존’ 형태로 감겨들어 오는 경계도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였다.

이제 나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7시 풍경에서 사람들은 여유만만 느릿하게 걸었다면, 7시 40분이 넘어서자 출근과 운동을 동시에 하는 바쁜 뒷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풀에 가려졌던 갑천도 드디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지도에서 보면 물길을 따라 용 한 마리가 꿈틀거리는 듯했는데 실제로 저 아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처럼 하천의 수호신이 살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갑천은 그만큼 너른 보폭과 시원한 물줄기를 내려보내며 사람들을 너른 마음으로 품어주며 흘러갔다.

갑천누리길은 걷는 재미만큼 새로운 생명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름 모르는 새들이 하천과 잔디밭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오리과 조류들은 부지런히 세수했고, 흰털에 머리만 노란 깃털이 달린 이름 모르는 새(나중에 보니 백로 새끼 같았다)는 까치떼와 풀벌레 날파리를 잡아먹으며 아침 식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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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갑천대교 지나면 나오는 갑천 일대인데요. 물이 잘 흐르지 않는 구간인지 저렇게 고인 물에서나 보이는 이끼류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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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새끼 백로로 추정. 저 햐얀색의 정체는 정확하지 않아요. 혹시 아시는 분은 제보 좀 해주세요. 사진=이해미 기자

물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만년교도 지났고 갑천대교가 나왔다. 유림공원 인근에서는 유성천이 흘러와 Y존 형태로 갑천으로 스며든다. 지천과 하천이 만나 거스르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물길은 이념과 정치색으로 남과 여로 갈라진 대립의 시대를 묵묵히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어디서 흘러왔든 목적지가 같다면 서로를 비난할 이유도 없고 상처 주며 대립할 필요도 없을 텐데. 우리가 물처럼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걷기를 마쳤을 때 8시 38분, 총 거리는 7.48㎞, 걸음 수는 9922걸음이다. 소모한 칼로리는 겨우 밥 한 공기인 353㎉에 불과했다. 갑천 33.5㎞에 5분의 1에 불과한 거리. 그래도 목표지점까지 왔다는 건 장족(長足)의 발전이지 않은가.

다음 코스는 대전에서 가장 노른자 땅인 유성구 도룡동에서 유등천과 대전천이 만나 갑천과 만나는 Y존 구간을 향해 간다.


갑천=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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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갑천 걷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기록. 그리고 빠질 수없는 거울샷 인증.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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