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⑩] 집결지 폐쇄 단속이 능사는 아냐… 사람의 인생부터 변화시켜야

[도시재생리포트2021⑩] 집결지 폐쇄 단속이 능사는 아냐… 사람의 인생부터 변화시켜야

[문제적 공간 저항과 저항 그 경계에서] ④성매매집결지 단속과 자활 대책 있나

  • 승인 2021-08-25 08:39
  • 수정 2021-08-25 17:06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컷-도시재생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이른바 '성지'라고 불리던 한 업장이 문을 닫았다. 중앙동 일대를 오랜 시간 주름 잡았던 업소였기에 그 파장은 컸다. 집결지 존폐를 뒤흔들 수 있는 신호이자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중앙동 일대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단속 권한이 있는 대전경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주 두세 번 현장단속을 진행했고, 범죄 수익(성매매 수익) 몰수 등 폐쇄를 위한 심도 있는 정책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DSC03258
대전역 인근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성지'라고 불렸던 한 업장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경찰 단속 이후 밤이면 여전히 불이 켜져있다는 업소. 단속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김소희 기자
몇 주 사이 경찰이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자 중동 10번지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언제 단속이 뜰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수십 명에 달했던 청객도 손님도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나 단속만으로 완전 폐쇄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에서 단속 주체인 경찰들 구체화 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08년 경찰력을 중심으로 중구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했다. 시도는 좋았으나 후속조치로 행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유천동은 다시 슬럼화되고 있다. 단속이 절대적인 능사는 아니다는 경험이 밑바탕에 깔린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단속에 걸린 한 업장은 '대전 중앙동 일대의 성지'라고도 불렸다. 관계 당국에서 손을 놓고 있으니, 성매매 업소가 이렇게 호황을 누리기도 하더라"라며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현장 단속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고 조사하고 있는데 단속이 모든 결 해결해주진 않는다. 실질적인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성매매 현장이 없어져야 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여성 종사자들의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하고 처벌하고, 또 단속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 피해는 업주가 아닌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쏠리기 때문이다. 단속하고 처벌한 뒤에 예방책이 없으면 여성들은 성매매라는 그늘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에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도시재생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앙동 일대에 사람이 유입되고 성매매 집결지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전에는 그런 제도가 부족하다. 경찰 단속과 함께 행정기관에서도 성매매 집결지라는 그늘 안에 있는 이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여성 종사자들에게 자활단체를 소개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일자리와 상담 등 지원이 가능한 단체를 여성들에게 소개해주고 참가한 여성들에게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확인서는 당신이 삶을 바꾸려는 노력을 했기에 검찰 송치 시 최대한 참작되도록 하겠다는 증거 자료인 셈이다.

단속 현장의 얘기는 상상 이상이다. 어머니가 하던 성매매 업소를 아들이 이어받기도 하고 폭력과 채무 관계가 있는데도 여성들은 보복이 두려워 진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단속이 무색하게 영업을 이어가는 업소도 있다. 낮에는 폐쇄한 듯 불 꺼놓고 밤에는 불을 켜두며 단속을 속이려는 행위는 빈번했다.

대전경찰청은 오랫동안 업소 또는 집결지를 운영해 온 업주들은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범죄 수익으로 판단해 궁극적으로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문상호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는 "대전시가 대전역세권이 100년 만에 새로운 도시로 변모한다고 하지만, 대전역 바로 맞은 편 중앙동 일대에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하는 한 의미 없다"며 "아직도 시는 관 중심으로만 해결책을 내놓으려 하는데, 시민단체와 당사자까지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며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조례, 지원책 등의 장치가 마련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DSC03281
중앙동에서 성지라 불렸던 업소는 여관 형태로 집결지 내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사진=김소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식장산부터 장동까지 평화견학…제8회 평화발자국 참가자 모집
  2. 대전과학기술대 여자 배드민턴부,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 3위 쾌거
  3. 군의관과 간호장교 부부에서 시작, 을지재단 창립 69년 기념식
  4. 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보건의료지원단 빅데이터 역량 교육
  5. 육군군수사령부, '미식별 선박 대응체계 고도화' 발표 32사단 최우수상 선정
  1. 건양사이버대-대덕파트너스, 미래 인재 양성 위해 맞손
  2.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배움과 나눔이 어우러진 '평생학습주간 행사' 성료
  3. 대전학원연합회 '제1회 진로체험 한마당' 성황…직업현장 생생한 경험
  4. "한국문화 체험하며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5. 아산시, 베트남 닌빈성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MOU' 체결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부동산시장 "민간임대 비율 조정" 목소리 커져

대전 부동산시장 "민간임대 비율 조정" 목소리 커져

지방에서 미분양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한파가 심각한 가운데 지방 도시개발사업에서 천편일률적인 임대주택건설 의무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시는 이 같은 여론을 주시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의 면밀한 분석을 통한 '조정'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 주목된다. 민간임대주택의 장점과 수요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설 경기 부양 등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염두한 최대공약수 찾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분양이 이뤄진 아파트 단지 청약 미달률은 1순위 기준 41.9%에 달했다. 반면 서울만 0%를..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공사`예타 통과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공사'예타 통과

대전의 숙원 사업인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충청과 호남의 축 병목 해소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대전시에 따르면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사업'은 10월 31일 기획재정부 제10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심의 결과 최종 통과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3522억 원 규모로 호남고속도로지선 서대전분기점~회덕분기점 구간(총 18.6㎞)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며 사업기간은 약 8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 구간을 '충청·호남을 잇는 병목지점'으로 지목하며..

대전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 체감 지수 상승 뒤 유지... 11월 전망지수도 `밝음`
대전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 체감 지수 상승 뒤 유지... 11월 전망지수도 '밝음'

대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린 뒤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 등으로 반등한 지수가 우상향하고 있는 것인데, 11월 경기 상황을 내다보는 전망 지수도 올라서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내비친다.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시장 경기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10월 경기 체감 지수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으로 상승한 이후 평행선을 유지 중이다. 경기 동향 조사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사업체 운영자의 체감 경기 파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