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도시와 축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도시와 축제

송 전(한남대 명예교수, 공연예술학)

  • 승인 2021-10-20 15:36
  • 신문게재 2021-10-21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송전교수
송 전(한남대 명예교수, 공연예술학)
K-드라마가 세계를 흔들었다. '오징어-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우리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 드라마 콘텐츠가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등이 한순간 세계인의 마음과 눈길을 휘어잡았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젠 진부한 말이 되어 버린 괴테의 말이 새롭고 선명하게 증명된 경우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K-드라마 자체의 흡인력과 더불어 넷플렉스라는 소통망과 글로벌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각 지역 언어 소통력(번역)이 합세한 결과다. 이는 곧 한글의 범세계적 통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잘 짜인 역할 놀이이며 보이는, 또 보는 놀이다. '놀이'의 기본 속성은 '자유로움'이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그것이 행해지는 공간 안의 자유로움이다. 그 '자유'는 자연 발생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자유를 향유하려는 노력과 실천 의지가 있어야 쟁취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물이 되자 중국이나 일본이 그 안의 놀이들이 자신들의 것들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놀이에는 활달한 자유정신이 배어 있지는 않았기에 우리들의 놀이와 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우리의 것과 그들의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이다.

아시아 중요국가 중에서 아니 전 세계적인 시야에서 볼 때도 한국의 '자유'에의 투쟁은 비교 대상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아시아 최고 선진국이라는 일본 국민이 언제 한 번 피 흘리며 뜨겁게 자유 쟁취를 위해 투쟁을 해봤을까. 국회의원의 지위가 극히 자연스럽게 세습되도록 용인하는 국민이고, 한 정당이 얼굴만 바꿔가며 정치체제를 유지하도록 용인하는 사회가 일본이다. 현재의 중국 그 어느 곳에서 치열한 자유의 투쟁이 끈질기고 집단으로 강력하게 이뤄져 성공할 수 있는가. 뜨겁게 일어났던 천안문 항쟁은 순식간에 국가폭력에 의해 진압되었고, 그 후의 잔향도 찾아볼 수 없다. 홍콩의 중국 귀속 과정에서 일어나 노랑 우산 투쟁도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거대 중국에는 자유의 혼이 불꽃일 수 없는 터… 그런 환경에서 진정한 '놀이'는 불가능하다. 도저히 '오징어 게임'을 생산해 낼 수 없는 나라다. 독일의 문호 쉴러는 "놀이하는 인간만이 완전한 인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놀이'는 자유를 충만히 누리는 놀이일 것이다.

놀이가 집합되는 공간이 바로 축제다. 많은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는 도시에서는 분할과 통합의 과정이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이 곧 축제다. 놀이는 뽐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자신의 능력과 자태, 맵시를 자랑하는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것이 통합되어 큰 화성(和聲)이 되어 아름다운 전체가 된다. 도시 안에 여러 종류의 축제가 진행되며 그 도시의 멋진 색깔을 드러낸다.

제12회 대전국제소극장 축제(2021. 9. 5~ 22)가 9월 내내 몇몇 소극장에서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임에도 축제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어 16개의 작품이 매번 만석을 유지하며 진행되었다. 대전연극협회(협회장 복영한)의 세밀한 준비와 방역 대책을 통해 단 한 번의 코로나 환자 발생 없이 잘 마무리됐다. 원래 해외 작품들이 다수 참여하는 축제였으나 올해는 글로벌 소통의 어려움으로 그 부분이 없음이 유감이었지만, 대신 보다 많은 지역 작품과 다른 지역 작품이 각자의 맵시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드러내 보여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협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할만하다. 대전 연극판의 세대교체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대하는 관객의 반응에서도 또한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욕심을 더 내어 보자면 과학의 도시로서의 대전의 도시적 성격에 합당하게 '대전 세계 과학연극 축제'를 창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연구소를 품고 있어 미래에 수퍼메카시티가 될 대전이 그 품을 크게 할 수 있는 문화 메뉴가 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체육회-더보스턴치과병원, 체육인 구강 건강 증진 업무협약
  2. [숏폼영상]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 공기 마시는 방법
  3. 백석대, 건학 50주년 기념 기독교박물관 특별전 '빛, 순간에서 영원으로'
  4. 남서울대, 제2작전사령부와 국방 AI 협력 업무협약 체결
  5. 천안시, 성고충상담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1.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2.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3. "기적을 만드는 5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직접 해보니
  4.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5. 천안법원, 무면허 음주사고 후 바꿔치기로 보험금 타려한 50대 남성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대전 유성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유성온천’입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과거 유성온천은 조선시대 임금님이 행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유성온천은 과연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까요? 유성온천의 기원은 무려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한 온천과도 같은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다는 유성온천 탄생의 전설을 전해드립니다. 금상진 기자유성온천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을까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한..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6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고초를 겪고 있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특히 5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정도로 불안정한 투수진은 한화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2일 KBO에 따르면 한화는 올 시즌 11승 17패 승률 0.393의 성적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8위에 올라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3승 7패로, 이달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진 상태다. 중위권과는 2경기 차로 뒤처진 상황이며, 9·10위권과는 단 0.5..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전쟁유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쟁 시설 조성에 동원된 인력과 그 과정도 유적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제국 일본의 영역이었으므로 지배를 강압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준비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저서 '한반도의 일제 전쟁유적 활용, 해법을 찾아'에서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전쟁유적은 일본 침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동원의 역사에서 피해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며 "피해자성이란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