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함박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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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함박눈을 기다리며

김명순(대전문인총연합회장)

  • 승인 2021-12-29 16:01
  • 신문게재 2021-12-30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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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그믐날 밤에는 함박눈이 하얗게 내렸으면 좋겠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동안 있었던 얼룩을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 덮어주었으면 그리하여 새해 아침에는 하얀 설날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묻어주고 시끄러운 뉴스도 덮어주어 까치 소리처럼 좋은 소식만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옛날부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지붕마다 눈이 수북이 쌓이고 낮에는 햇살에 눈이 녹아 처마에 고드름이 길게 드리워지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땅이 촉촉이 젖으면 겨울 가뭄이 없으므로 봄에 새싹이 힘차게 돋아날 힘이 되기 때문이리라. 함박눈을 기다리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삭막해진 정서를 푸근하게 덮어주기를 바라며, 대선을 앞둔 정치 뉴스에 피로감에 눌려있는 시민들에게 하얀 백설의 여백을 하늘이 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함박눈이 내리면 어렸을 때 들녘 외딴집 오두막에 살 때가 그리워진다. 밤새 함박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는 날이면 어머니는 잠자는 나를 흔들어 깨우며 '눈이 왔어, 어서 일어나'라고 말씀하셨다. 일찍 일어나 마당에 눈을 쓸고 눈길을 내던 기억과 낮에는 마당에 눈사람을 만들고 연을 만들어 하늘 높이 날리던 추억이 생각난다. 방패연을 만들며 연이 높이 높이 날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 연이 높이 날면 그해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전설처럼 믿었던 동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나라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폐습으로 얼룩진 사회 규범이 새로 서고 새로운 지도자는 선진 문화국가를 건설하여 분열과 대결의 국론을 단결과 화합의 시대를 열기를 바란다. 코로나19는 사회 정서를 건조하게 하였지만,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겨 새로운 소통 문화 시대를 열고 있다. 새 시대의 정치적 성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조준되어 있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한 화상 환경은 모든 회의 문화 및 교육 환경에 변화를 가져왔다. 반면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과 적응하지 않는 사람의 격차가 커지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화 교육 정책이 속히 펼쳐져야 할 것이다.



장수 시대를 맞이하여 인생의 주기가 길어짐으로써 세대가 계층이 더 다층화되었다. 단순히 청년 장년 노년의 세대 구분이 아닌 10년을 단위로 세대 차가 구분될 정도로 다층화되어있다.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변화하는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계층을 구별해야 하는 문제도 깔려있다.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 현상은 인간관계에서 소외되어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끼쳐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원인이 된다. 다양한 통로를 통해 미디어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단순히 국민 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문화 수준을 높여 선진 문화국가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문화를 창출할 수 있고, 문화 창작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문화를 펼칠 수 있는 문화 시설인 공연 전시 열람공간을 대폭 확충하여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문화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 문화 복지 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선진 문화국가로 가는 길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서 과거의 생활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개인 중심 위생 생활, 온라인 소비 생활, 모바일 학습 및 회의 문화가 더욱 발달한 메타버스 사회를 향하고 있다. 시간은 내일을 향해서 나아가지, 과거를 향해 회귀하지 않듯이 새로운 미래는 더 빠르게 더 많은 변화의 양을 가지고 다가오고 있다. 올겨울에는 함박눈이 수북이 쌓여 하늘이 내린 복이 일 년 내내 하얀 복을 피워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패연을 만들어 놓고 새해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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