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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이승현 山君(산군)법률사무소 변호사 |
많은 사람이 흔히 '사법고시(司法考試)'라고 말을 하는데, 정식 명칭은 '사법시험(司法試驗)'이다. 고시(考試)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어떤 자격이나 면허를 주기 위하여 시행하는 여러 가지 시험. 주로 공무원의 임용 자격을 결정하는 시험을 이른다.'고 되어 있다(네이버 국어사전 참조). 종래 사법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아닌 공무원인 판사나 검사로 임관되는 사람으로서는 사법시험이 일종의 사법'고시'로서 기능한 것이기도 하다.
여하튼 종래에는 이른바 법조 3륜인 판사, 검사, 변호사의 자격을 얻기 위해 사법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반면, 현재는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어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변호사시험은 학사 자격을 취득한 후 석사 과정인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과정을 거쳐야만 응시할 수 있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본다. 사법시험이 로스쿨보다 우월한 제도인가? 반대로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우월한 제도인가?
이는 개개의 입장이나 시대의 관점에 따라 그 판단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는 로스쿨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로스쿨의 장·단점을 잘 알지 못하지만, 사법시험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경험칙에 비추어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사법시험은 저에게 있어 국가가 준 기회이자 은혜라고 생각한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8년 동안 공부를 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법시험을 통해 어엿한 직업인이자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꿈으로 나 자신을 마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막연한 꿈을 부모님께서도 공유했기에 30대가 훌쩍 넘어 장성한 백수 아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시면서도 뒷바라지를 하실 수 있으셨을 것이다. 어쨌건 정말 다행히도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는 변호사라는 직업인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가장으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은 부모님께서 제 인생의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그 우산을 넘겨받아 씌워드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만 같아 스스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저에게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아들로서 살아가는 힘을 부여해 준 것이 바로 사법시험이다.
너무 올드스쿨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비록 지금은 신림동 고시촌에서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참고 살고 있지만, 나중에는 반듯한 정장을 입고 사회에서 맹활약하며 살아갈 거야."라는 막연한 성공의 꿈을 꾸는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한다는 것이 제가 경험한 사법시험의 진정한 가치이다.
물론 사법시험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른바 고시 낭인(浪人)을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꿈을 실현하고자 한 인생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해 그것을 낭인이라고 그것이 사회적 낭비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대학 다닐 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F학점 학사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대학 때 낙제점을 받은 적이 있던 내가 만약 로스쿨에 지원한다면,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이런 상상을 할 때면, "대한민국이 저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사법시험이란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후배들과 내 아이들도 스스로 원한다면 나와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대한민국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사법시험이 로스쿨보다 반드시 우월한 제도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법시험 역시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제도이기에 시대의 요구에 따라 부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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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