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연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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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연정을 아시나요?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 승인 2022-03-30 16:19
  • 수정 2022-03-30 16:23
  • 신문게재 2022-03-31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병곤=국악학박사(대전시립연정국악원지도위원)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21세기는 문화시대다. 문화는 그 나라의 경쟁력이며 국가의 힘이다. 연정 고 임윤수 선생은 일찍이 '국악'이 세계적인 음악이 될 거라고 예견하고, 평생 국악 계몽운동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선각자다.

연정 선생은 1917년 당시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서 5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당에서 초등과정을 마치고 공립보통학교를 거쳐 원산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업을 접고 17세에 경주로 돌아와 국악에 입문, 율방(국악인 모임)에서 최윤(1888~1973) 선생을 만나 거문고를 배우며 국악 공부의 기본 틀을 갖추게 된다.

한학의 대가였던 최윤 선생으로부터 예기·악기 등 한문 국악이론과 고전·철학 습득으로 귀중한 국악 자료인 '졸장만록'(1786·정조20년) 국보급 가야금 악보와 300년 된 거문고를 얻는다. 또 다른 스승 신은휴(영남 풍류음악 명인) 선생에게서 거문고 정악과 산조를 배우며 국악연구가 깊어진다.

▲연정 선생의 독립운동과 국악 계몽운동
연정은 만주에서 국악 활동을 같이한 박헌봉(1906~1977, 전 국립국악원장·서울국악예고 창설자)과 함께 경남 사천에 있는 다솔사(일제항일운동 기지)에서 효당 최범술(1904~1979·다솔사 주지)을 만나 애국청년단으로 활동했다. 다솔사에서 독립운동가 산강제 변영만(1889~1954, 전 성균관대 교수)을 만나 '국악을 살리고 국혼을 살리는' 일을 하게 될 결정적 계기가 된다.



변영만은 연정에게 '막신일호(莫新一好)하라', 즉 (한 가지에 몰두해 크게 성취하는 것보다 더 신명 나는 일은 없다)는 순자의 사상을 전했다. '국악으로 국혼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연정은 다솔사를 내려와 민족혼 살리는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1960년 대전으로 온 연정 선생은 중도일보에서 1973년(58세)까지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1964년부터는 국악협회와 예총 충남지부장을 역임, 지역 예술계와 소통하며 국악의 지평을 넓혔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설립 배경
평생에 걸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은 국악 관련 고서적과 기록물, 악보·악기·음반 수천 점과 자료 등 2만여 점을 1981년 대전시에 기증했다. 그해 7월 14일 대전시 중구 대흥동 214번지(옛 우남도서관 건물)에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을 설립했다. 당시 이병래 대전시장의 적극적인 지원에 이어 1983년 대전시 사업소로 승격, 국악연구와 육성, 정기·기획연주, 국악강좌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국악원 초대원장으로 취임한 연정 선생은 7년의 재임 동안 국악의 전승·보급을 정기공연과 특별공연, 초청공연, 해외 자매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국악의 세계화와 국위선양 시책에 공헌했다.

▲'연정(燕亭)'의 뜻
'연정'은 임윤수 선생의 호다. 연정(燕亭)은 노산 이은상(1903~1982)이 지어준 것으로 제비가 머무르는 곳, 제비집이라는 뜻이다. 연정 선생은 생전에 "아마도 뭐만 생기면 다 퍼주라는 뜻을 가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정의 의미처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국악원을 만들었으며, 현재는 대전과 공주 두 곳에 남아있다.

연정 선생은 거문고와 시조창, 장단, 단소 등 연주에도 능했다. 국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쉽게 설명하고, 이로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각계 고위직 인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으며, 국악을 재인식을 도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은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연정 선생의 활동
연정 임윤수 선생은 평생에 걸쳐 민족 고유 음악의 보존과 연구, 육성, 교육에 헌신했다. 1994년 목원대학교 국악과 설립에도 크게 공헌하는 등 지역 국악계 활성화 도모를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열정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대전시 문화상, 서울신문 향토문화대상, 충청남도 문화상, MBC 시민문화상, KBS 국악대상, 개천예술제 촉석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등 수상경력도 지녔다.

일평생을 오로지 전통음악의 전승과 발전에 헌신해 온 충청 국악계의 거목이었던 연정 선생은 2004년 8월 11일 인생의 기나긴 여정을 마감하고 향년 88세로 타계, 세종시 장기면 금암리 대전공원묘원에 안장됐다.

"국악이 국악인만의 것이 아니요, 나라의 것이니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적과 부귀공명(富貴功名)만을 좇는 현대인의 각박한 삶 속에서 자기희생을 몸소 실현하며 오로지 국악발전에만 일생을 바친 연정 임윤수 선생의 전통문화 사랑의 큰 뜻을 추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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