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도래하는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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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도래하는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

  • 승인 2022-05-09 14:47
  • 신문게재 2022-05-10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이동구 위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공학박사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는 '젊은 노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며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인구가 많다. 산업계는 이들이 앞으로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수명과 출산율 저하, 베이비붐 세대의 증가로 세상은 노인들로 북적거린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6억 1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5%에 달했던 세계 노인 인구 비율은 2050년에는 17%인 16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졌다. 나이가 들면 무능하고 쇠약해지며 궁핍하고 이기적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에이지랩의 창시자인 코글린 박사는 나이 차별로 이어지는 이런 편견에 찬 시각을 '노령담론'이라고 불렀다. 고령자들은 자신이 노인이라고 인정하기 싫지만, 시장에선 자신들의 욕구에 맞는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미국 시카고대 노화심리학자 뉴가튼은 1975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55세부터 70대 중반까지를 '젊은 노인'으로 구분했다. 그의 저서 '나이 듦의 의미'에서는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 젊은 노인을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한때 영 올드를 줄여 '욜드(YOLD)'세대라 불렀고, 이는 곧 세계적인 용어가 됐다. 또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더 건강하고 부유해진 시니어 세대가 앞으로 소비재, 서비스, 금융시장을 휘두를 것"이라 전망했다.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60세 초과 연령대가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 10년간 세계의 중심축이 고령자와 여성,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할 것이다. 수많은 기업과 언론은 젊고 역동적인 MZ 세대를 공략하려 노력하지만, 실제로 돈이 있고 소비력이 크며 인구가 많고 보유자산도 많은 세대는 욜드세대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트렌드로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가 주목받았다. '에이지 프렌들리'란 고령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과 사회의 철학을 말한다. 이제 고령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기업과 사회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젊은 노인 전성시대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는 중이며, 은퇴세대의 상대적 빈곤율도 세계 1위(43.4%)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이 급격히 늘었고, 학력 수준도 눈부시게 높아졌다. 정보화기기 사용능력을 가늠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1년 0.4%에서 최근 56.4%로 급증했다.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 인구에 편입되면서 고령자들의 변모는 더욱 확연히 나타날 것이다.

시니어의 영향력이 가장 실감 나는 분야는 문화다. 7080 가요 붐에서 트로트 열풍까지 이들의 존재감이 확인된다. 유튜브 시장에서도 50대 이상이 가장 많은 이용자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과 검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실버 서퍼가 늘고, 로봇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정보화 기술의 최우선 수혜자도 고령층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은 5060세대의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앞으로 기업의 사활은 시니어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공략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달렸다. 이미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라 교육과 치안, 국방,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아닌 위기가 닥쳐온다.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어떤 생태계를 조성할지 진지하게 고민하자. 고령화는 시장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조화롭게 살리며, 공존할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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