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의 역사 오롯이 품은 한밭종합운동장 63년 만에 해체… 베이스볼드림파크로 다시 만나요

  • 정치/행정
  • 대전

대전체육의 역사 오롯이 품은 한밭종합운동장 63년 만에 해체… 베이스볼드림파크로 다시 만나요

대전공설운동장 1959년 충남도민, 대전시민 기금 모아 건설
1979년 전국체전 60주년 앞 건축가 김수근이 재설계로 이목
시 민선 7기 새야구장 공약, 베이스볼 드림파크 부지로 확정

  • 승인 2022-06-20 08:19
  • 수정 2022-06-28 17:3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항공사진
개축공사 중인 대전공설운동장.
한밭종합운동장 기로고하
1959년 대전시민과 충남도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건립했던 옛 ‘대전공설운동장’이자 현재 한밭종합운동장이 대전시민과 영원한 안녕을 준비하고 있다.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위해 정책적으로 해체가 최종 결정되면서 올해 전면 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대전시는 이에 앞서 '2021년 한밭종합운동장 기록화 보고서'를 제작했다. 대전공설운동장 건립 당시 희귀한 설계자료부터 신문기사, 설계 과정에 대한 사진 자료 등을 한 권으로 묶었다. 기록화 사업으로 남겨질 자료들을 중도일보 지면에도 남기고자 준비했다. <편집자 주>

기록화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공설운동장 부지는 1935년 일본 제국주의를 뒷받침할 종연방적(가네보방적)을 짓기 위해 매입된 부지였다. 당시 600만 원을 들여 부지 매입이 완료됐지만, 대전이 아닌 광주에 국내 최대 규모로 가네보 공장이 지어지면서 무산됐다. 공터에 불과했던 이 부지는 31년 뒤에야 대전시가 공설운동장 부지로 전환하면서 비로소 땅의 가치는 부활한다.



공설운동장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했지만,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었다. 육상경기장 조성은 1억7000만 환, 나머지 계획된 기설은 5~6억 환이 필요했다. 공설운동장 건립 후 충무체육관 건립에도 대전시민과 충남도민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1971년 '대전시정백서'에 다르면 충무체육관 건립은 도비 5000만 원, 시비 5200만 원, 주민부담 1273만 원이 보태졌고, 시내 회원 100원, 타 시·군 회원 50원, 기업과 정치인 찬조회원 1000원, 초등생 10원, 중고생 20원씩을 모았다.

당시 중도일보 신문에는 대전공설운동장 조성 기사가 여러 차례 실리는데 도민의 정성 어린 피와 땀의 결정이었다는 보도를 봐도 시민들의 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설
공설운동장 모금을 촉구하는 공문화 각 기관별 모금액을 기록한 문서. 1959.2.23 대전시설관리공단
1959년 7월 4일 중도일보 기사
1959년 7월 4일 중도일보 기사. 1번은 주경기장, 2번 야구장, 3번 정구장, 4번 보조경기장, 5번 배구장, 6번 농구장, 7번 수영장, 8번 본부건물, 9번 체육관, 10번 정문매표소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도민
1973년 대전시 소속 선수가 제24회 도민체육대회 개회식에 입장하는 모습
설계도면1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대전공설운동장 설계도면.
평면도
전체 평면 개념도. 공간연구소에서 중경기장 설계 당시 계획한 평면 개념도. 1978년
그 이후 대전공설운동장은 제60회 전국체전 개최를 앞두고 리모델링이 시작된다. 유명 건축가였던 김수근이 설계를 맡았는데, 부드럽고 친숙한 곡선을 콘셉트로 잡았다. 이는 한국 전통 백자를 형상화한 88올림픽 잠실 주경기장 설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와 재설계는 순탄치 않았다. 대전시가 제시한 기획조서에 따르면 설계 기간은 3개월, 공사는 15개월, 예산은 13억 원이었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사고까지 발생했다. 국제급 대회를 겨냥해 주경기장은 성화대와 종합전광판을 스탠드 위에 두는데, 남쪽에 전광판, 북쪽에 성화대를 두기로 하고 공사를 추진하던 중 남쪽 전광판이 도괴(倒壞)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니 양생이 덜된 콘크리트 기둥의 거푸집이 너무 빨리 떼어내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였다. 이후 시공사는 위치를 북측으로 바꿔 시공했고 그 이후 큰 사고는 없었다.

1979년 공사현장 모습
한밭종합운동장 공사 현장. 1979년 모습.
공사현장 붕괴
공사 중 도괴된 현장 모습.
공사는 1979년 10월 4일 완료됐고, 12일부터 17일까지 1만2785명이 참가한 제60회 전국체전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후 한밭종합동장은 육상과 축구경기는 물론 선거 유세장, 투우경기장, 농악과 민속예술경연대회 등으로 활용됐다. 한밭종합운동장이라는 이름은 1995년 대전의 향토적 특색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시민 여론을 수렴해 개정했다.

대전공설운동장 그리고 한밭운동장의 역사는 대전체육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해마다 충남도민 체육대회가 꾸준히 개최되고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중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충남 도내를 통틀어 규모를 갖춘 종합경기장이 부재했고 이는 대전공설운동장을 착공하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 1965년에는 미군으로부터 대전고등학교 운동장을 환수됐고 1971년에는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실내체육관인 충무체육관이 완공하며 지역 체육계는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다.

경기장 단면도
경기장 단면도에 따라 설계되고 있는 모습.
이 가운데 가장 큰 성과는 역시나 제60회 전국체육대회였다. 한국체육을 총정리하고 전국체전의 회갑을 장식한다는 큰 의미까지 더해졌다. 당시 대전공설운동장은 근대 종합운동장으로 기능을 전환했고 국제규모의 수영장 신축, 야간 조명과 전자게시판, 전천후 트랙을 갖춘 메인 스타디움, 야구장과 승마장까지 완벽한 체육시설을 갖추며 사상 최대의 체전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제 한밭종합운동장은 또 하나의 역사 속으로 걸어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민선 7기 야구장 신축 공약이 발표됐다. 다각도로 부지를 검토한 끝에 한밭종합운동장이 확정됐고 대중교통 접근성과 기존 부지 활용으로 사업 실현성이 높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결국 한밭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건립 63년 만에 대전시민의 숙원을 명을 받아 베이스볼 드림파크로 부활할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대전시는 새 야구장 내에 메모리얼 홀을 조성해 대전시민과 같이해온 한밭종합운동장 추억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개축공사 칼라
개축공사 중인 모습이 칼라사진으로도 남아 있다.
주경기장 공사 진행 현장
주경기장 공사 진행 현장
조감도
대전시립공설운동장주경기장 조감도 모습.
197년 전국체전 기념 휴지통
197년 전국체전 기념 휴지통
1979년 전국체전 기념 재떨이
1979년 전국체전 기념 재떨이
예선
88올림픽 경기 입장권. 한밭종합동장에서 개최된 축구 예선 경기 입장권. 1988년0.22 이상래씨 기증
전국체전
1979년 제60회 전국체육대회 모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2.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3.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