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지역 미술사 자료 모았는데…대전 아카이브 여건은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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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지역 미술사 자료 모았는데…대전 아카이브 여건은 열악

대전시립미술관 1940년부터 2000년대 미술자료 1만여건 보유
아카이브 오픈 소스 플랫폼 부재, 자료 보관 공간, 인력 부족

  • 승인 2023-06-01 18:26
  • 수정 2023-06-01 18:35
  • 신문게재 2023-06-02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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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제1회 충남미술대전 개최 당시 리플릿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대전시립미술관이 20년간 지역을 대표하는 거장 작가들의 전시 기록물 등 많은 대전·충남 미술사료를 수집해 왔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리와 보존, 공개·활용 위한 인프라가 열악해 최근 지역 출신 유명 화백의 자료마저 수도권으로 향했을 정도다.



2003년부터 대전·충남 미술사 자료를 수집해 온 대전시립미술관은 1940년부터 2000년대까지 대전·충남 근현대미술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전시 리플릿과 도록, 포스터, 신문기사와 더불어 서신, 수업 노트, 그림 판매 영수증 등 작가들의 개인사적인 자료까지 소장하고 있다.

이명희(50여점), 임봉재(200여건), 유근영(2000여건) 등 지역 출신 작가들로부터 기증받아 현재 1만 여 건의 자료를 미술관 교육동 미술 자료실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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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대전, 충남 미술 작가 중심으로 조직된 충남미술협회 전시리플릿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수집 자료 중에서는 대전·충남미술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렸던 1953년에 조직된 충남미술협회의 전시 리플릿과 1971년에 처음 개최된 충남미술대전의 제1회 리플릿과 규정집, 출품현황 자료 등 대전미술의 시초를 알 수 있는 고미술 자료들도 있다.

20년간 수집해 방대한 미술 자료를 보유 중이지만, 여건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대전시가 책정한 대전미술 아카이브 사업 예산은 2800만 원으로, 아카이브 기록관리 기간제 근로자 인건비, 사무용품 구입비다. 그나마도 미술 아카이브 사업 예산은 올해 처음 신설됐다.

하지만 수집 자료들을 보존·관리하고, 활용을 위한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일까지 취재결과, 현재 수집된 자료들은 미술관 교육동 미술자료실 내 마련된 보관실(77.78㎡) 핸들식 모빌랙에 보관 중이지만, 늘어나는 수집 자료들을 보관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수장고가 아니다 보니 온·습도에 예민한 오래된 자료들은 중성지 박스에 보관하고 있으나, 손상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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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미술 자료실 내 아카이브 자료 보관실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인력 부족으로 현재 1만 건 중 6000여 건이 미정리된 상태다. 아키비스트가 없어 미술관 학예연구사 1명이 수집과 정리, 관리 등을 담당해왔었다. 그나마 2019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립미술관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선정돼 기록물 관리전문가를 지원받고 있지만 6~7개월 기간제 인력이다.

무엇보다 수집된 아카이브 자료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도 부재한 상황이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시에 2005년부터 아카이브 오픈소스 구축 예산을 요청해왔다"며 "자료는 전시와 도록, 각 공공기관에 설치된 대전미술 소개 단말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미술관의 기증 요청에도 지역 출신 유명 화백의 자료 1300여 건이 서울로 향했다. 서울은 현재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시설을 조성해 자료수집과 공개, 보존,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민선 8기 대전시에서 원로예술인특화전시관 등 공연·전시 시설 확충에 나선 가운데, 아카이브 시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록해놓지 않는 역사는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미술자료 수집 전문가로 유명한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은 "최근 전국적으로도 아카이브 사업에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하드웨어도 좋지만, 결국 예술은 건물뿐만 아니라 사람과 작품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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