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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가운데 6일 대전역에서 대전경찰특공대가 장갑차 옆에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1. 2021년 4월 2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께 대전 동구의 한 편의점 앞,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집 밖에 나서 걸어가던 김 씨는 처음 본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그저 길을 가던 것뿐이었지만, 맞은편에 서 있던 남성은 김씨에게 "내 앞으로 오면 어쩔 건데"라며 괴성을 지르며 순식간에 주먹으로 김 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눈앞이 핑 돌았다. 상황 파악을 위해 정신을 차리니 김 씨를 폭행한 남성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남성은 바로 경찰에 붙잡혀 처벌은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김 씨는 길을 걸을 때 긴장감 속에 주변을 살피며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 2022년 2월 8일 대전 중구의 한 골목 일대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다. 당시 점심을 먹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선 20대 여성들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한 남성이 여성들의 진로를 막기 시작하더니 이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것. 여성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공포를 느끼며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남성은 욕설을 멈추더니 여성들에게 살해 협박을 하며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주변 상인들의 신고로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그 골목은 공포의 대상이 됐다.
#3. 2022년 8월 8일 오후 10시 31분께 충남 아산시. 이날 20대 남성 유 씨는 평소 즐기던 산책을 위해 밖을 나섰다. 잠시 인근에 있던 공중화장실을 지나던 순간 한 남성이 유씨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 남성은 유씨는 주변 쓰레기통에서 흉기를 주어 유씨에게 달려들었고, 맨손으로 흉기를 막으려던 유씨는 결국 엄지손가락 신경 부위를 크게 다쳤다. 유 씨는 한 달간 병원 생활을 통해 다친 부위는 모두 회복됐지만, 그날의 충격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모두 그저 사회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한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생면부지의 피해자들에게 폭행을 가한 피의자들로 인해 피해자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한다. 대비하지도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범행 대상이 돼 버린 피해자들의 신체적 피해는 모두 회복됐을 수 있으나 가해자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피해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다중밀집 지역 불안감… 경찰 '특별치안활동'
"손님이 많이 와서 좋죠. 그래도 혹시 모르는 불안감은 여전히 있어요."
최근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 난동과 온라인상에서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면서 다중밀집 지역을 찾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8월 11일부터 시작된 대전 0시축제 현장에서도 강력 범죄를 우려한 시민들은 긴장감을 낮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역 최대 축제인 0시 축제 기간 한 곳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 0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대전 중앙로 일대를 찾은 박성철(39)씨는 "사람 많은 곳이 무섭긴 하다.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있으면 놀라기도 했다"라며 "나도 모르게 주변에 경찰이나 안전요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민 불안이 극에 달하자 경찰도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대전경찰청은 8월 4일부터 특별치안활동으로 대전역, 복합터미널, 대형마트 등 다중밀집 지역에 기동대와 특공대를 배치하고 지역 안전 순찰에 나섰다. 경찰은 8월 17일까지 이어지는 0시 축제에 다수의 인파가 밀집될 것을 예상해 중앙로역 등 행사장 주변에 경찰 특공대 및 경찰견을 배치하며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도 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장갑차 배치 등이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으나 현재 발생하고 있는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 순찰은 필요하다"라며 "경찰을 보면 두려움을 느껴 범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도 중요하지만, 경찰의 순찰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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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1일 대전경찰청은 0시 축제 현장인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에 특공대와 경찰견을 투입해 치안활동에 나섰다. (사진=대전경찰청) |
최근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의 원인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를 개인의 문제로치부해서는 안 되며 범죄 위험성이 큰 이들을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경제적 빈곤 등의 문제로 사회에 불만을 가진 한 사람만의 지원으로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림동과 서현역에서 발생한 불특정 다수 대상 흉기 난동의 원인으로 사회 복지 사각지대를 꼽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복잡해지는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노 표출 방법으로 강력 범죄를 택한 것이라는 풀이다. 다만, 사건에 따라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 부적응과 소외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청년 실업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보통 사람들은 일자리를 경제적 관점을 넘어 작은 사회에 소속돼 소속감을 느끼며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자리 기회를 오랜 기간 갖지 못할 경우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받지만 동시에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가 급격히 감소하며 당사자는 사회 전체가 자신을 집단으로 따돌리는 것 같은 사회, 심리적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취업을 하지 못한 이들이 모두 이상동기 범죄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분명 처벌을 받아야 할 강력 범죄다"라며 "그러나 규범을 점검할 기회인 사회적 상호작용으로부터 단절되면 개인의 마음과 행동을 통제할 힘이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즉, 전문가들은 한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사회 복지 지원에서 벗어난 이들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복지 체계에 속하지 못한 채 위험 징후를 가진 이들이 우리 지역에 얼마나 있는지 찾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는 위험 요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찾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지원이 없다면 완벽한 범죄 예방이 어렵다"라며 "범죄 발생 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위험 징후를 먼저 발굴하고 방치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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