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85강 아유구용(阿諛苟容)-제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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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85강 아유구용(阿諛苟容)-제1편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10-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85강 阿諛苟容(아유구용 : 아첨하려고 구차스럽게 얼굴을 꾸미다

글자 뜻 : 阿(언덕 아/ 아첨하다) 諛(아첨할 유) 苟(구차할 구) 容(얼굴 용)

출 전 : 사기(史記), 염파/ 인상여 열전(史記, 廉頗/藺相如 列傳)

비 유 : 남의 환심(歡心)을 사려고 알랑거리며 구차스럽게 행동한다.



'아첨(阿諂)'이란 낱말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며 비위를 맞춤. 또는 그렇게 하는 짓.'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동아 새 국어사전 1999 두산동아)

그러나 요즈음 젊은이들은 자신의 주장이 당당하며, 표현 또한 명확하고, 소신껏 행동한다. 최소한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태도나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고집스럽고 자기만을 아는 차갑고 절박한 심성(心性)이 아쉽기는 하다.

그런데 혹자는 "아첨은 때에 따라 자기의 소망을 이루고 출세하는데 어쩌면 가장 쉽고 남보다 앞서는 처세술"이라고 한다. 이는 아마 군주(君主)나 지도자(指導者)급 사람들이 대개 아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 염파(廉頗)에게는 식객(食客)이 많았다.

염파는 당시 전장에 출정하였다하면 승리하여 돌아오곤 하여 군주인 혜문왕(惠文王)으로부터 하사받은 땅과 재물이 넉넉해서 전국에서 식객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염파 자신도 식객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여 가끔씩 술자리도 베풀고 함께 즐겼다.

그런데 왕(王)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그가 진(秦)나라와의 일전(一戰)에서 왕이 적국의 이간책(離間策)에 넘어가 강제로 은퇴(隱退)를 당했다. 그러자 식객들은 거의 염파를 떠나가 버렸다. 그러다 후임자인 조괄(趙括)과 40만 명이 몰살당하자 왕이 다시 염파를 대장군으로 복귀시켰다. 그러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뿔뿔이 떠났던 식객들은 하나 둘 다시 모여 들었다. 오히려 식객들이 먼저보다 더 많아졌다. 식객들은 전처럼 염파에게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아유구용(阿諛苟容) 하는 것이었다.

염파는 역겨운 생각이 들어 식객들을 쫒아내려 하였다.

이때 어느 식객이 웃으며 말하기를 "그렇게 화내실 일이 아닙니다. 무릇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곳에 붙게 되어 있습니다. 군주에게 권세가 있을 때는 군주를 따르고, 권세가 떨어지면 군주를 떠나는 것입니다. 이보다 확실한 일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염파는 탄식하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시도지교(市道之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도지교(市道之交) : 이익(利益)이 있으면 서로 합(合)하고, 이익이 없으면 서로 헤어지는 시장(市場)의 장사꾼들의 교제(交際).

사람들은 누구나 돈이나 권세 앞에, 또는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알랑거리는 阿諂(아첨)은 배격(排擊)하고자 한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기는 아부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불이익을 준다고 내세우기는 하나 자기비위를 맞추는 부하를 좋아한다. 아랫사람도 알랑거리는 것과는 담을 쌓았다고 큰소리치지만 은연중에 상사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힘 앞에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나타내는 말이 많은 것도 아첨을 조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감에 힘 있는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방식이고,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부 또한 생존경쟁의 한 속성이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아첨(阿諂)행위에 있는 것이다.

"까마귀는 죽은 사람을 쪼아 먹지만 아첨은 산 사람을 먹어 치운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사적이익(私的利益)을 위해 공론(公論)을 파괴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교언영색(巧言令色,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 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을 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타인을 모략(謀略)하기까지도 한다.

아첨과 관련된 유명한 말로는 교언영색과(巧言令色) 곡학아세(曲學阿世), 연옹지치(?癰?痔), 불수상분(拂鬚嘗糞), 슬행마시(膝行馬矢) 등도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여건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첨하는 인간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연옹지치형 인간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아첨형 인간은 조직을 갉아먹고, 리더가 상황판단을 잘못하게 만들며, 동료들과의 관계마저도 결국은 망가뜨린다. 이런 인간들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이 오직 그 리더를 통해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루어내고자 할 뿐이다. 리더를 보려면 부하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아첨형 사람들 중에는 권세와 재력이 있는 사회의 지도자급들이 오히려 더 많다.

요즈음 일부 정치인들의 처세나 행동을 보면 '아비구용의 달인(達人)'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어 청렴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참신한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먹게 한다.

善諛者不忠 好諫者不? 察乎此則 鮮有失矣(선유자불충 호간자불배 찰호차즉 선유실의/아첨을 잘하는 자는 충성하지 못하고, 간(諫)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배반하지 않으니. 이를 살펴 유념하면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목민심서 이전육조 용인편)

그런 사람을 뽑은 국민의 손이 오히려 부끄럽다. (제2편으로 이어집니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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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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