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86강 아유구용(阿諛苟容)-제2편-더덕정승과 잡채판서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86강 아유구용(阿諛苟容)-제2편-더덕정승과 잡채판서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11-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86강:阿諛苟容(아유구용 /제 2편) : 沙蔘閤老(더덕정승)과 雜菜尙書(잡채판서)

글 자 : 阿(언덕 아/ 아첨하다) 諛(아첨할 유) 苟(구차할 구) 容(얼굴 용)



출 전 : 소설 조선왕조 500년,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비 유 : 남의 환심(歡心)을 사려고 알랑거리며 구차스럽게 행동한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아첨(阿諂)과 구용(苟容)이 없을 수는 없다. 간혹 필요할 때도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정도(程度)가 지나치면 남에게 주는 피해(被害)는 엄청나다.

이는 정도(正道)가 아니고 부정(不正)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아첨과 구용이 이루어진 사례는 많지만 조선시대의 한 부끄러운 단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沙參閣老權初重(사삼합로권초중)

雜菜尙書勢莫當(잡채상서세막당)

처음에는 더덕 정승의 권세가 중하더니,

이제는 잡채 판서의 세력 당할 자 없구나.

더덕(沙蔘)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작물로, 중국에서는 주로 약(藥)으로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이·무침 등 식재료로도 애용했다. 잡채(雜菜) 역시 예로부터 명절이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맛난 반찬(飯饌)거리다.

광해군(光海君)시절에 한효순(韓孝純)이란 사람은 좌의정까지 올랐는데, 세간에서는 그가 임금에게 더덕을 넣은 꿀떡[蜜餠]을 바쳐 '더덕정승(沙蔘政丞)'이라고 수군댔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떡이기에 그 높다는 정승 자리까지 얻을 수 있었을까?

한편 이충(李沖)이란 사람은 요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광해군은 꼭 그가 만든 반찬이 상에 올라야만 수저를 들었다고 한다. 특히 신선한 각종 채소를 섞어서 만든 잡채 요리가 그의 주 메뉴였다. 그 요리 솜씨 덕분에 이충은 광해군의 총애를 받았고, 벼슬이 호조판서까지 이르렀지만, 백성들은 그를 '잡채판서(雜菜判書)'라 부르며 조롱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한효순의 집에서 만드는 더덕요리와 이충 집안의 잡채가 그 맛이 특별나고 독특했다고 기록해 놓았는데, 시중에서는 두 사람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바쳐 광해군의 총애(寵愛)를 받아 출세(出世)했다고 비꼬았던 것이다.

맛있는 더덕요리를 탐닉했던 광해군은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임금 자리에서 쫓겨난 후 처음에는 강화도로 유배(流配)를 가 그곳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 가시덤불로 담장을 친 집에 갇혀 지냄)되었다. 하루아침에 바뀐 처지가 비통해 식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당시 광해군을 감시하던 강화별장이 목격담을 기록했다.

"광해가 하루 종일 밥을 물에 말아 겨우 한두 수저를 뜰 뿐 다른 것은 먹지를 못해 기력이 쇠약해졌는데 언제나 목이 메어 울고만 있다."

비록 쫓겨난 임금이지만 인간적인 연민(憐憫)을 느낄 만도 한데 유배지로 따라간 한 계집종이 쫓겨난 임금이라고 함부로 대하자 참다못해 광해군이 하녀를 꾸짖었다.

그러자 하녀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따지고 대들었다.

"영감이 일찍이 임금 자리에 있을 때 무엇이 부족해 염치없게 아랫사람에게 반찬까지 요구해서 심지어 잡채판서, 더덕정승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게 하였소?"

이 말은 잡채를 잘 만들어 호조판서가 된 이충과 더덕 요리로 총애를 받은 좌의정 한효순, 국수를 별미로 만들어 바친 함경감사 최관을 두고 한 말이다.

하녀의 패악이 계속 이어졌다.

"영감이 임금의 자리를 잃은 것은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지만 우리는 무슨 죄가 있다고 이 가시덩굴 속에서 갇혀 지내야 한다는 말이오?" 하녀의 악다구니를 들은 광해군은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못하고 탄식만 했다.

부질없는 욕심이 무엇이기에 광해군을 나락(奈落)으로 떨어뜨렸을까?

그 옛날 임금에게 바쳐진 더덕과 잡채의 맛은 달콤했지만, 이로 인해 이 땅의 백성들은 안타깝게도 쓰디쓴 혹정(酷政)에 신음해야했다.

사기 평진후주부열전(史記 平津侯主父列傳)에 安危在出令 存亡在所用(안위재출령 존망재소용) 곧 나라의 안위(安危)는 어떤 정책을 내는 가에 달려있고, 나라의 존망(存亡)은 어떤 사람을 쓰는 가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관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청탁을 일삼는 것을 금하도록 한 이른바 '김영란 법'을 두고 있다.

어떤 시대이든 간에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부정이 만연할 때 부정한 방법인 '아부'와 '구용'이 더 기승을 부린다.

이럴 때 일수록 국가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올바른 도리를 신조로 행동함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고충을 덜어주는 태평의 성대가 이룩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집단을 향해 이렇게 일갈(一喝)하고 있다.

上流旣濁 下流難淸(상류기탁 하류난청):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

다산 정약용선생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교훈이다. 누가 대한민국을 흐려놓고 있는가?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드디어~맥도날드 세종 1호점, 2027년 장군면 둥지
  2. 대전 집값 51주 만에 상승 전환… 올해 첫 '반등'
  3. 경찰청 총경급 전보인사 단행… 충남청 전출 17명·전입 18명
  4. 대전 탄동농협, 노은3동에 사랑의 쌀 기탁
  5. 세종시교육청 중등교사 1차 임용시험 68명 합격
  1. [인사] 세종경찰청
  2. 천안동남서, 100억원대 불법 도박자금 세탁 조직 일망타진
  3. 박재명 신임 농협중앙회 대전본부장 부임
  4.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5. [날씨]대전 -10도, 천안 -9도 강추위 내일부터 평년기온 회복

헤드라인 뉴스


대전 집값 51주 만에 상승 전환… 올해 첫 `반등`

대전 집값 51주 만에 상승 전환… 올해 첫 '반등'

대전 집값이 51주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충청권을 포함한 지방은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오르면서 전주(0.07%)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지방까지 모두 오름폭이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충청권을 보면, 대전은 0.01% 상승하면서 지난주(-0.02%)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대전은 올해 단 한 차례의 보합도 없이 하락세를 기록하다 첫 반등을 기록했다...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