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서 보령으로 가는 도로 중 무량사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지만 안내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다. |
이곳 경내에는 극락전(보물 제356호)을 포함한 국가지정 보물 8점과 유물 8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당간지주와 김시습의 부도가 남아 있다. 정림사지 못지않게 역사가 깊지만 부여군의 관심도는 확실히 다르다. 2023년 10만 명이 훌쩍 넘게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찾아갈 수 있는 안내표지판조차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2023년 12월 27일 부여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구룡면 주정리에서 보령시 미산면 도화담리까지 이어지는 14.76km 구간의 4차로가 개통됐지만, 무량사를 알리는 안내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다. 도로개통 전보다 무량사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무량사는 종교를 떠나 전통문화체험과 템플스테이를 통해 부여군을 홍보하고 사찰을 알리고 있다. 물론 약간의 도·군비를 받아 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하는 일에 비해 예산은 부족하다.
무량사는 신도들을 봉사자로 참여시켜 예산을 줄여가며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단청 체험과 기와 만들기 등을 관광객들이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찰은 관광객들이 원하면 무료로 점심 공양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 종교적 색깔은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량사를 찾는 계층은 종교를 초월해 다양하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10대부터 90대까지 남녀노소 찾고 있고,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템플스테이의 경우 종교를 떠나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사찰을 홍보하면서 부여군도 덩달아 알리고 있다.
탬플스테이를 찾은 한 방문객이 명상을 하고 있다. |
이처럼 무량사가 부여군을 보이지 않게 홍보하고 있지만, 관련 기관은 무량사를 알리는 표지판조차 챙기지 않고 있어 무량사와 주민들로부터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덕 주지스님은 "1400년간 이어온 사찰이다. 나는 욕심 없이 먼지 하나만 닦고 가도 행복하다"며 "무량사는 종교를 떠나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와서 희망을 찾고 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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