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4-06-20 17:15
  • 신문게재 2024-06-2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민법상 유류분 제도란 민법이 1977년 12월 31일자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도인데,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으로 자유롭게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한 제도로 돌아가시는 분이 특정 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살아생전에 증여를 하거나 유증으로 이전한 경우에 직계비속과 배우자에게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만큼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 유류분제도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장남에게만 모든 재산을 다 넘기고 돌아가신 경우에 다른 형제들이 장남에게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만큼 되돌려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이러한 유류분 제도의 취지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 거래의 안전과 가족생활의 안정,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대립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균등상속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유류분 제도 자체는 합헌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자로 유류분에 관한 일부 조항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현행 민법에서는 피상속인들의 형제자매에게도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의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하면서 위헌결정을 하였다. 이번 결정으로 형제자매들에 대한 유류분권은 이 결정으로 바로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그 다음으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부분은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하면서 민법 제1112조에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부작위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피상속인을 전혀 돌보지 않고 장기간 연락도 없던 상속인이나 피상속인을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하여 피상속인이 사망한 뒤에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만큼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은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유류분권을 상실시키는 사유를 규정하도록 입법을 촉구하였고, 위 기간까지 유류분에 관한 규정은 그대로 적용되게 된다.

가수 고(故) 구하라의 모친이 20여 년 동안 연락도 없다가 구하라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을 받게 되는 일이 생기면서 장기간 연락도 없던 모친이 상속을 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처럼 국민적 법감정은 장기간 피상속인을 유기한 사람이나 패륜적 행위를 한 사람에게 상속권이나 유류분권을 인정해서 재산 상속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국민적 법감정이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유류분의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부작위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유류분에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기여분이라는 것은 상속인이 특별히 피상속인을 돌보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를 하였다면 그 부분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는 제도인데, 유류분 청구 사건에서는 기여분을 준용하고 있지 않아 그동안 기여도를 주장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기여 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 재산에 포함되어 증여재산을 다시 반환하게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유류분 제도에 있어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실제 유류분 청구 사건에서 상실 사유나 기여분을 다투는 사례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회 세종의사당'도 윤곽… 행정수도 종착지로 간다
  2. 2차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3. '행정수도특별법' 통과 안갯 속… 민주당은 진정성 보일까
  4. 행정수도 품격의 세종 마라톤, ‘제1회 모두 런' 6월 13일 열린다
  5. 계룡장학재단, 미래 인재 육성 위한 장학금 수여식 개최
  1.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터' 착공 언제?
  2.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대전'… 선거열기 고조
  3.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4. 선거 때마다 ‘청년 프렌들리’…여야 생색내기용 비판
  5.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허태정 "이재명 정부와 원팀…지방주도 성장시대 실현”

헤드라인 뉴스


`2차 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2차 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불붙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유치 경쟁과 통폐합 논란, 지역 차별 인식에 더해 수도권의 '유출 저지' 움직임까지 맞물리며 선거 판세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이전 대상 공공기관 전수조사에 착수, 최대 350개 기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공공기관 이전 원칙과 세부 일정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임차 청사 등을 활용한 본격적인 이전을..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터` 착공 언제?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터' 착공 언제?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중 하나인 융합연구혁신센터 조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26년부터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사업 계획 변경과 총사업비 조정 등으로 시간을 소모하며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10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유성구 신성동 옛 한스코 연구소 부지(신성동 100번지)에 설립될 융합연구혁신센터는 현재 실시설계 적정성 검토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실시설계가 적정하게 됐는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이후 공사 발주와 업체 선정을 거쳐 착공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융합연구혁신센터는 2022년 12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전 자영업 울상...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희망"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전 자영업 울상...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희망"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소비 침체와 물가 인상으로 대전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배달 용기와 비닐 등 가격 인상에 매출 감소와 마진율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으며 한탄 섞인 목소리가 계속되는데, 업계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와 쪼그라든 소비 침체에 자영업자들의 토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 직후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배달 용기 가격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