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이 두려운 교사들… '학교안전법' 개정 목소리 커져

  • 사회/교육

현장체험학습이 두려운 교사들… '학교안전법' 개정 목소리 커져

속초 사고에 검찰 실형 구형… 현장체험학습 위축 우려

  • 승인 2025-01-30 14:46
  • 신문게재 2025-01-31 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130122826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묻는 검찰 구형이 나오면서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될 처지에 놓였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 강원도 소재 한 초등학교 학생이 속초로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21일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담임교사와 인솔교사에 각각 금고 1년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고 당시 교사의 요구로 버스에서 하차한 학생 중 한 명이 버스에 치여 생을 마감했다.

교육계는 재판부를 향한 선처 소호와 함께 이대로라면 현장체험학습 위축이 우려된다며 현실적인 법 개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게 된다면 교육활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판결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생과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 인솔 중 제자의 상실이라는 아픔을 겪은 선생님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보호자와 함께 있는 학생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보호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데, 학생을 인솔하는 교사에게 불의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고 임의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활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에서 학교안전법을 근거하지 않고 교사의 과실 여부를 과도하게 임의적으로 판단해 형사처벌이 이뤄진다면 정상적인 교육활동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공판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이날 "인솔교사들의 철저한 준비와 안전 점검에도 가슴 아픈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며 "선생님들은 사랑하는 제자를 잃고 지금 재판정에 서 있다. 선생님들이 죄책감과 고통에서 벗어나 교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2024년 4월 교사 선처 탄원서를 춘전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신 교육감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관해 교사가 심한 불안감과 부담감을 갖게 된다면 정상적인 체험학습 진행은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2025년 6월 개정된 '학교안전법'(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추가 법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법에 담긴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문구가 모호하고 선언적이란 이유에서다.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위한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고 입장이다.

2월 11일 선고를 앞둔 가운데 대전을 비롯한 전국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 구형대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할 땐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전의 한 교사는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이 숨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것도 교사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지금도 많이 위축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인데 유죄 판결이 나오게 된다면 결국 현장체험학습 자체가 줄어들고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3.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4.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5.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1.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2.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3.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4.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5.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헤드라인 뉴스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 전국 최초 조례 제정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지역대 육성과 안정적 지원을 위해 대전시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 2차연도 사업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 지속성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라이즈 관련 운영 조례를 제정했는데, 라이즈 위원회 구성도 기업인과 과학기술계까지 포함해 다양화할 예정이다. 시와 대학 실무자 간 소통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의 초광역 개편에 발맞춰 사업 계획을 수립해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시는 라이즈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 대학과 간담회..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