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고령화시대, 한국 노인은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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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고령화시대, 한국 노인은 안녕하신가?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 도시공학·행정학 박사, 지역과미래연구소장

  • 승인 2025-04-29 10:10
  • 신문게재 2025-04-3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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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 도시공학·행정학 박사, 지역과미래연구소장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의 정점에 도달하여 번영의 혜택을 무한 제공하는 것으로 얼핏 보여진다. 누구나 원하는 것은 지금 당장 무한으로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현대판 신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원칙으로 통용된다. 현대인들은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을 당연시하는 자본주의 체계 논리에 짓눌려 우울증과 불안감에 상처받으면서도 물질문명이 베푸는 쾌락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속화의 현대사회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큰 효용을 최고의 가치로 찬양하기에 성장과 발전을 당연시하며, 잠시 멈추기라도 한다면 퇴보하거나 낙오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인의 만인을 향한 무한 비교와 끝모르는 경쟁은 결코 만족을 모르는 인간군상을 닮은꼴로 찍어내고, 무한 노력과 무한 성취를 당연시하는 자아 계발형 인간을 여과 없이 무한으로 배출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이상형은 허구적인 목표를 향한 무한 노력으로 스스로를 착취해 마침내 자기 소진으로 마무리하는 절망적 상황에 도달한다. 인간의 가치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관여해야 하는 업무나 과제와의 밀접한 연관성 안에서 평가되고 의미가 부여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일을 떠난 인간은 사회적 쓸모가 없어진 폐기물로 간주 된다. 생애 주기상으로 신체적, 물리적 쇠퇴기에 처한 노인의 대부분도 사회적이며 경제적으로 무시되거나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현대인들은 인류가 축적해 온 과거의 전통과 분리되어, 공유된 공통의 인식 기반을 상실한 채 허공중에 부유하는 뿌리 없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해방과 6·25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혁명과 세계화의 격변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세계의 몇 안되는 성공국가로 평가되고 있으나 전통과의 연대나 밀접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전통 가치의 핵심 요소인 나이 든 이들을 우대하는 장자 존중의 미덕은 사라지고, 노인 학대와 사회적 고립이 고령자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당연히 노인의 전통적 역할인 가족 및 지역 공동체의 중심적 역할 퇴조와 함께 노인이 평생을 통해 취득한 쓸모 있다고 여겨지던 경험과 지식체계도 무시되거나 평가 절하되고 있다. 이제 노인은 존경과 배려의 대상에서 추락해 격변하는 과학기술의 원리나 사용법을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일상생활조차 불편하거나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는 낙오자로 취급되고 있다. 가족과 공동체의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누리던 여유 있는 노년의 품위와 안녕은 죽기 전까지도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해지는 불행한 현실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 압축성장의 유례없는 성공 국가이며, 경제력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노인 빈곤율 40%로 OECD 국가 중 1위이며 고령화 진행 속도 역시 세계 1위라는 불명예도 동시에 안고 있다. 독거노인 비율과 고독사 증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한국 노인들이 처한 불편한 진실이다. 인류문명은 과거의 전통 속에서 지혜와 깨달음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져 왔다. 과거와 단절된 문명의 지속가능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류문명의 흥망성쇠를 통해 역사가 증명한다. 이제 경제 일변도의 성장 방식을 탈피해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당연한 시점이 됐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올로 베르미(Paolo Verme)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주변의 상황 관련해 선택의 자유와 통제력이 주관적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일찍이 주장했다. 평생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일방적인 경제발전과 성공 논리에 매몰된 채로, 이웃과 가족공동체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자신의 안위와 평안함을 결정할 자유와 통제력까지 포기한 세대가 우리 시대의 한국 노인세대들이다. 지금 한국 노인들 다수가 짊어지고 있는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에서 느낄 허무감과 낭패감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우리 모두의 지혜와 각성이 요구된다.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 도시공학·행정학 박사, 지역과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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