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불면, 불안, 우울… 만성 통증의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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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불면, 불안, 우울… 만성 통증의 3박자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승인 2025-10-09 16:46
  • 신문게재 2025-10-10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마취통증의학과 이원형 교수(반명함)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잠은 잘 주무시나요?"

교통사고로 골반과 하지 골절, 그리고 척추 손상으로 수술을 받은 50대 환자가 절룩거리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약간 힘에 겨운 듯 숨을 들이쉬며 진료실 책상 앞 의자에 비스듬히 앉는다. 3년 전 두 번의 수술과 수개월간의 입원 생활을 거쳐 지금은 혼자서도 보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사고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다발성 골절은 뼈의 손상뿐만 아니라 주위의 신경, 근육, 연부조직에도 압박을 주어 다양한 통증을 유발했다. 단순히 골절된 뼈가 잘 붙었다고 해서 모든것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경, 연부조직, 골조직 등에서 유발되는 통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힌다.



수개월 동안 통증이 낫지 않고 지속된다면 몸에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눈을 감고 30초만 생각해 봐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3일 동안 밤낮으로 통증이 계속된다고 가정해 보자. 단 한시간도 통증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이 때문에 일의 순서는 뒤죽박죽이고 완성도 또한 떨어지게 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저절로 공격적인 성향이 발현되고, 점점 짜증도 많아진다. 퇴근 후 집에 가면 편히 쉬어야 하는데,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어떤 자세에서도 편치가 않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당연히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악몽을 꾸기도 하며 수면 중 서너 번을 잠에서 깬다. 아침이 밝아오면 퉁퉁 부은 얼굴에 부석거리는 눈을 비비며 다시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가 지나면 통증이 좀 나아질 거라고 기대를 했지만 새로 맞은 날도 어제와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한 달, 두 달, 석 달……. 과연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보통의 경우 급성통증이 3개월 지속되면 '만성 통증'으로 지칭한다, 꼭 3개월이 지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정도로 통증이 지속되면 '불면, 불안, 우울'이 동반되고, 통증이 있는 신체 부위가 매우 예민한 상태로 변하기 때문이다. 불면, 불안, 우울은 만성 통증과 서로 어우러져 통증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예민해지고 나아가 예민한 상황에서 통증이 있으면 또다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점점 도미노 현상이 초래되어 통증은 점점 더 자극되면서 강도도 높아진다.



이렇게 통증의 악순환 고리가 유발되면 의학적 치료가 매우 복잡해진다. 당연한 일 아닌가? 불면, 불안, 우울, 만성 통증 각각의 증상 또한 질병이니, 도합 4가지의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가분수적 상황이 된 것이다. 각 질병에 2개의 약물을 처방한다 해도 총 8개의 약물을 먹어야 한다. 이것뿐이겠는가? 나이가 있다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이른바 성인병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는 위의 상황이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외래에서 경험했던 환자 중 몇몇은 '약을 먹느라 배가 부를 정도'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물론 약물상호작용이 걱정되어 최소한의 약물만 먹는 것은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타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약물과 작용기전이 같으면 이를 알려주는 온라인 시스템이 있어 중복처방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약물 대신 신경치료와 재활치료, 스트레칭 등도 권장된다.

결론은 만성 통증과 함께 불면, 불안, 우울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환별 전문의가 동시에 논의하는 다학적 진료, 그리고 불면, 불안, 우울, 통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부분적으로 작용하는) 전문적 약물을 처방하고, 신경블록, 물리치료, 상담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궁극적으로 통증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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