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화는 복지가 아니라 산업 시니어 레지던스, 선점해야 할 미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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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령화는 복지가 아니라 산업 시니어 레지던스, 선점해야 할 미래 시장

홍순식 충남대 겸임부교수

  • 승인 2026-01-21 10:18
  • 신문게재 2026-01-22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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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와 나눈 대화가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지방정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 아이디어를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시니어 레지던스'를 언급했다. 이미 연기금과 금융권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고,

고령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설명이었다.

이 대화는 세종을 떠올리게 했다. 세종은 젊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고령화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어떤 노후 주거 모델을 준비하느냐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수 있다. 그동안 세종에는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노후 주거'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최근 5-1생활권을 중심으로 의료·재활 기능을 연계한 시니어타운 구상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공공 영역에서도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내 고령친화 주거공급 비율은 2.7% 수준에 불과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숫자보다도, 이 문제가 이미 복지가 아닌 금융과 산업의 영역에서 '피할 수 없는 미래'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한민국은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약 20.3%에 달했고, 2030년이면 25%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거·의료·돌봄이 결합된 고령친화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공백을 메우는 해법으로 시니어 레지던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단순한 노인주택이 아니다. 주거, 의료, 재활, 돌봄, 문화·여가 서비스를 하나의 생활권 안에 묶은 고부가가치 복합산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연기금과 대형 금융기관이 안정적인 장기 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분명하다. 대형 대학병원이 바로 인접해 있느냐다.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든 즉시 접근 가능한 고급 의료 인프라'다. 병원이 멀거나, 중소 의료기관에 의존하는 구조라면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실제로 성공한 해외 시니어 레지던스 사례 대부분은 3차 의료기관과 생활권을 공유한다. 의료 접근성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이 점에서 세종은 전국에서도 드문 조건을 갖춘 도시다. 이미 대학병원급 의료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고, 도시 구조상 주거·의료·녹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서울처럼 땅값과 교통 문제로 의료와 주거가 분리될 이유도 없다. 여기에 행정수도라는 특성상 공공기관, 연구 인프라, 안정적인 인구 구조까지 갖췄다. 시니어 레지던스를 '실험적 복지시설'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산업 모델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시니어 세대 자체다. 새롭게 은퇴하는 세대는 여행·스포츠·문화 소비에 적극적이고,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액티브 시니어'다. 이들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와 활동의 주체다. 의료 수요는 물론, 문화·관광·교육·콘텐츠 산업까지 확장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이 수요를 집약시키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의 역할도 달라진다. 세종에 위치한 충남대병원은 이미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니어 레지던스와 연계된 의료·재활·예방 중심의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금융권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는 시니어 주거의 신뢰를 높이고, 병원은 새로운 의료 수요와 연구·서비스 혁신의 계기를 얻게 된다.

일부 시민들은 시니어 레지던스가 도시를 늙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고령화를 방치한 도시는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준비한 도시는 민간 투자와 의료 수준 향상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얻는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복지가 아니라 도시의 산업 전략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응의 질이다. 세종이 이 거대한 흐름을 비용으로 떠안을 것인지, 아니면 산업으로 전환해 선점할 것인지. 답은 이미 금융과 산업의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준비된 도시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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