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지능형 화학의 시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지능형 화학의 시대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 승인 2026-01-29 17:20
  • 신문게재 2026-01-3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60129094740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화학은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자 산업"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화학 산업은 에디슨 방식의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통해 발전해 왔다. 다양한 실험을 거쳐 유효한 화합물을 찾아내고, 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거대한 공장을 짓는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자원 소모를 수반했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적 기술의 등장으로 화학 산업은 물질의 설계부터 제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전례 없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AI와 화학의 결합은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까지 해결할 '지능형 화학(Intelligent Chemistry)'의 시작점으로 평가한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연구실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촉매나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자가 직접 가설을 세우고 실험 장비를 조작해야 했지만, 앞으로의 화학 연구는 AI가 실험 설계를 주도하고 로봇이 이를 수행하는 소위 '자율 주행 실험실'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논문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학습해 최적의 화학 반응 경로를 예측한다. 최근 국내외 보고에 따르면, 사람이 직접 할 경우 수개월이 걸릴 실험을 AI와 로봇팔의 결합을 통해 단 몇 주, 심지어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화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며, 이제는 생성형 AI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구조를 먼저 제안하고 그 물리적 특성을 사전에 모사해 실패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연구의 중심축을 '단순노동'에서 '창의적 데이터 해석'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대부분 연구실에서 탄생한 물질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생산 공정을 거쳐야 한다. 화학 공정은 온도, 압력, 유량 등 미세한 변수 하나에도 수율이 크게 달라지는 민감한 영역이다. AI는 여기서 '가상 모형(Digital Twin)' 기술을 통해 공장 운영의 최적점을 찾아낸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가상 모델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인터넷 데이터를 AI가 분석함으로써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가 가능해졌다. 이는 갑작스러운 공정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막을 뿐만 아니라, 화학 사고로부터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공정 최적화 알고리즘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제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해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화학 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탄소중립과 환경 보호는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AI는 화학 산업이 지닌 '오염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AI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새로운 다공성 소재를 설계하고, 포집된 탄소를 유용한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해서 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의 최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서 AI는 복합 폐기물의 성분을 분석하고 최적화된 열분해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자원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AI는 화학 물질의 전 생애주기(Life Cycle)를 관리하며, 자원 낭비 없이 순환되는 '순환 경제'의 시대적 요구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 결국 AI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화학 산업으로의 전환을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따라서 화학 산업은 이제 물질을 만드는 제조 업종을 넘어, 데이터를 가공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기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AI는 화학 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윤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금까지 화학이 만든 세계를 더욱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는 산·학과 함께 새로운 지능형 화학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1회 세종 마라톤 '모두 런' 성료… 2027년 성장형 대회 기약
  2. 대전교도소 실탄 관리부실 논란… 이전 사업까지 우려목소리
  3. 천안중앙도서관, 8월 '체험형 동화구연' 운영
  4. 단국대병원, 입체 정위 유방생검술 200례 달성
  5. 천안법원, 무보험 차량을 운전한 혐의 '벌금 1000만원'
  1. 천안시,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TF팀 출범…복지정책 청사진 마련
  2. 천안시 행복키움지원단장 협의회, 정기회의 개최
  3. 충남중기청, '2026년 수출 중소기업 스케일업데이' 개최
  4.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이장우표 "일류경제도시' 도마 올린다
  5. 충남대·공주대, 규제 걷어내고 대학혁신 실험대에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공주대, 규제 걷어내고 대학혁신 실험대에

충남대·공주대, 규제 걷어내고 대학혁신 실험대에

충남대와 국립공주대가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규제특례를 부여받으면서 지역 대학 혁신의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학사제도와 현장실습, 인사 운영 규제가 함께 완화되면서 글로컬대학 사업과 앵커(옛 RISE) 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주요 보직 외부인사 임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앞서 12일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변경으로 전국 5개 권역에 모두 16건의 규제특례를 적용했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은 충남대와 공주대에 4건, 순천향대 1건 등 5건의 특례가 부여된다. 충남대와 공주대에는..

대전 소상공인, 월드컵 특수 기대보다 실망... "오전 경기에 분위기 안나네"
대전 소상공인, 월드컵 특수 기대보다 실망... "오전 경기에 분위기 안나네"

"월드컵 분위기가 도통 나질 않으니 손님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조해요." (대전 유성구 치킨집 점주) "오전 매출이 조금 늘어났을 뿐 주류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니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네요." (대전 서구 피자집 점주) 대전 소상공인들이 기대한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해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가 12일엔 오전 11시, 다음 경기인 19일엔 오전 10시에 각각 열리다 보니 예년처럼 저녁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지역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이전보다 저조한 월드컵 분위기에 매출 인..

고유가 폭풍에도 ‘플러스 성장’… 청주공항, 국제선 증가율 ‘전국 1위’ 질주
고유가 폭풍에도 ‘플러스 성장’… 청주공항, 국제선 증가율 ‘전국 1위’ 질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쇼크로 국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청주국제공항이 차별화된 노선 다변화 전략을 앞세워 홀로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총 40만 1234명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청주공항은 국내 지방공항 중 이용객 규모 '전국 4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국제선 이용객 증가율은 무려 53.2%를 기록하며 전국 공항 중 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