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6-02-01 16:43
  • 신문게재 2026-02-02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변호사
《Slippery When Wet》은 미국의 록 밴드 본 조비의 세 번째 음반으로 그 유명한 Livin' on a Prayer와 You Give Love a Bad Name이 수록되어 있다. 1987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8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상업적인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선정되었다. 앨범의 이름을 직역하면 '젖었을 때 미끄럽다'는 뜻이다. 록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 때 그 음반을 보며 단어 뜻을 겨우 알고서 '젖었으면 미끄러운 게 당연하지'라고 웃었던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Slippery when wet은 '비 올 때 미끄러우니 주의하라'는 미국의 도로 교통 표지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교통 표지의 내용들은 너무도 당연한 말들이지만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주의를 촉구하는 것들이 많다. 도로가 아닌 영업장에서도 이러한 문구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영업주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 '미끄럼 주의' 안내 없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골절당한 손님에게 업주가 그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라고 한 판결이 있었다. 40대 A씨는 목욕탕 내부에서 미끄러져 앞으로 넘어지면서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업주는 목욕탕 이용객이 커피 등 음료나 얼음을 목욕탕 내부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용객이 반입한 음료 등으로 인해 목욕탕 내부가 다소 미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목욕탕엔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주의 사항을 적은 안내 표지는 없었다.

법원은 업주에 대해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존 ·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업주 B씨가 운영하는 목욕탕은 영업 특성상 항상 바닥에 물기와 비누 성분이 있어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목욕탕 관리자에게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에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설치하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미끄러운 부분을 수시 청소하는 등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존 · 관리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B씨는 이용객들에게 음료와 얼음 반입을 허용하여 미끄러운 상태를 야기했고,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도 설치하지 않아 설치 · 보존상 하자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목욕탕 바닥은 통상 물기가 있어 A씨도 주의할 의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업주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비슷한 사례가 대구에서도 있었다. 이번에는 형사 사건이었다. 대중목욕탕에서 80대 손님이 고정되지 않은 배수구 덮개를 밟고 넘어져 다친 사고에 대해 법원이 업주에게 업무상과실치상의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이다. 목욕탕 내부 욕탕 바로 앞에는 배수구가 설치돼 있었는데, 그 배수구의 철제 덮개가 고정돼 있지 않아 이용객이 욕탕에서 나오면서 덮개를 밟을 경우 덮개가 들려 미끄러져 넘어질 위험이 있었고, 업주는 덮개를 고정하거나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손님이 욕탕을 나오다가 그 덮개를 밟았고, 덮개가 뒤집어지면서 미끄러져 발가락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미끄러운 목욕탕 바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업주에게는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바닥을 평평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높은 수준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업주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런 일들은 식당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미끄러지는 사고 뿐만 아니라 뜨거운 음식이 쏟아지는 등의 사건에서도 업주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뛰거나 돌아다니다가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 등의 사고가 난 경우에도 업주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보호자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고의 경위 등을 고려하여 업주의 책임이 일부 제한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업주에게는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업주로서는 평소 영업장 내 위험 사항에 대해 점검하고,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 및 손님들에 대한 주의사항의 고지, 주의 문구를 장착을 통해 사고의 책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성 교통 지형 바꿀 새 길 열린다…삼흥~미장 도로 준공 눈앞
  2. 세종시 5-2생활권 첫 분양… 글미마을 676세대 공급
  3. 코스피 역대 최대 상승세... 하이닉스 상한가 마감
  4. 대전성모병원, 환자가 평가한 경험만족도 1등급
  5. 세종시 '농지법 위반 의심' 전국 최다… 농식품부, 8월 심층 조사
  1. 대전혁신센터, 대전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들과 일본 규슈서 교류회
  2.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3. 대전보훈병원, 청각보조 '히어링루프' 병원 내 설치
  4. 문화유산회복재단, 미국서 장릉지(莊陵誌) 목판과 조선백자 환수
  5. [날씨] 31일 충청권 낮 최고 34도…주말에도 찜통더위

헤드라인 뉴스


김민석 충청권 45.05% 득표 기선제압…정청래와 303표차

김민석 충청권 45.05% 득표 기선제압…정청래와 303표차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경선인 충청권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김민석 후보가 45.05%의 득표율로 정청래 후보(44.61%)를 0.44%p 차로 제치며 초반 기선을 잡았다. 두 후보의 표 차는 303표였고, 송영길 후보는 10.34%를 기록했다. 1일 민주당에 따르면,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청래 후보가 3만632표(45.0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 후보는 3만329표(44.61%)를 기록하며 303표 차로 뒤를 이었고, 송영길 후보는 7027표(10.34%)를 얻었다. 김 후보는 충남 금산이..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에 장종태 선출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에 장종태 선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에 장종태 의원(서구갑)이 당선됐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1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전국대의원과 당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대전광역시당 정기당원대회'를 열고 신임 대전시당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선9기 출범 후 조직정비와 2년 뒤 총선 전략을 맡게 될 이번 시당위원장 경선은 장종태 의원이 승리했다. 장 의원은 최종 득표율 53.68%로, 46.32%를 얻은 박용갑 의원(중구)를 제치고 시당위원장에 올랐다. 장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6594표(53.66%), 대의원 투표에서 197..

주말에도 35도 안팎 `찜통더위`… 다음 주 충청권 더 뜨거워진다
주말에도 35도 안팎 '찜통더위'… 다음 주 충청권 더 뜨거워진다

대전·세종·충남에 내려진 폭염특보가 주말에도 이어지면서 낮에는 35도 안팎의 찜통더위가,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 없이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다음 주에는 동쪽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바람까지 불면서 충청권의 더위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30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과 세종, 충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충남 부여·청양·태안과 세종 남부에는 폭염경보가, 대전과 세종 북부를 비롯한 충남 나머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전과 충남 일부 지역에는 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