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유상란 시인의 시 '어느 날 문득'에 내재된 삶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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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유상란 시인의 시 '어느 날 문득'에 내재된 삶의 궤적

김명숙/수필가

  • 승인 2026-02-24 18: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외모만큼이나 정숙하고 교양있는 시인 유상란.

유상란 시인은 '정신재활센터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시집 한 권을 건네주었습니다. 그 시집 가운데 ' 어느 날 문득'이라는 시가 실려있는데 한번 보시고 넘어갈까요.



어느 날 문득

-시인 유상란

가슴 한구석이 아리게 저려 왔다

나를 쓰다듬던 그 손길과

내 이름을 부르던 그 목소리가

몹시도 그리웠다



참지 못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나보다 더 큰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우리가 닮아 있다는 것이

그 애들이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이



마음의 결을 따라가다 보니

참 많이도 슬펐으나

결국은

당산울 내 곁에 있었음에

사무치게 감사했다



지나온 길 위에서 깨달은 진실,

가장 예민하게 나를 찔렀던 칼날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이었다



이제는 안다, 나를 먼저 돌보고

나를 먼저 안아주는 것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가장 단단한 신발이 된다고

내 삶의 주인은 오직 나뿐임을



어느 날 문득, 바람 끝에서 깨닫는다

기어이 나를 살리는 것은 다시 나였다.

유상란 시인
유상란 시인
그가 건네 준 시를 읽으며 '문어의 꿈'이라는 노랫말이 떠올랐습니다. 문어는 잠을 자며 꿈을 꾼다는 노랫말처럼 '좋은 이웃센터'를 운영하며 그들과 생할하는 동안 겪은 체험을 시로 표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어는 자면서 꿈을 꾸는 동안 여러 차례 색이 바뀌는데 꿈과 동일한 색으로 몸이 변한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문어는 다리가 잘리면 다시 자라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잘린 다리는 다시 자라나지는 못 하지만 이곳 정신재활시설에 있는 이웃들은 함께 부축임으로 잘린 다리 역할을 해준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철학자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의미의 원천을 3가지로 요약했는데,

첫째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삶이고, 두 번째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삶이며, 세 번째는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태도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의미 있는 삶은 편안한 삶이 아니라 '내가 응답해야 할 요청이 있는 삶'을 말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유상란 시인이 쓴 시는 위 시 말고도 월간 문예사조 종합문예지 2월호에 '삶은 그런 줄 알았다', '빛의 앙금' 등이 함께 게재되었다고 합니다.

지친 몸을 자신만의 시간인 밤 시간을 통해, 매일 자신의 하루 일과를 시로 쓰며 뒤돌아 보는 삶을 살게 되었고, 그런 삶이 시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시집 '어느 날 문득'에서는 "필름처럼 지나간 세월을 통해 삶의 주인이었던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를 읽다보면,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백한 언어로 일상 속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고, 그 장면을 더 오래 머물게 하여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삶은 그런 줄 알았다'에서는 우리 삶 속에 생사고락의 슬픔과 기쁨, 아픔과 고난 속에서도 단단히 뿌리 내리게 했고, 다채로운 삶의 면면을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까지의 여정을 표현하였는데, '삶은 매 순간 나를 위해 반짝이고 있었다.'라고 한 끝맺음의 문장은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또한 그렇게 울었나보다' 라는 서정주 시인의 삶의 고뇌에서 오는 깨달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빛의 앙금'이라는 시에서는 사랑은 빛으로 온유했고 그 빛은 꾹꾹 눌러 담는 적금이라 했습니다. 시어의 선택이 특유했고 문장 표현이 또한 특유했습니다. 그래서 당선작으로 뽑혔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미모만큼이나 정숙하고 남을 보듬는 여인 유상란.

유상란 시인과 함께하는 정신장애인들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상란 시인처럼 남을 위해 사는 행복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깊은 의미와 기쁨을 발견하는 높은 차원의 가치이기 때문이겠지요. 헬렌 켈러가 "가장 큰 행복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라 했듯, 타인을 돕는 일은 나눔의 기쁨과 더불어 삶의 후회 없는 목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상에 자신의 꿈을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많은 이야기로 꽃을 피울 유상란 시인을 응원합니다.

김명숙/수필가

김명숙 수필가
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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