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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선 기상청장 |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학적으로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을이 되면 여름철에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덥고 습한 공기가 물러나고 상대적으로 건조한 공기가 자리 잡으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와 미세먼지, 에어로졸이 함께 줄어들게 된다. 구름이 적고 시야가 좋아지는 날도 많아진다. 이렇게 대기가 한층 투명해지면서, 가을에는 햇빛이 지표면에 도달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실이 하나 있다. 하늘이 맑아 햇빛이 잘 닿는다고 해서, 햇볕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맑음은 대기가 얼마나 투명한가의 문제이고, 뜨거움은 기온과 바람이 만드는 체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햇볕이 피부에 닿아도 따사롭게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자외선은 어떨까? 자외선은 열로 느껴지지 않은 채 피부에 그대로 도달한다. 자외선의 지표 도달량은 기온이 아니라 태양의 고도, 대기 중 수증기와 에어로졸의 양, 오존층의 두께에 따라 결정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기 중 오존층의 두께는 봄철에 가장 많고 가을철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계절 순환을 보인다는 점이다. 가을의 자외선이 여름보다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태양 고도가 낮아지는 것과 별개로, 자외선을 걸러 주는 오존층의 차단 효과도 한 해 중 약해지는 시기여서 선선한 날씨에 비해 자외선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가을철 체감되는 선선한 날씨와 실제 자외선 노출 정도가 어긋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름에는 폭염 자체가 강력한 경고 신호가 되지만, 가을은 상황이 다르다. 가을철에는 선선한 바람과 쾌적한 기온 때문에, 야외활동을 하면서도 햇빛에 대한 경계심이 쉽게 느슨해지곤 한다. 산책이나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단풍을 찾아 산을 오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상당한 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야외활동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가을은 한 해의 땀방울을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시기로 농업인이나 야외 작업자들에게는 매우 바쁜 계절로, 장시간 노출될 수 있는 환경 요인이 된다. 이에 자외선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외출하기 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장시간 야외활동을 한다면 모자와 선글라스, 얇고 긴소매의 옷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되는 경우라면 활동 중간중간에 차단제를 덧바르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기상청 '날씨누리'의 자외선지수 예보를 확인하여 그날그날의 자외선 강도를 미리 가늠하고, 일정을 조정하거나 자외선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을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즐기는 것이다. 가을은 짧다. 맑은 하늘과 청량한 공기, 따뜻한 햇살이 만들어 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금세 지나가 버린다. 그러니 이 계절이 찰나와 같이 지나가기 전, 야외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단풍 사이를 거닐어 본다면 좋겠다.
기상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가을의 맑은 하늘은 단순히 '날씨가 좋다'는 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을 날씨는 여름의 덥고 습한 공기가 물러나고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는 동시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오존층마저 계절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자연의 정교한 균형이다. 올가을,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날씨를 마음껏 즐기되, 자외선지수만큼은 늘 챙겨보는 지혜를 잊지 말자./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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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