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대학통합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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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칼럼] 대학통합의 그늘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6-03-26 10:54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송복섭(신규 사진)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대학은 오랫동안 상아탑으로 불리며 학문을 연구하고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고귀한 존재로 인식됐다. 시대가 변하고 정치체제가 바뀌어도 교육은 숭고한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기에 대학이 가진 보수적 태도도 사회가 용인하는 구조를 유지했다. 나폴레옹이 '구체제(L'Ancien Regime)'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고등교육이 필수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학체제가 아니라 실무 중심의 교육기관인 '에꼴(Ecole)'을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대부분 나라에서 정부 부처 중 하나로 교육부가 존재함에도 초·중등 교육을 위해 교육청을 따로 운영하는 이유는 교육이 정치적 부침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AI가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혁을 몰고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세상에서도 대학이 여전히 그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학령인구는 줄고 지식인보다는 직업인 양성 기능을 담당한다고 여겨지는 오늘날의 대학이 고고한 상아탑으로써의 위치를 앞으로도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지면서 입학정원보다 입학 가능 학생 수가 부족한 '역전 현상'이 본격화했고 2040년에는 20년 전보다 학령인구가 반으로 줄 것이라고도 예상한다. 지방에서는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미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학가에서는 너도나도 생존을 위한 발버둥으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지방 국립대 화두로 등장한 것이 대학통합이다. 줄어드는 학생 수를 고려해 지역 인근 대학들이 통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대학을 통합해 새로운 체제로 전환한 사례는 해방 이후 많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정부 정책으로 추진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이고 최근엔 '글로컬3.0'이라는 이름으로 통합을 독려한 일도 있다. 이전까지의 통합은 정책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각 대학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한 추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커다란 부작용이나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의 통합은 정부가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통합을 적극적으로 독려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크고 처리도 원만치 못했다. 구성원의 동의를 포함한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한 통합은 여러 혼란과 원성을 쏟아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통합의 과정에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일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열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통합으로 현재의 지위를 끌어올릴 기회라고 판단하지만, 우위에 있는 대학은 적은 대학을 흡수해 몸집을 불리면서 체제 전환에 따른 고통을 담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갈등은 학생들의 주장에서 온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통합으로 현재의 지위가 내려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학혁신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설득도 학생들의 단체행동에는 막무가내인 상황이다.

면밀히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심한 후유증을 낳는다. 그저 잘될 거라고 걸었던 기대는 불평등한 현실에서 갈등으로 불거진다. 통합을 독려했던 교육부에 호소를 해봐도 통합의 처리 과정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과거의 통합이 비교적 원만했던 이유는 통합으로써 얻는 이익이 모두에 컸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열위의 대학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으며 우위의 대학은 규모를 더 키워 튼튼한 대학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위의 대학이 통합의 조건에 대해 양보하는 구조가 가능했다. 그러나, 작금의 통합은 정원감축을 비롯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에 그것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서 열위의 대학이 희생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시대적 조류에도 대학통합만이 과연 정답인가라는 의문을 품어볼 만도 하다. 대학통합이 혁신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몸집을 불려 대마불사를 노리는 또 다른 기득권 챙기기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학 간 혁신을 위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 끊임없이 발전을 노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지도 생각해 본다. 게다가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의 대학들이 입시인구 감소라는 역사적 흐름을 외국 학생 유치나 평생교육 기관으로의 역할 전환으로 돌파한 사례도 많이 있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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