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칼럼] 경북에도 여성 단체장이 나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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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칼럼] 경북에도 여성 단체장이 나올 때가 됐다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청도 상주 등 눈여겨 볼만하다

  • 승인 2026-03-29 13:25
  • 박노봉 기자박노봉 기자
박노봉 사진
대구 취재 본부장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지만, 경북지역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물론 국회에는 3선의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시)이 여성 최초의 기획재정위원장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단체장만큼은 경북 전체 22개 시·군 가운데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선출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리천장을 깰 경북 최초의 여성 단체장이 나오기를 바라는 도민의 기대가 크다.

경북지역은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라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는데, 왜 여태까지 여성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는지 국민의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이겠다고 말 만하지 말고, 이번에는 여성 단체장이 나올 수 있도록 혁신 공천이라도 해야 한다.

경북과 달리 대구에는 2006년에 윤순영 중구청장이 당선돼 2018년까지 3선을 역임한 바 있다. 그 당시에도 대구 정서상 여성이 구청장이 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전략 공천을 해서 당선이 됐다.

취임한 후에는 어느 구청장 못지 않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낙후된 중구 골목을 '근대골목 투어'라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는 등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물론 대구와 경북은 정치 지형이 다르다. 중구는 대구의 중심지로 젊음이 넘치는 개방적인 분위기인 데 반해, 경북은 아직까지 유교적 전통이 강해 여성이 단체장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시골에는 노령층이 대부분이어서 단체장은 당연히 남성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이제는 경북의 유권자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처럼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지, 흰색이냐 검은색이냐'가 무엇이 중요한가. 여성이라고 능력이 부족한데도 뽑아줘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이나 경험이 풍부하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현재 세계에는 일본, 덴마크 등 28개국에서 30여 명의 여성이 대통령이나 총리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박근혜)이 당선되기도 했다. 그런데 경북지역에 여성 단체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제도의 문제일까, 인물 부족의 문제일까. 경북도의원 60명 가운데 여성 의원이 6명(10%)으로 남성 못지 않게 의정활동을 잘하고 있다.

경북에서 여성이 단체장이 못된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경북은 남성 중심의 유교적 전통이 타 지역보다 강해, 단체장은 남성이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상당하다.

둘째, 여성 리더십에 대한 편견이다. 건설이나 개발, 예산 확보 등 굵직한 행정 업무를 여성이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셋째, 공천 결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공천 경쟁에서 배제되거나 당선 가능성(본선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났다.

넷째, 지방선거는 조직력과 자금력 그리고 바닥 민심과 비공식 조직(문중, 향우회, 각종 모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런 면에서 여성 후보는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 현실적인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 등 여러 난관이 있다.

특히, 경북은 문중, 향우회, 각종 모임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조직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여성 후보들이 이런 기존의 남성 중심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여성, 청년, 학부모 등 새로운 지지 기반을 조직화·세력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행정은 남성이 잘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 국책사업 유치,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여성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당의 공천관리위원회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여성을 전략 공천하거나 여성 우선 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정당 차원의 결단이다. 형식적인 가산점에 그치지 말고, 경선 룰을 개선해서라도 여성에 대한 혁신적인 공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여성 단체장이 당선된다면 남성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보육, 교육, 복지, 환경 등 주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생활 행정에 강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토목 사업보다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골목길 안전, 어르신 돌봄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남성보다 관심이 훨씬 많다.

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능력,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산 집행을 꼼꼼하게 하는 것,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도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요약하면 소통, 섬세함, 청렴성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청도 이선희 도의원, 상주 남영숙 도의원 등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현 단체장과 치열하게 공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도의원 재직 시 의정활동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늦었지만, 이제는 경북에서도 여성 단체장이 나올 때가 됐다. 여성 후보들의 선전(善戰)을 기대한다.
대구=박노봉 기자 bund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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