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천이 민심 이기려는 순간, 정치는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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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천이 민심 이기려는 순간, 정치는 길을 잃는다

공천 기준 흔들리면 당심도 민심도 무너져
진주·거창·함안 파열음, 정당정치 신뢰 흔든다

  • 승인 2026-04-21 06:59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여권사진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경남 정치판이 공천보다 시끄럽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보다 납득이 먼저 사라졌다.

진주에선 현직인 조규일 진주시장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으로 경선에서 배제됐고, 조 시장은 평가 기준 비공개와 배제 사유 미통보, 소명 기회 부재를 문제 삼으며 재심을 청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거창에선 더 심각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당원명부 유출 등 논란이 불거진 거창군수 경선을 원천 무효로 하고 재경선을 결정했다.

함안에서도 경선 탈락 후보들이 당원명부 유출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이쯤 되면 문제는 특정 지역, 특정 후보 한 사람 얘기가 아니다.

공천 시스템 자체가 유권자 앞에서 설명력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정당 공천은 원래 칼이어야 한다.

사람을 자르기 위한 칼이 아니라, 기준을 바로 세우는 칼이어야 한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당원도 수긍하고, 시민도 인정하고, 상대 진영조차 반박하기 어려운 보편타당한 기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설명 없는 배제, 기준 없는 탈락, 뒤늦은 무효, 명부 유출 의혹까지 이어지면 공천은 심사가 아니라 불신 생산 공정이 된다.

그 순간 당은 후보를 세우는 조직이 아니라, 자기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조직으로 비친다.

더 위험한 대목은 따로 있다.

검증되지 않은 말과 떠도는 의혹, 몇몇 힘 있는 사람 눈치, 줄 서기 정치가 공천 기준을 흔드는 순간이다.

정치 개념은 거기서 무너진다.

선거는 권력자 이해를 조정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 삶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다르지 않다.

공천은 사유물이 아니다.

당 지도부 편의도 아니다.

유권자 대신 몇 사람이 결론을 밀어붙이는 순간, 그 정당은 민심을 대표할 자격부터 잃는다.

그래서 유권자도 더 냉정해야 한다.

공천 잡음이 커졌다는 사실만 볼 일이 아니다.

누가 억울한지보다, 누가 기준을 무너뜨렸는지를 봐야 한다.

누가 더 화가 났는지보다, 누가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 수준만큼 간다.

설명 없는 배제와 흔들리는 기준을 보고도 또 표를 던진다면, 그 후과는 다시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투표는 응원이 아니다.

위임이다.

누가 우리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 사람인지.

누가 지역 미래를 더 단단하게 설계할 사람인지.

누가 권력 눈치보다 주민 불편을 먼저 해결할 사람인지.

국민은 그 질문 하나로 표를 던져야 한다.

공천이 민심 위에 서는 정당은 오래가지 못한다.

끝내 살아남는 쪽은 공천권자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그 기준을 증명한 사람이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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