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교실의 문을 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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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교실의 문을 연다는 것

천안희망초 교사 윤승영

  • 승인 2026-06-24 11:08
  • 신문게재 2026-06-05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605_천안희망초 교사 윤승영
천안희망초 교사 윤승영.
"선생님, 오늘 왜 이렇게 어른들이 많아요?"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먼저 알아챈다. 교실 뒤편에 앉은 낯선 선생님들, 조금은 분주한 아침, 그리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평소보다 더 긴장한 담임교사까지. 아이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지만 사실 가장 긴장한 사람은 늘 나였다. 수업 시작 전 교실 문 앞에서 숨을 고르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수업은 늘 혼자 준비하는 일이었다. 교과서를 펼쳐 놓고 아이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하루의 수업을 고민했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더 즐겁게 참여할지 생각하며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수업 준비를 마칠 때마다 마음 한편에는 늘 같은 질문이 남았다.

'이게 정말 최선일까.'

교실 안에서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볼 기회도, 내 수업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수업은 열심히 준비할수록 오히려 혼자만의 일이 돼갔다. 공개수업은 쉽게 용기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내 수업을 본다는 것은 때로 평가받는 일처럼 느껴졌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까 걱정도 많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아이들이 조용하지?', '준비한 활동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공개수업 전날이면 괜히 교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자료를 다시 확인하곤 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긴장도 커졌다.

하지만 막상 교실 문을 열고 나니 예상과는 다른 시간이 시작됐다. 수업이 끝난 뒤 한 선생님이 건넨 "오늘 수업 정말 흥미로웠어요"라는 짧은 말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의 시선이 평가가 아니라 응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이후 수업을 공개하는 일은 조금씩 두려움보다 배움에 가까워졌다. 수업이 끝난 뒤 이어지는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아이들이 왜 몰입했는지, 다음에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은 내 수업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한 번은 실과 공개수업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함께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예상대로 되지 않으면 방법을 바꾸어 보고 다시 시도하며 해결책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금세 도움을 요청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서로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 방법을 바꾸어 가며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수업은 교사가 답을 빨리 알려주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를 견디며 다시 도전할 힘을 기르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됐다.

수업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내 수업도 조금씩 달라졌다. 설명을 줄이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듣게 됐고, 정답을 빨리 알려주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예전에는 계획한 대로 수업이 흘러가는 것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꺼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함께 수업을 바라보는 경험은 결국 내 교실도 바꾸고 있었다.

돌아보면 나 역시 수업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누군가의 수업을 보며 배우고, 내 수업을 보여주며 다시 배웠다. 혼자 고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길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완벽한 수업은 없지만 함께 고민하는 수업은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교실의 문을 연다는 것은 단순히 수업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었다. 잘 가르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부족함까지도 함께 나누며 배우겠다는 마음을 내어놓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은 긴장을 안고 교실의 문을 연다. 수업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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