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달라진 처서, 변화하는 계절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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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달라진 처서, 변화하는 계절의 기준

이미선 기상청장

  • 승인 2026-08-25 17:12
  • 신문게재 2026-08-26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붙임 3] 기고문_이미선 기상청장 사진 (2) (1)
이미선 청장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8월 하순에 속한 처서는 예로부터 여름이 지나가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하는 절기였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꺾였다. 그러나 이제 처서를 비롯한 절기가 계절의 변화를 일러주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 폭염일수는 29.7일로 평년(11.0일)의 2.7배였고, 열대야일수도 16.4일로 평년(6.6일)의 2.5배에 달했다. 1973년 이후 폭염일수는 역대 세 번째, 열대야일수는 네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이는 단지 작년만의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며, 최근 10년간 폭염 발생일수와 열대야 발생일수를 살펴보면 각각 과거 10년보다 약 2.2배, 약 3배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여름도 무더위의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6.8℃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고, 폭염일수는 8.9일로 평년(4.1일)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평년(2.8일)의 3.5배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낮에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밤에도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날이 늘면서 국민의 건강과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더위의 강도만큼 더위가 나타나는 시기 역시 달라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53년간의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의 폭염 시작일은 과거에 비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30일가량 빨라졌다. 과거에는 주로 7월에 시작되던 폭염이 이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6월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종료 시기도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열대야 또한 과거보다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폭염이 끝난 뒤에도 9월 상순까지 밤더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더위의 시작은 앞당겨지고 끝은 늦어지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폭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여름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프랑스는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도 4일부터 19일까지 16일간 폭염이 지속되었고, 일부지역 에서는 40℃를 넘는 고온이 나타났다. 스페인 역시 7월 평균기온이 25.7℃로 2022년과 함께 관측 이래 가장 더운 7월을 기록했으며, 무르시아에서는 44.2℃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이른 시기에 시작해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폭염은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한 기후위기의 단면이다.

이에 기상청은 변화하는 폭염과 열대야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기존의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넘어서는 최상위 단계인'폭염중대경보'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폭염중대경보는 건강한 사람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온열질환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극단적인 고온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이와 함께 야간의 높은 기온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신체 회복력 저하, 온열질환 위험을 알리기 위한 '열대야주의보'도 도입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해지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이다. 이제 기상정보는 단지 수치적 정보만을 전달하거나 위험을 단편적으로 알리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위험을 더욱 빠르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위험 수준에 맞는 행동을 즉각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그동안 절기는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생활 속 지혜였다. 하지만 이제 계절의 변화 기준도, 변화에 따른 위험도 달라지고 있다. 처서가 막 지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안도감이 아닌 오늘 발표된 예보와 특보 확인이다. 매일의 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야말로, 날씨와 계절의 변화로부터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달라지는 계절 앞에서,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예보와 이해하기 쉬운 기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날씨의 변화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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