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캄캄 '치매 신호' 조기치료로 '금빛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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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캄캄 '치매 신호' 조기치료로 '금빛 노후'

일시 기억장애 건망증과 달리 시간지날수록 심각

  • 승인 2010-01-27 14:14
  • 신문게재 2010-01-28 10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황혼기로 접어든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식들에게 어떤 피해를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수치스럽게 느껴져서이지 않을까.

▲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
▲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급격하게 진행되고있는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 또한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2008년 42만1000명에서 올해 46만9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상태로라면 2012년에는 52만명, 2020년에는 75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의 대다수가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 단순 보호 또는 방치 상태에 놓여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게 되면 환자 자신은 기억력 상실, 언어장애, 행동장애 등으로 환자 자신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환자 가족은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단순히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가족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치매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편집자 주>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는 치매=치매란 뇌의 기질적 병 때문에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지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일컫는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퇴행성 질환(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질환(혈관성 치매), 대사성 질환, 내분비질환, 감염성 질환, 중독성 질환, 뇌종양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의 5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고,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하는 두 번째로 흔한 유형이다. 뇌혈관성 치매는 심장병이나 고혈압, 동맥 경화 등을 원인으로 하고 뇌경색이 재발 또는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힘든 병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기는 '건망기'라 하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정도의 가벼운 증상에서 시작되어 차츰 기억력의 저하가 나타나는 단계이다.

자주 깜박깜박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나도 치매인가'하는 의심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건망증이 모두 치매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망증의 경우에는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사실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치매는 건망증과 달리 진행성 장애이기 때문에 기억력 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게 된다. 따라서 기억력이 계속해서 나빠진다면 건망증보다는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제2기는 '혼란기'로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으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의식하지 못하고 때로 공격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기억 장애가 심해져서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그것을 잊고 가족이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망상을 하거나, 자신이 잃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훔쳐 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적당한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잃어 어색하게 말하거나 정확하지 못하게 말을 하기도 하는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제3기는 '치매기'라 하는데, 기억, 판단, 인식, 행위 등 모든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마침내 인지, 사고, 판단이라는 지적 활동을 하는 대뇌의 고유기능이 없어진다.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다가 결국에는 차츰 말을 하지 않게 되어 무언 상태가 되기도 한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배설하고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되어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이러한 치매 증상은 점점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관성 치매는 급작한 발병을 보이고 때로는 계단식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기진단이 치료의 시작=치매는 노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제외하고는 치료가 가능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하는 수두증(뇌에 물이 차는 병), 양성종양, 갑상선질환, 신경계 감염 등에 의한 치매는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혈관성 치매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고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초기 증세인 기억력 장애 외에 행동이나 언어 장애까지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아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나 진행속도 늦추는 것은 가능=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나 예방약은 아직 없으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며 이상행동들을 줄일 수 있다고 인정되어 사용되는 약물들이 있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약물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많이 저하되어 있는 점에 근거하여 이를 보충해주는 치료제가 있고, 최근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 전달 물질과 관련해서 작용하는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약물 등 여러 가지 후보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가족 모두가 책임 나눠야=치매는 당사자인 환자는 증상을 잘 모르거나 표현할 수 없는 대신 환자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 병이다. 따라서 치매는 환자는 물론 가족 등 돌보는 사람이 병을 이해하고 치료와 간호 수칙을 잘 알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가족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온 가족이 치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소통은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나 표정으로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노인을 대할 때 행동이나 표정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여 예상되는 사고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노인이 쓰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환자에게는 하기 쉬운 간단한 활동을 담당하도록 해서 환자의 잔존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가족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떠안지 말고, 가능하면 온 가족이 책임을 나누도록 한다.

돌보는 가족이 건강하지 않다면 노인의 수발도 잘 하기가 어려우므로 평소에 돌보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도 노인의 건강만큼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겠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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