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캠프 참사]“위험지역” 주민민원 왜 무시했나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해병대캠프 참사]“위험지역” 주민민원 왜 무시했나

태안군 과태료 부과만 되풀이… 해경, 위험한 훈련 알고도 뒷짐 유스호스텔 대표·이사 불구속… 여행사 대표는 입건조차 안돼

  • 승인 2013-10-23 17:19
  • 신문게재 2013-10-24 2면
  • 조성수 기자조성수 기자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100일] 4. 풀리지 않는 의문들

오는 25일은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발생 100일째 되는 날이다.

유가족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사고 후 당국의 대처다. 다섯 아이의 허망한 죽음 후 변할 것 같았던 세상은 그대로다. 사고 재발방지를 당부했던 약속도, 철저한 수사와 엄벌에 대한 수사당국의 약속도 지켜진 게 없다.

오히려 유가족들만 동분서주한다. 수많은 의문 중 제대로 해소된 건 하나도 없다. 부실수사와 부적절한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내준 해경과 태안군청,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지만 두 기관은 묵살하기만 했다.

태안해경의 부실수사에 대해서는 답답하며 분노한다.

정작 책임자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책임자 엄벌에 대한 약속은 잊혀진지 오래다. 유스호스텔 대표는 불구속, 유스호스텔 이사도 불구속, 하청받은 여행사 대표는 입건되지도 않았다. 현장에 있던 교관들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재판 중이다.

학생들 사고 전, 주민들이 수차례 제기했던 민원들이 행정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묻혔다. 유스호스텔은 사고 전 정원 초과 등으로 수차례 민원이 제기됐다. 과태료를 받는 일도 빈번했다. 유스호스텔로의 허가 등록이 취소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태안군청은 과태료로 마무리했다. 반복되는 게 문제였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르면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같은 이유로 과태료를 2회 이상 받으면 허가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민원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도 전달됐다. 태안군청, 여성가족부가 해양유스호스텔에 허가·등록을 취소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태안군청의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문제가 적발될 때마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해왔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고지점도 의문이다. 학생들이 훈련을 받은 곳은 해양유스호스텔과 백사장해수욕장 사이 해안가다. 사고지점 인근은 유스호스텔 측이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요청했다가 반려된 곳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이 위험성 때문에 반려됐다. 어처구니없게 학생들이 위험지역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얘기다.

엉뚱한 점은 또 있다. 유스호스텔이 정작 허가를 받은 곳은 사고지점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다. 다른 곳에 허가를 받고 정작 위험한 곳에서 훈련했다.

이 같은 불법적인 해양훈련은 사고 전 계속됐다. 현장 주변에는 태안해경 안면파출소가 있지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고 전 주민들이 해경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아이들이 위험한 장소에서 훈련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경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공유수면 내에서 이뤄지는 사항에 대해선 우리 소관이 아니다. 우리는 해양훈련 시 필수적인 구명조끼 미착용과 보트 승선 인원 초과 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후식 유족 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며 “유족이 직접 찾아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둘러대고, 유스호스텔 측과의 연루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문화동 국방부 땅 매각 검토될듯…꽃마을엔 대체부지 확보 요청도
  2.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3. 지역정책포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지역과제' 잡담회 개최
  4.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5. [월요논단] 대전 야구.축구, 흥행은 성공, 결과는 불만
  1. 대전교육청 리박스쿨 관련 단체 민간자격증 소지자 16명 확인
  2. [홍석환의 3분 경영] 잘할 수 있다는 믿음
  3. [편집국에서] 안전 이별 했어?
  4. [오늘과내일] 대전 칼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의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
  5. 2026년 지방선거 향하는 세종시 정치권...'시장 선거' 구도는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이전 지방선거 메가톤급 뇌관되나

李정부 해수부 이전 지방선거 메가톤급 뇌관되나

이재명 정부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추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제9회 지방선거를 흔드는 메가톤급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탈(脫) 세종이 현실화되면 직접적 타격을 입는 충청권을 넘어 인천, 호남까지 연쇄 충격파가 우려되면서 전선확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앞으로 5년간 국정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갖고 본격 가동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의 PK 대표 공약이었던 해수부 부산 이전도 조만간 구체화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경제성장수석 산하에 신설되는 해양수산..

"팔지도 않은 집에 세금을?" 대전 재초환 둘러싸고 `설왕설래`
"팔지도 않은 집에 세금을?" 대전 재초환 둘러싸고 '설왕설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선 올해 입주한 서구 용문1·2·3구역 '둔산더샵엘리프' 재건축 사업이 적용대상으로 꼽히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 58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전에선 용문1·2·3구역이 유일하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를 두고 용문1·2·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재초환 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

[대입+] 문과 침공 현실화… 인문계·교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
[대입+] 문과 침공 현실화… 인문계·교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

2025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인문계 학과와 교대 정시 합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로 인해,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인문계 학과에 대거 교차 지원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본격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15일 종로학원 분석결과 수도권 주요 17개 대학(서울대·고려대 등 비공개)의 인문계 학과 340곳 중 정시 합격생 가운데 55.6%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으로 나타났다. 수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