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끝으로 울리는 천상의 소리, 하늘에 수채화를 그리듯 경이로워…

작은 손끝으로 울리는 천상의 소리, 하늘에 수채화를 그리듯 경이로워…

오르간 전공한 오교수, 부임 첫해 메카 네덜란드서 4년간 전문교육 주민들 더 친숙하게 느낄수 노력, 장기적으로 세계대회 유치 포부도

  • 승인 2014-07-30 15:09
  • 신문게재 2014-07-31 10면
  •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에듀스토리]국내 최초 카리오너 오민진 대전과기대 교수

오민진(56) 대전과학기술대 음악계열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카리용(carillon) 전문 연주자(carillonneur)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네덜란드 카리용 학교(BCN)와 유트레트 음악학교(Utrecht conservatory)에서 관련 공부를 했다.

대전에서 유일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몇 안 되는 카리용 연주자인 오 교수는 한국 카리용의 '선구자'로 꼽힌다.

오 교수와 카리용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서울예고와 연세대를 나온 오 교수는 결혼과 함께 대전에 내려와 음악 활동을 했다.

2005년 대전과기대 교수로 부임했다. 이 대학 상징탑인 '혜천타워'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카리용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카리용은 지난 2004년 7월5일 '기네스협회(Guinness World Records Limited)'에서 세계 최대 규모 인증서를 교부받고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적인 '명물'이다.

이처럼 귀한 '물건'을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르간을 전공한 오 교수는 카리용 역시 건반악기인 점을 감안, 전문적인 연주 스킬을 배워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라는 옛말처럼 오 교수는 부임 첫해 겨울 세계 카리용의 메카인 네덜란드로 날아갔다.

오 교수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방학 때면 어김없이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유트레트 음악학교에서 카리용 전문연주 교육을 받았고 관련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카리오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오 교수는 이후 네덜란드, 미국 등지에서 초청 연주를 하고 세계 카리용 대회(world carillon congress) 등에 참석하며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금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카리용 연주를 위해 세계 각지를 누비고 있다. 오 교수 명성을 들은 미국 등 세계 유수의 대학이 스카우트 제의를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오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 국민이 카리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진단한다. 때문에 선진국에 비할 때 카리용 연주를 듣는 문화도 성숙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오 교수는 “지난 2007년 대전과기대에서 카리용 연주회를 열었는데 혜천타워 밑에서 참석자들이 모두 양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며 “이는 길을 걷거나 벤치에 걸터앉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카리용 연주를 듣는 선진국 문화와 비교해 봤을 때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오 교수가 현재 우리나라의 카리용 대중화가 필요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험난한 여정의 시작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대전과기대에 있는 카리용은 하루에 3차례 짧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 전부다. 카리용 연주 소리는 반경 3㎞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대학본부와 의견을 모아 지역 주민을 일일이 만나며 카리용 연주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식으로 카리용 대중화의 첫 걸음을 시작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광복절과 같은 국경일에 카리용 애국가 연주를 정례화하거나 신년 타종행사도 혜천타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아이디어를 모아나가는 중이다.

또 우리나라 외에 카리용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필리핀 등과 연계 세계 카리용 대회를 한국에 유치한다는 장기적 포부도 갖고 있다.

오 교수는 지금도 카리용 앞에 서며 마음이 설렌다. 작은 손으로 10t이 넘는 종을 울린다는 생각을 하면 감개가 무량하다는 것이다. 그는 “마치 하늘에다 수채화를 그리는 느낌”이라고 카리용 연주를 하면서 자신이 받는 감흥을 전했다.

오 교수는 음악 교육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제자들에 대한 애착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음악 교육에 대해서는 클래식(순수)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실용음악이 대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데 기초가 다져져 있지 않으면 실용음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대학 음악계열이 완전히 실용음악과로 독립하지 않은 이유도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 기초를 확실하게 교육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문 사이클로 볼 때 이제는 클래식 음악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제자들에 대해서는 “어느 분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음악을 하고자 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전문 연주자, 교육자, 음악산업 경영자 등 여러 가지 진로에 대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 최초의 카리용 전문 연주자인데.

▲네덜란드 카리용 학교(BCN)과 유트레트 음악학교(Utrecht conservatory)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네덜란드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카리용 연주와 미국 아이오와대(Iowa State University) 초청 연주, 세계 카리용 콘그레스(World Carillon Congress) 참석 경력이 있다. 현재는 대전과학기술대 카리오너로 활동중이다.

-일반인들이 카리용에 생소해하는데 이 악기에 대해 설명한다면.

▲카리용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지면이 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지역의 높은 탑에 설치된 종으로 원래 신호용으로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타종하는 종(Swing bell)이었으며, 카리용이란 어원은 프랑스어인 'quartre'에서 나왔고, 영어로는 'Carillon'이라 불린다.

1600년께 오르간(organ)과 같은 구조의 연주대(Console)와 20여개 이상의 종들이 손 건반과 페달건반에 연결돼 연주가 가능한 악기로 탄생했다.

-대전과기대에 있는 카리용은 세계 최대 규모로 우리나라의 명물인데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일은.

▲대전과기대 혜천타워 안에 있는 카리용은 기네스협회에 등재돼 있으며 모든 전문연주자에게 개방돼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카리용 연주자들에게 연주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과 같이 카리용타워가 하나뿐인 나라에서도 세계 카리용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권인 일본, 필리핀과 연계해 아시아 카리용 길드(Asia Carillon guild) 조직, 세계 대회유치 등의 활동을 해나가겠다.

-인근 주민의 민원 때문에 평소 카리용 연주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면.

▲현재는 하루 3번의 짧은 곡들이 연주된다.

앞으로는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곡으로 연주를 시도할 것이며, 국경일, 크리스마스 등 특정한 날에 연관된 곡을 직접 연주할 계획이다. 또 캠퍼스 및 시티투어 등을 통해 카리용을 소개할 계획도 짜고 있다.

-앞으로 교육 활동계획은.

▲세계가 하나인 현재, 대전과기대의 2년 과정인 음악계열만의 교육을 통해 어느 곳에든지 필요한 음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을 펼쳐가겠다. 클래식과 실용음악의 체계적인 이론 수업과 실기 중심의 연주자와 음악사업 경영자 육성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성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전문 연주자 혹은 교육자로 나가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이 조금 적다고 생각될 때에는 음악산업 경영자로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오민진 교수는…
1959년 논산 출생, 서울예고(피아노전공), 연세대 음악대학 교외음악과(오르간 전공), 목원대 대학원 음악학과(오르간 전공), 네덜란드 카리용 학교(BCN), 유트레트 음악학교(카리용 전공), 대전시립교향악단 합창단과 연주, 폴란드 비예나프스키오케스트라 협연, 카리용 콘서트(네덜란드), 미 아이오와대 초청연주, 네덜란드 세계카리용대회 참가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정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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