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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린 공무원시험 준비생과 부딪혀 숨진 전남 곡성군 양대진(38) 주무관의 발인식이 열린 3일 오전 광주 북구 각화동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아내가 영정을 바라보며 눈물 훔치고 있다./연합뉴스 |
곡성의 공무원이었던 양대진씨는 매일 야근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곡성군청의 홍보팀 공무원이었던 그는 영화 ‘곡성’으로 지역이 유명세를 타자 지역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고 한다.
마침 곡성에서 세계장미축제가 열렸고, 양 주무관은 이 축제를 위해 30도의 폭염에도 축제장을 누볐다. 그의 등에는 흐르는 땀으로 하얗게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고 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던 31일에도 양 주무관은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곡성에서 광주로 가는 9시 막차버스를 탔다. 버스정류장에는 만삭의 부인과 귀여운 여섯 살 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가족이 단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 길. 그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귀여운 아이와 놀아주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불행이 그를 덮쳤다. 자신의 신병을 비관하던 20대 청년 유모씨가 20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그를 덮친 것이다. 불과 2m 뒤에는 그의 만삭의 아내와 여섯 살 난 아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양 주무관은 아파트 입구에서 뒤에오던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들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던 순간, 뛰어내린 유씨가 양 주무관을 덮쳤다고 한다. 양 주무관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투신한 대학생 유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이었다. 공무원 준비를 하던 공시생이 자살하며 현직 공무원을 한 이얄궂은 운명에 시민들은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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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전남 곡성군청 홍보팀 양모 주무관의 책상에 조화가 놓여있다. 양 주무관은 지난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공시생에 깔리는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연합뉴스 |
양씨를 숨지게 한 대학생의 아버지와 친형은 최근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만났다. 그들도 한순간에 가족을 잃었지만 마음놓고 슬퍼할 수도 없는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들은 양 주무관의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SNS에는 이 기막힌 사건에 대한 추모의 글들이 쉼없이 올라오고 있다. “10초만 늦게 걸으시지”, “버스가 신호를 한번만 더 받았더라면” 사고를 되돌리고 싶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한 여자가 남편을, 두 아이가 한순간에 아빠를 잃었다. 이 가정의 상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가슴이 먹먹해진다.
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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