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도루묵, 임진왜란의 애환이 서린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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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도루묵, 임진왜란의 애환이 서린 물고기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70. 도루묵

  • 승인 2016-06-15 09:16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출처=두산백과
▲ 출처=두산백과


‘도루묵’은 양도루묵과에 속한 바닷물고기이다. 눈이 비교적 크고 몸의 길이가 15~26cm 내외로 몸에 비늘이 없으며, 몸빛은 등쪽으로 황갈색에 불규칙한 흑갈색 흐름무늬流紋가 있고, 배쪽은 은갈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우리나라 동해, 일본 동북, 캄차카, 알래스카 등에 분포해 있다.

이처럼 배쪽이 은백색이여서 은어銀魚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밖에 이 도루묵은 목어目魚, 목어木魚, 환목어還目魚, 환맥어還麥魚 등의 한자 명칭도 쓰이고 있다. 이처럼 이 물고기에 붙여진 이름이 다양한 것을 보면, 이 도루묵이라는 고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받아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물고기를 ‘도루묵’이라 부르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선조대왕이 임진왜란을 맞아 고생을 하며 시골길을 따라 피난 가던 도중에 어느 마을에 이르자, 그곳 백성들이 올리는 처음 보는 생선을 먹었는데 그 맛이 참으로 별미였다. 그래서 그 이름을 물으니 “이 물고기 이름은 ‘묵’이라고 하옵니다.”라고 대답했다. 임금은 맛에 비하여 이름이 너무 보잘것없다 하여 그 자리에서 ‘은어銀魚’라고 고치도록 하였다.

얼마 뒤 난리가 끝나자 궁중으로 돌아온 임금은 ‘은어’ 생각이 나서 다시 그 ‘은어’를 청하여 먹었으나 예전 피난길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임금은 “이 ‘은어’를 도로 ‘묵’이라고 해라.”하고 일렀다고 한다.

이런 유래로 하여 ‘도로 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그 뒤 발음이 변해 ‘도루묵’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충청도 지방에서는 변형되어 선조대왕이 임진왜란 때 피난길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인조대왕이 이괄李适의 난 때 피난길에서 있었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조선 인조 때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택당 이식의 「환목어還目魚」라는 시에는 이 도루묵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비교적 자세하고도 흥미롭게 읊어져 있다. 그 내용을 대략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백하여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데로 괜찮았지.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드렸지.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맛보시고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유유자적 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 조향범, 「‘도루묵’의 어원」, 『국어국문학』145호 2007,5,30. PP.147-8

이 시를 보면 제1연은 도루묵의 품질, 외양, 맛 등을 소개하고 제2연과 제3연에서 도루묵이라는 말이 생긴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목어가 도루묵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 연유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앞서 소개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다만 막연히 임금님이라고 했는데 그 임금이 선조인지 인조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 않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설화가 생긴 뒤부터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흔히 “이제 그것은 말짱 도루묵이야!”라고 한다. 이처럼 기대했던 일이 크게 실망스러울 때 ‘도루묵’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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