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연쇄살인범' 못 잡는 정부와 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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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연쇄살인범' 못 잡는 정부와 자치단체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16-06-22 14:02
  • 신문게재 2016-06-23 23면
  •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요즘 우리 국민들이 불안감 때문에 외출도 자제하는 연쇄살인범 같은 공포의 대상이 있다.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30분의 1, 지름 2.5㎛ 이하의 먼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PM2.5 초미세먼지다.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기관지를 통해 폐포까지 침투하거나 모세혈관을 타고 체내에 들어가 폐암과 같은 호흡기 질병과 심장질환 등을 일으키고, 아토피를 유발하기도 한다. 2010년 세계질병부담조사(GBD)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2010년 한해 세계적으로 320만명이 조기 사망했다고 밝혔고, 급기야 2013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2015년 전국 132개 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연평균농도는 26.5㎍/㎥으로 우리 정부의 초미세먼지 기준인 25㎍/㎥를 이미 초과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기준이 미국 12㎍/㎥, 일본 15㎍/㎥, WHO 10㎍/㎥ 에 비해 2배 이상 낮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화력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 충남지역에는 초미세먼지측정망이 1곳(2015년 말 현재), 그것도 화력발전소와 거리가 먼 천안에 있어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세먼지의 주범 석탄화력발전소는 계속 건설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건설 중(11기)이거나 추가 건설계획(13기)까지 합하면 2020년에는 총 77기가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이대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한다면 초미세먼지 농도는 하루 평균 최대 24.56㎍/㎥ 정도 더 높아져 이에 따른 조기 사망자가 연간 1,144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지만 정부의 대책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기준 강화, 과학적인 조사와 화력발전소 감축, 자동차 수요 관리 등 제대로 된 대책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경유세와 고등어 구이 논란을 자초하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자치단체들도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선언적이며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들로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충남도는 지난 7일 '석탄화력발전소 주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건의문'을 통해 중앙정부에 석탄 화력발전소 증설계획 철회, 화력발전소 특별대책 지역 지정 및 기준 강화, 지원자원시설세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충남도가 처음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철회와 기준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하여 주목되는 부분이지만, 정부에 대한 요구만 있고 충남도의 자구적인 대책과 노력은 보이지 않아 선언적이라는 평가다. 충남도는 이미 300억 원이 넘는 화력발전세를 통해 자체적인 미세먼지 조사기반 및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그런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세종시는 최근 대규모 인구 유입과 택지개발 등으로 늘어나는 교통량과 대기오염, 주변 난개발로 도시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생태도시 비전도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없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대전시는 13일 발표한 '대전시 미세먼지 줄이기 특별 대책'에서 10년 이내에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파리 수준(18㎍/㎥)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대전시가 미세먼지 대책을 목표와 함께 종합적으로 내놓은 것은 처음으로 의미가 작지 않지만 특별대책에 걸맞은 내용은 아니다. 무엇보다 산업단지의 벙커 C-유 사용문제와 초미세먼지 생성의 57%를 차지하는 도로이동오염원 차량들의 본질적인 대책이 미흡하다. 승용차 수송분담율 감소 목표, 대중교통 및 녹색 교통 이용 증가 목표, 공원 및 녹지 면적 확대 목표 등 부문별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대전시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의 논평 이후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 측정망을 10개까지 확충하겠다며 대책을 보완했다. 이는 대전시가 관련 정책을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미세먼지 대책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대기질 관리에 실패한 행정과 정책을 그대로 두고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미세먼지 대책은 지금의 환경부와 자치단체 환경국의 대책으로는 불가능하다. 환경부와 자치단체 환경국은 경제ㆍ산업부처, 교통부처와 종합적인 미세먼지 대책과 새로운 행정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인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와 자가용 중심 교통정책을 공공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행정뿐 아니라 시민들이 관련 정책에 참여하여 실천, 대책을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침묵의 연쇄살인범을 잡는 특별수사본부를 환경-교통-산업-경제부처가 함께 만들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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