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충청권 4개 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은 갈수록 속도를 더 해가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해 교육이 길러낼 인재상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주제발표자로 참여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로날드 제이콥스 교수는 “교육자들의 고민이 교육 자체만이 아닌 사회적 관계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펠릭스 클라인 김나지움의 미하엘 브뤼게만 교장은 “자아의 발전, 사회와 문화의 발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력을 생산하는 교육”을 제안했다.
SK에너지(주) 조은기 CR전략실장은 “현재 기업들이 역동적인 팀 체제로 전환되어 가고 있어 협업과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이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과 그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공교육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이 길러야 할 능력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학력에 대한 논의가 어제오늘 시작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OECD에서 '미래핵심역량'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길러야 할 새로운 학력으로 권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역량중심의 교육과정을 실천하고자 했으며,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교육과정은 미래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해 '역량중심교육과정'이라 불린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미래사회는 창의성, 감성, 직감이 중시되는 개념의 시대이며, 이미 지금은 정보화 사회를 지나 창의사회로 전환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창의시대는 단순히 정보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정보와 지식을 새로운 것으로 재조합하고 융합하는 우뇌형 사고가 강조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 인재의 조건으로 6가지의 능력을 제시했다.
첫째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자인 능력'이다. 예술적 감수성으로 다른 사람과 달리 해석해 의미를 부여하는 '차별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story)를 다루는 능력'이다. 이는 곧 자신의 삶에서 문맥을 만들고 감정에 호소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셋째, 서로 다른 것들을 융합해 재창조하는 '조화 능력'이다. 다양하고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중시한다. 넷째,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이다. 공감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진정한 소통과 협업을 이룰 수 있다. 다섯째, 삶의 풍요로움을 즐길 줄 아는 '놀이 능력'이다. 잘 놀 줄 아는 능력은 감성 발달과 공감 능력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섯째, 자기 삶의 가치에 대한 '의미를 추구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삶이나 자신이 감당하는 일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교육은 바로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지식 암기와 단순 기능 습득 위주의 교육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학력 패러다임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과정과 수업 방법, 평가 방법을 바꾸어야 하고, 입시 방법을 바꾸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아직도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낡은 학력관을 바꾸어야 한다.
미래는 정답이 없는 시대다. 각자 가는 길이 자신의 답이다. 이미 세상은 인간의 두뇌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초연결 사회이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암기 능력을 중시하는 낡은 학력관으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로 가는 시간을 낭비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학력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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