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마음의 상처 치유해 준 따뜻한 '뒤뜰의 침입자들'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마음의 상처 치유해 준 따뜻한 '뒤뜰의 침입자들'

  • 승인 2017-01-19 11:37
  • 신문게재 2017-01-20 12면
  • 강희정 가수원도서관 사서강희정 가수원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4 刊
▲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4 刊
이 책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작품으로 예쁜 동화와 같은 삽화와 따뜻한 필체로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작품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인해 아동용 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옛 추억이 그리운 어른들에게도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야산을 끼고 지대도 높아 버스 종점이기도 한 한적하고 작은 버찌마을이 이 책의 배경이다. 이곳의 공터이자 버스정류장이며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에 어떤 노인이 한명이 들어온다. 이 노인은 강대수라는 노인으로 실은 마을을 둘러싼 야산 철책 경계 안에 오래된 빈집의 주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야산을 낀 그 거대한 저택을 '거인의 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거인의 집]. 저자는 왜 그 집의 이름을 거인의 집으로 설정했을까?

거인의 집이란 단어는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정원]이란 그림책을 떠올리게 한다. [거인의 정원]이란 책은 욕심 많은 거인이 자신의 정원에 놀러오는 아이들이 못마땅하여 정원에 울타리를 치고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버리는데 이후 거인의 아름다웠던 정원은 봄이 찾아오지 않는 차가운 겨울 정원이 되어 버리게 된다. 거인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이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 봄이 다시 찾아오는 행복한 정원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정원]처럼 이 책에서 거인의 집은 그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어린 시절을 버찌 마을에서 보냈던 강노인은 병이 들자 바쁘고 치열하게 살던 삶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과 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그 어릴 때의 상처를 가진 이곳으로 다시 내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조용한 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려던 노인의 바람은 첫날부터 깨어진다. 그의 잠을 깨우는 어디에서인지 알 수 없는 우렁찬 수탉의 울음소리부터 뛰어다니는 강아지와 여자아이까지, 이곳엔 온통 골칫거리뿐이다. 사실 집의 뒤뜰이자 마을의 야산인 그곳은 우거진 나무와 꽃, 청설모가 있고 올챙이와 도룡뇽 알까지 있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이전부터 닭을 기르고 열매를 따가고 채소를 심으며 함께해 온 공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야산을 침범했던 아이들과 개, 고양이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 등은 강노인에게는 골칫거리가 되고 결국 그는 야산으로 가는 입구를 막아버리고 이웃과의 소통을 단절시킨다.

그러나 아이들의 천진함과 따뜻한 마음을 옆에서 조금씩 보게 된 강노인은 치매 걸린 할머니가 어렸을 적 주인집의 딸이었던 송이란 사실과 예전에 아버지를 죽게 한 사건의 기억에 자신의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뇌종양이라는 암덩어리와 뒤뜰의 골칫거리였던 마을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강노인의 삶은 서서히 남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

처음 만났던 아이들 중 고집 세고 강한 척 하던, 어릴 적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는 상훈이란 아이와 화해하는 장면에서도 강노인의 변화는 느껴진다. 삐딱하니 마음을 닫고 강한 척만 하던 아이를 먼저 안아주고 “내가 안아준 아이는 네가 유일하다.”며 아이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강노인은 더 이상 고집 센 노인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독자들이 마지막에 동화처럼 이뤄지길 바라왔을 지도 모르는, 그가 다시 건강해진다거나 하는 기적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처음 마을에 왔을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여 준다. 비록 뇌종양은 계속 진행될지 모르지만 그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고 퍽퍽했던 삶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따뜻한 이웃이 생겼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궁극적으로 건강해진 것은 어릴 적 이 마을을 떠나기 전부터 말라져있던 마음에 촉촉하게 내린 이웃의 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강희정 가수원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최종 부결
  2. '1대 5만' 국가기본지질도 완성…지질자원연구원 "광물과 지층에 대한 보물지도"
  3. KH한국건강관리협회, 어르신 체육대회서 건강캠페인 펼쳐
  4. 4극3특 지역맞춤 R&D 본격 착수…충청권 "연구와 실증·제조 연계 선순환 목표"
  5. [인터뷰]서영식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1. 대전 국악 진흥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2. [독자제보] 공공기관은 지역에 있는데 체육시설은 ‘문턱’… "시민 개방기준 필요해"
  3. 알테오젠, 유성 둔곡 생산라인 통해 의약품생산 자립 추진
  4. [날씨] 충청권 낮 최고 27도… 주말에도 큰 일교차
  5. 여성기업인들의 마음 나눔으로 이어지다

헤드라인 뉴스


4극3특 지역맞춤 R&D 착수…충청권 "연구와 실증·제조 연계 선순환 목표"

4극3특 지역맞춤 R&D 착수…충청권 "연구와 실증·제조 연계 선순환 목표"

"국가R&D의 대전과 실증 및 스마트도시의 세종 그리고 제조역량과 첨단모빌리티의 충남·충북까지 충청권은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절되어 있는 구조를 보완해 이를 연계해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일 개최한 '4극3특 지역 자율 R&D 사업 출범식'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의 중부권역사업단장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경수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KAIST에서 개최된 지역 자율 R&D(연구개발) 사업 출범식은 지역이 주도적으로 R&D를 기획하고 권역의 혁신주체들이..

대덕구 당정, 지역현안 해결 `한뜻`…국·시비 확보 총력
대덕구 당정, 지역현안 해결 '한뜻'…국·시비 확보 총력

대전 대덕구는 더불어민주당 대덕구지역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요 현안과 지역발전과제를 논의하며 내년도 국·시비 확보를 위한 당정 공조에 뜻을 모았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협의회에는 김찬술 대덕구청장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덕구지역위원장, 김기흥·박은희 대전시의원, 이삼남·정창희·서미경·정미선 대덕구의원, 대덕구지역위원회 부문별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구는 내년도 국·시비 확보가 필요한 주요 현안사업 10건을 보고하고, 사업비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주요 사..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이재명 정부가 내년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국세에서 일정액을 먼저 떼어낸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자주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충청권 등 전국 시도는 재정 자율성 훼손을 걱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10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정부는 반도체 추가 세수 등에 따른 재원으로 내년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과 국가 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