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아들아, 조국을 떠나라” -루이스대학 첼리 총장-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아들아, 조국을 떠나라” -루이스대학 첼리 총장-

  • 승인 2017-03-07 10:59
  • 신문게재 2017-03-08 23면
  • 강병수 충남대 교수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전공이 도시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학문 분야라 수 십년 전부터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방문하였다. “견문(見聞)이 넓으면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생긴다.”는 말처럼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보다 몇 년 정도 앞섰는지, 뒤쳐졌는지, 어느 나라가 선·후진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해서, 견문을 넓히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그런 지식을 활용하여 간접적인 경험이지만 학생들에게 선견지명이 생길 수 있는 강의를 진행하는데 활용하였다.

방문한 대부분의 나라가 선진국을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었으나, 그 반대의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십여 년 전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였다. 브라질 현지 대학교수와 함께 브라질의 작은 도시를 방문하고 브라질의 제 1도시 상파울루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브라질 국적기가 직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름 모를 곳에 착륙하여 몇 명의 승객을 태웠다. 하도 궁금하여 거기가 어딘 지, 왜 그 곳에 착륙했는지를 물어 봤으나 승무원을 포함하여 아무도 대답해 주는 이가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한마디 “This is Brazil.”이었고 더 이상은 허공이나 벽에 대고 소리치는 격이었다. 한 때 세계 6대 경제 대국의 부침(浮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경험이 있은 후 후진하는 나라나 도시를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너무나 유명하지만 아직도 가보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와 로마이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관광객을 위협하는 소매치기와 강도, 그리고 온갖 불법적인 행태가 난무하면서 나라가 거들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14일 로마의 명문대학 루이스대학교의 유명한 첼리 총장은 기고문에서 “아들아, 조국을 떠나라.”라고 절망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뼈아픈 경고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냈다. “...일이 잘못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능력보다 연줄이 앞서는 나라, 법치주의가 통하지 않는 나라, 국적항공기가 예고도 없이 비행 편을 취소하고 승객을 며칠씩 기다리게 하고도 직원들이 미안해하지도 않는 나라... 이곳은 네가 꿈을 펼치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다. 조국을 떠나라. 너는 다르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했다.

로마하면 고대 스파르타나 아테네와 같이 조그마한 도시국가 시대를 끝내고 대제국을 만든 곳, 육로 운송이라는 교통장벽을 뛰어 넘고 해상교통을 이용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곳, 로마제국의 중심지로 대표되는 역사적인 유적지이자 한 때 선진 도시이던 곳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로마인의 영광과 역사적 유적을 한 번 쯤은 보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니던가? 소매치기도 겁나지만 로마를 방문한다면 선견지명보다는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반면교사(反面교사)를 배우기 위하여 눈을 부릅떠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 옛날 영광과 오늘의 그늘이 로마의 명암(明暗)으로 다가온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가적으로 엄청나게 큰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사건으로 인하여 대통령은 탄핵에 직면해 있고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로 국가가 혼란한 상황에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동네 가게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 464명을 포함해 2,339명이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의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AI(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오리가 3,000만 마리가 넘게 살 처분 되고, 전대미문의 달걀 수입을 하면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사회가 되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책임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몰염치한 현상은 꽤 최근의 일이다.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에 의해서 미래가 결정된다는 수저론이 만연되어 흙수저, 금수저하는 비관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과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는 지도층의 무책임성과 사회 저변에 깔린 비관론으로 매우 심각한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과도한 청년실업으로 조국을 떠나고 싶은 젊은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첼리 총장의 기고문에서 나타난 책임지지 않는 나라, 연줄이 앞서는 나라가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법치주의가 통하지 않는 나라거나 비행기 연착에 미안해하지 않는 나라에 살지는 않는다.

국민들은 책임지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하고, 책임지는 정부를 보고 싶어 한다. 국민들은 책임지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여 그 결과까지도 책임지는 정부를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이 되고 싶어 한다. 책임의식 없이 준비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국가의 미래는 분명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첼리 총장 기고문의 “아들아, 조국을 떠나라”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연서면 월하리 폐차장서 불…"주민 외출 자제"
  2. 아산시, 전통시장 주차환경 "확 바뀐다"
  3. 한국 수묵 산수화 거장 조평휘 화백 별세… 충청 자연을 '운산산수'로 남기다
  4. 충남 선거구 획정, 행안부 재의요구 현실화… 도의회 6일 원포인트 임시회 다시 연다
  5. [상고사 산책](16)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 오성취루와 『환단고기』 석재의 천기누설
  1. '정진석 공천 반대' 김태흠, 지선 예비후보 등록 연기
  2. 세종시 조치원 'A아파트' 입주민, 6일 일상 복귀한다
  3. 더불어민주당 장기수 천안시장 후보, "원팀으로 일하는 캠프 꾸릴 것"
  4. 이장우 "더욱 위대한 대전으로"… 재선 대전시장 출사표
  5. 충남도, 금강수목원 매각 재추진…"땅만 팔고 분쟁 위험은 세종에" 공분

헤드라인 뉴스


[기획] 6·3지선 어젠다-대덕세무서 신설 힘모아야

[기획] 6·3지선 어젠다-대덕세무서 신설 힘모아야

(가칭) 대덕세무서 신설을 둘러싼 요구가 경제계와 산업계, 민간단체 등 지역 각계로 확산되며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정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지역의 현안을 짚어보고, 출마 후보들이 지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6·3 지방선거 어젠다, 대덕세무서 신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② 경제계, 민간단체도 한 목소리 ③ 현실화 위해선 정치권 역량 결집 필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덕세무서 신설 목소리가 지역 전반으로 확산..

전남 보성 `녹차 마라톤` 흥행… 세종시에 투영한 모습은
전남 보성 '녹차 마라톤' 흥행… 세종시에 투영한 모습은

'달려야 산다'는 신조어로 연결되는 러닝 열풍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기제로 주목받고 있다. 파크 골프와 함께 전국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지역마다 흥행 가능한 마라톤 및 러닝 대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한 대회만 올해 117개로 파악되고, 전체적으로 300~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시에선 4월의 조치원 복사꽃 마라톤대회(21회)와 10월 한글축제의 한글런(3회)이 가장 큰 규모 대회로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어울림 마라톤 대회와 천변 러닝 대회 등 지역민 참가 중심의 대회도 열리고 있..

[지역민 염원, 대덕세무서 신설] 대전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불편은 지역민·기업 몫?
[지역민 염원, 대덕세무서 신설] 대전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불편은 지역민·기업 몫?

(가칭) 대덕세무서 신설을 둘러싼 요구가 경제계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 지역 각계로 확산되며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정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지역의 현안을 짚어보고, 출마 후보들이 지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6·3 지방선거 아젠다, 대덕세무서 신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세정 수요·공급 불균형 ② 경제계, 시민단체도 한 목소리 ③ 현실화 위해선 정치권 역량 결집 필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덕세무서 신설 목소리가 지역 전반으로 확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 올해 첫 모내기로 본격 영농 시작 올해 첫 모내기로 본격 영농 시작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