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4. 죽지 않는 식물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4. 죽지 않는 식물

  • 승인 2017-09-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마순원이 막스 쉬뢰더 연구소에 온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당초 한 달 정도 연수 계획이어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순원은 좀 더 머물며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고 있었다.

식물과 식물유전공학에 대해 보다 많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장 막스 쉬뢰더의 만류도 큰 동기로 작용했다.

튜라플리네스에 대한 쉬뢰더의 집착과 애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순원에게 튜라플리네스의 합성에 대해 설명할 때면 평소 온화하고 침착하던 태도는 흥분과 열정으로 바뀌면서 목소리도 빨라지고 높아졌다. 곤혹과 희망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서 순원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했다.

튜라플리네스에 대한 그의 집착은 곧잘 예찬론으로 이어졌다.

"세상은 식물과 동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건 무식한 가름이고, 세상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튜라플리네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튜라플리네스는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하지만, 햇빛이 없으면 주변의 식물이나 토양 심지어는 동물에게서 스스로 양분을 획득한다.

그러기 위해 튜라플리네스는 간단한 동물적인 영양흡수유전자 DNA를 구비하고 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공존할 때 튜라플리네스는 그 중에 많은 것을 택하거나 또는 동시에 둘을 취해 스스로의 생존을 보장한다.

튜라플리네스는 향기와 모습, 꽃의 색깔을 환경에 맞추어 변형시킬 수 있다. 말 그대로 영원한 꽃일 것이다. 튜라플리네스는 카멜레온과 같이 자기보호색깔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튜라플리네스는 동물과 같이 움직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아름다운 꽃으로 존재하게 된다. 다른 생명을 해치는 동물의 탐욕이 없다. 그러나 동물로서 스스로 아름답게 빛나며 영원히 꽃을 피울 따름인 것이다.

얼마나 선한 모습인가!"

순원은 식물유전자합성 분야를 물리학도로서 갖고 있는 과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이해해보려고 애를 썼다.

쉬뢰더의 상상은 그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순원의 속내는 쉬뢰더에게 간파되고 말았다.

순원의 표정을 살피던 그는 순원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네, 영원한 꽃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지?"

쉬뢰더는 순원의 손을 꼭 잡더니 그의 서재로 끌고 갔다.

지금까지 순원에게 개방을 하지 않았던 쉬뢰더의 비밀의 세계였다.

후루마쓰의 연구실과 같은 느낌.

그리고 여러 대의 각종 컴퓨터와 기계적 장치들. 다만 후르마쓰의 연구실이 어두운 분위기인데 반해 쉬뢰더의 서재는 보통 방보다도 훨씬 밝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서재의 구석에는 조그만 금고가 있었다.

쉬뢰더는 금고의 문을 열고 그 자리에서 혹 누가 가져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작은 나무상자 하나를 꺼냈다.

얼른 보기에도 귀한 고급목재로 정성들여 만든 상자임을 알 수 있었다.

"순원, 이것은 값이 없는 보물이네."

상자를 열고 순원에게 보여준 내용물은 실망스럽게도 지푸라기로 엮은 호박만한 둥근 뭉치였다.

"예리코의 장미, 이것이 예리코의 장미일세.

영원히 사는 꽃이지, 영원히 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순원을 향해 쉬뢰더의 설명이 뒤따랐다.

"초라해 보이는 이 갈색 꽃다발은, 전설에 따르면 이집트로 도피해 가던 성모 마리아님의 은혜로 이렇게 영원히 사는 꽃이 되었다고 하네.

일 년 내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물이나 어떤 영양섭취도 못하고 있던 이 꽃은 물에 담아 적셔 주기만 하면 기분 좋게 물을 빨아들이면서 이파리와 나뭇가지를 펴며 자라기 시작하지.

물을 충분히 흡수하면 수면 위에서 이제는 신선하고 부드러운 색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꽃 또한 제 크기를 찾을 때까지 연꽃처럼 서서히 몸을 활짝 열어 가거든."

이 꽃은 아프리카의 건조한 열대지방이 원산지이다. 생명력이 강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특히 더위와 건조에 대한 저항력이 비할 수 없이 강하고 뛰어나다.

주위에 물 한 방울 없을 정도로 가물면 죽은 뿌리는 땅에서 떨어져 나오고 마치 실뭉치처럼 둥글게 말린 꽃다발은 바람을 타고 수 백 km 떨어진 먼 곳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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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코의 장미>
그 길 위에서 물이나 오아시스를 만나면 촉촉한 공기를 먹고 다시 몸을 펴고 뿌리는 적당한 땅을 찾아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새롭게 부활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물이 없어지면 제 몸을 말기 시작한다. 다시 몸을 만 꽃은 세상의 빛으로 나올 순간만을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바로 다음날이나 몇 십 년 후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다시 태어나 새 삶을 이어간다.

몇 백 년 동안 세대를 이어가는 예리코의 장미는 그래서 가보로 대접받는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꽃이 있는 곳에 행복과 은혜, 평안이 깃든다고 믿어왔다.

성모 마리아의 은혜를 입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세 때 이 꽃은 약재로도 쓰였다. 특히 향기는 감기환자나 혈액순환장애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며 꽃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면 수면장애도 방지할 수 있다. 화병에 꽃을 꽂아두면 공기를 맑게 하는데 특히 담배연기 같은 것을 없애는데 좋다.

예리코의 장미와 같은 석송(石松)식물의 역사는 8000만년 정도 되었고, 한그루의 식물은 몇 천 년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예리코의 장미는 영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나는 매년 부활절이 되는 4월이 되면 이 꽃을 꺼내 다시 꽃을 피운다네.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성모 마리아님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것이지.

그리고 다시 나는 이 상자에 넣어 곱게 보관하네.

순원, 영원히 사는 꽃 처음 보지요? 환상이 아닐세.

튜라플리네스는 바로 이 예리코의 장미같이 더욱 아름답고 더욱 많이 피는 꽃으로 부활하는 것이야."

쉬뢰더의 열정에 감동을 받은 순원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박사님은 어떤 방법으로 튜라플리네스를 합성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기본원리는 이미 다 개발이 됐네. 문제는 이론이 아니라 응용이지. 아주 간단히 말하면 TI 플라스미스(유전자운반 미생물)을 대상으로 동물성단백질 합성능력 유전자 등을 접합시킨 다음 이 재조합 플라스미스를 백합세포의 유전자에 다시 침투시켜 만드는 것이네.

그러나 문제는 재조합 플라스트(원형질) 속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않은 외래유전자가 백합의 염색체를 감염시키는 걸세. 이 외래유전자를 절단하고 우리가 원하는 순수한 튜라플리네스를 얻고자 하는 과정의 반복이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가 해온 일이라네."

이 과정에서 쉬뢰더는 백합과 식충식물인 네펜데스의 게놈을 파악했다.

튜라플리네스가 완성이 되면 두 꽃의 유전자 지도 게놈을 국제학회에 발표할 것이라고 쉬뢰더는 설명했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게놈의 발견은 그것의 응용이 이루어져야 참다운 완성을 보는 것이다. 동물적 성질을 포함하고 있는 꽃의 합성도 쉬뢰더 개인 생각으로는 거의 90%의 완성을 보고 있었다.

"순원군, 동물적 성질을 식물에 합성한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은 생소하고 엉뚱한 일이라고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

천만에, 반딧불이에는 루시페아제라는 유전자가 있네. TI(티타늄) 플라시드를 운반체로 루시페아제를 담뱃잎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네.

담뱃잎에 반딧불이의 루시페아제를 유전자에 적용했더니, 루시페아제와 화학반응이 이루어져 담뱃잎이 밤에는 반딧불의 색깔로 은은하고 푸른 형광색을 띄는 것이네.

상상해보게나, 저 넓은 터키의 담배밭이 밤이면 반딧불처럼 푸르고 신비한 빛으로 은은히 빛나는 광경을…….

바로 그러한 신비스런 색을 튜라플리네스는 갖추게 될 것일세. 부분적으로는 성공한 셈이지."

튜라플리네스 탄생의 마지막 비밀의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거듭 아쉬워하는 쉬뢰더를 바라보는 순간 순원은 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이런 방법도 써 보셨습니까? 제가 KAIST에서 어떤 교수님에게서 특강을 듣고 생각난 것인데요."

그러면서 순원은 과학고 졸업을 앞두고 들은 한 강의 내용을 쉬뢰더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KAIST의 그 교수는 유전자 합성의 윤리적인 측면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세간의 비난을 일단 접어두고 과학적 견지에서만 생각해 보자고 전제를 한 뒤 생물의 유전자 합성에 소위 동양적인 기(氣)를 응용하여 실험을 하고 있는 한국의 어느 연구 내용을 설명했었다.

무슨 소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까워하는 쉬뢰더를 보고 무언가 도와주고 싶은 심정에서 순원은 기억나는 대로 그 교수의 실험과 이론을 설명한 것이다. 쉬뢰더는 경청했다.

그도 한국이 동식물 복제나 줄기세포 등 유전자 합성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어느새 반짝이고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순원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술을 떼었다.

그의 눈빛만큼이나 맑지만 서늘한 어조였다.

"누구의 기술인지는 나는 묻지 않겠네, 순원군. 그러나 튜라플리네스는 반드시 나의 라이덴 연구소에서 개발되어야 해."

(계속)

우보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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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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