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성돌 이용했다가 마을남자들 '단명'… 산성의 천벌인가?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성돌 이용했다가 마을남자들 '단명'… 산성의 천벌인가?

제15회 산직리산성(山直里山城-양촌면 산직리)

  • 승인 2017-09-22 01: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3-1고개(나리실재깃대봉산성)
깃대봉산성 나리실재


충남 논산시 양촌면 산직리는 계룡산에서 갈라져 내린 천호산 줄기의 거의 끝부분 국사봉(國師峰) 동록의 끝자락에 위치했다. 현재 산성의 동벽 곡간평야에는 벌곡천과 곰내 상류 등의 하천변으로 난 호남고속도로, 대전-양촌 방면 지방도가 나란히 지난다. 이 도로 동쪽 건너편에는 곰티재가 있는 수락산(대둔산) 줄기가 이 산맥과 평행을 이룬다. 국사봉 남쪽 맨 끝 모촌리 앞 양촌 들에는 곰내(熊川)와 68번(금산-강경) 지방도가 통과한다. 서쪽 국사봉 너머는 현재 1번 국도가 전주 방면으로 내려가는 황산(연산)벌이다.

산성은 대전에서 양촌 방면으로 가다가 산직리 장골에서 우측으로 1km쯤 들어간 마을로 접근할 수 있다. 성의 동벽은 경사가 심하며 서쪽은 완만한 경사의 평탄지를 안은 서벽이 둘러싸고 있다. 서벽에서 동남과 북쪽으로 능선까지 연결하여 남북벽을 형성한다. 따라서 이 성은 자연스레 복어처럼 배가 불러진 타원형을 이룬다. 동고서저의 지형에 둘레는 약 400여 미터 가량 테뫼식으로 축성된 성벽은 많이 파손됐으나 아직도 붕괴석들이 상당의 잔존상태로 성의 윤곽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하다. 주변의 다듬지 않은 크고 작고, 모나고 길고 짧은 화강암 막돌로 비교적 허튼층쌓기를 한 축성 방법의 면모를 찾을 수 있다. 붕괴 석재들로 추정해 볼 때 높이 3~4미터, 너비 2~3미터 정도는 돼 보인다. 동남과 서벽 민가 부근 성벽은 성돌이 군데군데 간헐적으로 잔류해서 거의 삭토한 토성벽과 흡사하다.

3-2산직리성에서본곰티재
산직리산성에서 본 곰티재


문지는 성의 안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곳의 양 끝이 동서문지로 유력해 보인다. 토성같은 서벽(장골 입구)에 주 출입구로 추정되는 서문은 지금도 그곳을 오르내리는 지그재그식 길의 흔적이 남았다. 서벽 바로 아래 지붕과 시멘트벽으로 보호되어 현재도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는 우물은 계백장군도 먹었다는 전설 속 우물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온 마을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고 아무개 아무개는 실제로 아들을 낳았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그 부분에 수구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에는 원형을 이루는 축대가 있는데 아마 장대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성내에서는 지금도 백제계성들에서 발견되는 흑색 및 적색 벽돌과 경질토기편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조선시대 분청사기편도 발견됐다하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도 활용됐던 것으로 여겨진다.

성에서는 동쪽 곡간 들 맞은편 4 km 지경 산줄기의 곰티재가 보인다. 그 곰티재 서편에 일제시대까지 주막거리가 있었다고 산직리 이장 임성빈 씨가 증언한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는 주막거리 밑까지 양촌-은진-강경으로 곰내가 흘러 배로 수송돼 온 어염 등을 곰티재를 넘는 육로로 금산, 진산 방면으로 유통시켰다고 한다. 육로는 진산-검천-오작실-곰티-뒷목(성 동벽 인근) 나리실재(천호산맥의 가장 낮은 지점)-연산(황산)들, 수로는 곰티-모촌리-신흥리-양촌-은진으로 통한다. 특히 이 길들은 금산 방면의 조곡들을 경창으로 수송하기 위해 그 중간 거점인 시진창(市津倉:은진-논산)으로 보내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이 두 길들은 그런 경제적 용도의 관로(官路)로써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금산-진산 방면으로부터 사비 진격을 위해 거쳐가던 신라군들의 사비 진격로로 가장 주목을 받는 루트들이다.
3-3우물(산직리산성)
산직리산성 우물


이웃에 승적골(勝敵골)이 있어 글자 그대로 적을 이긴 골짜기였다. 주민들은 여기서 계백 장군이 신라군을 맞아 5전4승했다고 하는데 삼국사기 속의 4전4승의 기록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인근에 가정골, 수락, 벌곡 등의 지명과 함께 이 일대가 치열한 격전장이었음을 의미한다. 산직리 뒤 국사봉 서쪽 죽안마을은 고대에 말을 기르던 곳으로 현재 국방대학이 들어서는 곳이다.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 보면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성벽이 훨씬 양호했었다고 한다. 농촌 환경 개선사업이 벌어지면서 곰내도 하천 정비에 들어갔는데 그 책임자 전모란 사람이 약간씩의 돈을 주어 주민들로 하여금 성돌을 운반해 오게 하여 하천 제방 축조에 이용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그 후 결국 다른 일로 횡사했고, 마을은 그 뒤로 남자들이 단명해진다고 어느 고승이 예언했듯이 남자들이 일찍 죽는다고 한다. 돈에 눈먼 한 사람의 몰지각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 유산이 사라진데 대해 분개와 섭섭함을 토로했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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