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최강한파 다리 밑 노숙시민을 지켜라’

  • 사회/교육
  • 미담

‘올 최강한파 다리 밑 노숙시민을 지켜라’

대전 노숙인지원센터 응급구호활동 동행
얼어붙은 하천 노숙시민 음식·의료제공
세상 가장 작은집 겨울나는 이들 안전확보

  • 승인 2018-01-12 13:59
  • 수정 2018-01-12 15:24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누숙시민2
대전의 한 다리 아래서 노숙인지원센터가 응급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저씨, 따뜻한 두유와 김밥 드시고 주무세요. 침낭 필요하세요?”

집에 가려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오후 11시 30분 대전역 지하차도 이곳저곳에 담요더미가 소복히 쌓여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 또는 통로 한켠에 이불더미는 “못 본 척 지나가셔도 됩니다”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듯 발걸음에 방해되지 않는 자리에 있었다.



대전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김광현 팀장은 그런 이불더미를 하나씩 들춘다. 온기라곤 없을 것 같던 더미는 사실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집이다. 가지런히 놓인 신발이 있고 작은 가방이나 보따리가 옆에 있으며 그 안에서 누군가 휴식을 갖는다.

김 팀장이 들춘 작은 집에 인기척이 있다. 김 팀장은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노숙시민과 눈을 마주치고 얼굴 안색을 살피고 덮은 이불은 얼마나 따뜻한지 손을 넣어보고 이내 말을 건넨다.



“저녁은 드셨어요? 간단한 요깃거리 가져왔으니 잠시 앉아서 드시고 주무세요”

온장고에서 방금 꺼낸 두유와 김밥을 건네고 그 옆에 작은집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먼저 소화제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해왔다.

김 팀장은 등가방을 풀어 구급상자서 소화제를 꺼낸다.

“지난번에도 소화제 달라고 하시더니 배가 자주 불편하신가 봐요. 그러지 말고 우리 센터로 오세요. 어디가 아픈지 도와드릴 테니까요”김 팀장이 신신당부했다.

역전지하상가에서 대략 7명의 노숙시민의 안전을 확인한 뒤 대전천 일원 다다리 밑으로장소를 옮겼다.

노숙시민 사진1
대전노숙인지원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인을 찾아가고 있다.
‘한파경보, 노약자 외출자제’라던 긴급재난문자처럼 이날 기자의 휴대폰은 통화 중 전원이 꺼질 정도로 맹추위였고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넘나들었다. 대전천의 강물이 얼어붙었음에도 그 옆 다리 아래서는 2개의 이불더미가 있었고 그중 1 곳에 노숙시민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조금 더 두툼한 이불을 여러 겹 덮고 벙거지를 썼다뿐이지 기자 눈에는 한파를 맨몸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김 팀장은 이번에도 노숙시민을 살짝 흔들어 깨워 안색을 살펴 혹시 술에 취한 건 아닌지 먼저 가늠했다. 추운 겨울에 일시적 술기운에 잠들었다가 동상을 입거나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에서 술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이곳에서 계속 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두유와 김밥 그리고 추위를 잠시 녹일 수 있는 핫팩을 건넸다. 언제든 실내서 잠을 잘 수 있는 긴급잠자리가 대전역 가까운 곳에 있지만, 이마저도 거부하는 때도 있다. 그래서 이날처럼 응급구호활동이 전개된다. 또 다른 다리 밑에서도 시설입소 대신 노숙을 선택한 이에게 안부를 묻고 간단한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대전시 노숙인지원센터는 24시간 운영되는 곳으로 노숙시민들의 위험요소를 예방하고 재활을 돕고 있다. 2004년 대전역 앞에서 개소해 상담사·사회복지사 등 직원 10여 명이 상주하는데 하루 평균 50~100여 명의 노숙시민이 이곳을 찾고 있다. 요즘처럼 겨울철에는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많게는 하루 3회 응급구호 현장활동을 벌인다. 아웃리치라고 불리는 응급구호활동은 노숙시민이 모이는 곳이나 민원이 접수된 곳을 찾아 상담과 의료지원, 시설안내 등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노숙인지원센터의 부대시설로 일시보호센터를 운영 중인데 노숙시민은 언제든 실내에서 잘 수 있는 응급잠자리와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재활상담을 진행한다. 남녀 분리된 공간으로 마련됐는데 아웃리치에서 만난 노숙시민들에게 응급잠자리 이용을 권유하며 재활의 길을 소개한다. 재활을 통해 탈 노숙하는 경우에는 주거지원까지 진행하는데 신규 노숙시민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대전권에서는 지하상가, 역대합실, 다리 밑, 공원 등에 노숙시민 150여 명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노숙시민3
이날 대전역과 서대전역의 대합실에서 응급구호활동을 벌였고, 또 다른 공원에서도 노숙시민에게 음식과 방풍용품을 지급했다. 자원봉사자 2명도 동행했는데 지난 2년간 매일같이 응급구호활동에 동참하면서 노숙시민들과 지원센터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3.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4.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5.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1.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2.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3. 대전 환경단체, 열병합발전 발전용량 증설 승인 전기위 규탄
  4. '제5회 SDGs 소셜벤처 챔피언십'서 목원대 학생 2팀 수상
  5. 우송대 'EFMD 아시아 컨퍼런스' 국내 첫 개최…18개국 세계 경영석학 모여

헤드라인 뉴스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대전지역에 1000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24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대전시는 19일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제·부과금 체납액이 각 1000만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시 누리집 및 위택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1월 1일 기준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이며 지난 10월까지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세목, 납부기한 및 체납요지 등이며..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