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백제의 패전을 재촉한 '서해 방어 실패'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백제의 패전을 재촉한 '서해 방어 실패'

제50회 남진하는 적, 서해 지키기의 실패와 교훈

  • 승인 2018-06-22 09:3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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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포성-석문입구/사진=조영연
백제 이전에 충남 당진 지역은 마한의 일부로서 근초고왕 무렵 백제에 흡수됐으리라 여겨진다. 혜군으로서의 백제 웅진·사비 시기에는, 서부 지역을 임존성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성에 속했다.

660년 백제 패전을 재촉한 가장 직접적 요인 중 하나는 나당간 야합 정보와 수군 전략부재로 인한 서해 방어의 실패다. 백제는 당시 내륙에서 신라와의 국경을 중시하고 사실상 바다 방어는 거의 소홀히 한 결과 당의 수군을 활용한 서해 침공에 대비한 시나리오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국방상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지역의 방어에 관한 기록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선단을 이끈 당군의 위험한 고구려 연안 통과 위험성은 물론 임당수나 난행량 부근의 험해 활용 가능성은 사실상 상식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당 수군은 그를 역으로 이용했다. 단기간에, 그것도 130000의 병력과 이천 척의 배였다. 반면에 한반도 연안의 특성을 잘 아는 신라 수군 양도와 김인문을 앞세운 당군의 전략은 주효했던 것이다. 백제 입장에서 보면 이 때의 기벌포에서의 패전은 어쩌면 당과의 외교 실패와 정보 부재에서 온 필연적 결과였던 것처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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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포성-대호지만/사진=조영연
당태종은 법민과 신라의 수군 장수 양도(良圖)를 불러 자세한 정보를 얻고 덕적도에 수군을 주둔시켰다. 백제와의 전투시 당군에 대한 보급은 신라가 맡기로 했다. 6월 21일 소정방은 신라 전선 백 척과 양도를 앞세워 출발하고 법민은 남천정으로 돌아가 김유신, 흠춘 등과 합세 사비로 진군한다. 어쩌면 고구려를 겨냥한 듯한 전술로 신라 견제에 혈안이 된 백제를 기만한 것으로 보게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덕적(물)도를 출발한 당군은 이후 거칠고 험난한 난지도, 안행량(안흥) 앞 바다를 거침없이 통과하여 보름만에 기벌포에 무사히 이른다. 이 과정의 기록이나 전설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뤄 아마 백제의 큰 저항 시설이나 문제될 만한 일은 없었던 듯하다. 서해에 대한 방심이었는지 아니면 첩보부재였는지 모르지만 이 사실은 앞으로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덕적도는 영흥도와 더불어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시에도 첩보작전(X-RAY작전)의 중요 기지로 사용한 곳이다(군사편찬위원 남정욱).

당진 앞바다 이 험난한 난행량을 무사히 통과한 적은 일사천리로 기벌포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은 한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타가 됐다. 이 교훈은 앞으로의 역사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극도로 위축됐던 백제 후기는 서해와 남양만, 아산만 등이 고구려와 신라 등과 대치해 온 국경지대였던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아산이나 당진 앞바닷길과 관방시설들은 국경 방어 상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리라 여겨진다. 광개토왕, 장수왕 무렵 남진하던 고구려가, 남양만까지 점령했던 신라, 당과의 갈등을 겪던 때 필사적 해상 방어기지로서의 중요성은 재삼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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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영연
백제 최후 임존성 전투에서 패한 지수신, 豊왕 등이 고구려로 망명했다는 삼국사기 기록 등 역사적으로 볼 때 삽교천-아산만 혹은 당진포나 석문-서해 뱃길 관련 교통로가 그런 활동들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크다. 고려 건국 직전 왕건과 견훤 사이의 전투도 이 일대에서 크게 전개됐던 사실도 전한다. 당시 그 중심에 들었던 박술희, 복지겸도 해상을 무대로 한 당진 면천 출신 가문의 장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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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포성과 망재산 전경-초락도에서/사진=조영연
웅진과 사비 방어상 장항의 금강(기벌포)과 더불어 해변의 크고 작은 포구들을 포함한 이 지역 서해와 아산만, 삽교천 수로는 국방상의 중요성 외에도 각종 산물 유통, 불교전래 같은 중국과의 문화교류나 국내는 물론 중국이나 왜 등과의 국제교역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 오늘날까지 내포지역에 그런 유적들이 특히 많다. 교통로의 요지 곳곳에는 산성들이 구축되었다. 그러나 이들 해안 방어 요새들은 대부분 아주 낮은 지대의 토성이어서 농지화와 마을 조성 등으로 파괴되고 일제시대 이후 부단한 간척, 최근의 각종 산업시설 건설 등에 성돌이 이용되는 등으로 이제는 해안성들은 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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