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홍수 나면 으레 나타나던 땅강아지

  • 전국

장마철 홍수 나면 으레 나타나던 땅강아지

  • 승인 2018-08-28 16:22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2013010702011557650001
연합뉴스
한 달 여간 지루하고 징그러운 가뭄을 보상이라도 하듯 며칠 새 물폭탄이 쏟아졌다. 28일 새벽 충청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는 등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대전 유성구와 대덕구 주요 도로가 침수되면서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이 출근하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대전에는 밤사이 시간당 최고 65.3㎜의 폭우가 내렸다. 서천, 보령, 청양, 부여에도 밤 사이 많은 비가 내려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땅강아지라는 동물이 있다. 지금은 좀체 보기 힘들다. 이는 토양 오염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땅강아지. 이름부터가 꽤 귀엽다. 생김새도 강아지처럼 앙증맞고 예쁘게 생겼다. 이 땅강아지란 놈은 장마철에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70년때까지만 해도 여름만 되면 흔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살던 마을도 장마철만 되면 마을 앞 들판은 어김없이 홍수가 나서 물에 잠기곤 했다. 간밤 비가 폭포같이 쏟아지면 어른들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다. 아예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우산을 쓰고 마을 정자나무 아래서 들판을 보며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곤 했다. 들판 한 가운데 흐르는 냇물이 넘쳐 둑이 터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 해 농사는 망친다. 냇물과 맞닿는 금강도 누런 흙탕물로 넘쳐나면 몇몇 마을은 그야말로 물의 나라가 된다.

철 없는 아이들은 신나 어쩔 줄 모른다. 홍수가 나면 학교에서 등교하지 말라고 연락이 온다. 근심어린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물바다가 된 들판이 신기하고 재밌어 이리뛰고 저리뛴다. 온 들판이 물에 잠기면 야생동물들도 난리가 난다. 수많은 뱀들이 피난행렬을 이루듯 헤엄치며 물가로 기어오른다. 머리만 내밀고 'S'자로 헤엄치는 걸 구경하는 게 어찌나 심장 떨리게 재밌는 지 점심 때가 돼도 밥먹으러 갈 생각을 않았다.

땅강아지도 여태까지 어디에 숨었다 나타났을까. 수만 수천마리의 땅강아지가 바글바글했다. 아이들은 땅강아지들을 붙잡아 놀곤 했다. 누런 색의 앙증맞은 고 놈은 보기와는 다르게 힘이 세다. 손가락으로 꼭 쥐고 있으면 앞 발로 힘껏 손가락을 벌린다.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면 꼭꼭 무는데 간지럽다.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기어가는 모습은 빨빨거리는 강아지와 닮았다. 그래서 땅속에 사는 강아지라 해서 땅강아지라고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이 귀여운 놈들을 요즘은 볼 수가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맛있는 여행] 116-연꽃이 아름다운 관곡지(官谷池)의 건강한 밥상
  2.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3. 청사·예산 논란 커지는데… 중수청 준비단 '소통 부재' 도마 위
  4.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평행선… 지도부 결단 리더십 필요
  5. 통합 국군사관학교 창설되는 대전 국방반도체 육성도 탄력
  1.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2. 세종 '조치원 복숭아' 축제… 2026년 관전 포인트는
  3. [르포] 반납 대신 방치... 대전 곳곳 타슈 이용질서 무너졌다
  4.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5. 충남대병원 주차타워 공사 첫날 환자불편 덜어…대체공간·셔틀버스 활용

헤드라인 뉴스


"인빅터스 통해 보훈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겠다"

"인빅터스 통해 보훈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겠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보훈도시 대전'을 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장은 21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인 '2029년 인빅터스(Invictus) 게임' 대전 유치에 대해 "인빅터스 게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는 대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빅터스 게임은 영국의 해리 왕자가 스포츠를 통한 상이군인의 신체적·심리적·사회적 회복과 재활을 위해 2014년 창설..

서남부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 터미널 공간은 `기부채납`
서남부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 터미널 공간은 '기부채납'

대전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가 폐업을 신청한 가운데, 터미널 폐업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용지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 1층에 터미널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만약 폐업이 승인될 경우, 시행사는 1층 터미널 공간을 기부 채납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할 전망이다. 21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남부터미널이 있는 중구 산성동 759-33번지 일원에 주상복합아파트가 건립된다. 1만 6272㎡의 면적에 지하 5층~지상 48층 아파트 4개 동, 829세대 규모의..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속보>=중부권 최대 규모이자 세종 유일의 자연휴양림인 '금강수목원'이 2027년 1월 다시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이한다.<본보 3월 3일자 1면·4일자 4면·12일자 3면·31일자 6면 ·6월 10일자 4면 보도> 폐원에 이어 민간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서, 존폐 갈림길에 내몰린 이후 1년여 만의 희소식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자산화 등 숙제가 남아 있지만, 해법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1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는 앞으로 하반기 중 행정 절차와 시설 정비 등 준비 작업을 거쳐 금강수목원을 재개장할 계획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