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진화(evolution)' 이전, 다윈이 진정 말하고자 했던 '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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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진화(evolution)' 이전, 다윈이 진정 말하고자 했던 '종의 기원'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장대익 옮김│최재천 감수│다윈 포럼 기획│사이언스북스

  • 승인 2019-08-01 17:33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종의기원
 사이언스북스 제공




종의 기원. 영국의 생물학자이며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로버트 다윈이 진화론과 자연선택설에 대해 최초로 서술한, 전세대가 알만한 책이다. 그러나 또한 전 세대를 통틀어 그 책을 저자가 의도한 내용 그대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장엄한 사상의 조용한 탄생을 살펴보자는 움직임 속 나온 『종의 기원』 초판은 그래서 반갑다. 다윈 포럼이 기획한 '드디어 다윈'이라는 시리즈의 시작이다.

번역을 맡은 장대익 교수는 너무나 익숙한 '진화(evolution)'라는 단어부터 재검토했다. 사실 '진화'라는 용어는 『종의 기원』 초판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다윈주의를 사회 현상에 적용해 인종주의와 우생학의 요람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사회 다윈주의 창시자 허버트 스펜서의 영향을 받은 게 명백해 보이는 '진보'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배어 있는 '진화'라는 단어를 다윈이 처음 쓴 것은 1871년 출간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부터다. 그리고 『종의 기원』에 사용된 것은 1872년 출간된 6판부터다. 그 전까지 다윈은 자신의 '진화' 개념이 '진보' 개념과 혼용되는 것을 극도로 회피했고, 실제로 초판에서는 진화라는 단어 대신 "변화를 동반한 계승(descent with modification)"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나중에 '진화'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에도 이 단어가 '진보'가 아니라 '전개(unfolding)'로 읽히기 원했다.

이 외에도 '생존 경쟁'으로 번역되던 struggle for existence를 '생존 투쟁'으로, 번역자마다 온갖 다른 방식으로 번역되던 descent with modification를 '변화를 동반한 계승'으로 다듬어 내는 등 진화학계의 정합적인 용어 사용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 뿐만 아니라 다윈의 원문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말 독자들이 다윈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문장들을 다듬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진화학자가 제대로 번역한 『종의 기원』의 우리말 정본(定本)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를 기획한 다윈 포럼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 교수를 대표로 해서, 생태학자 강호정, 진화 윤리학자 김성한, 진화학자 장대익,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출판인 주일우, 진화 경제학자 최정규가 회원으로 있다. 『종의 기원』에 이어 올해 가을 김성한 전주교대 교수 번역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겨울에는 하버드 부부 교수인 피터 크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커 등 세계적인 진화학자들을 최재천 교수가 직접 인터뷰하고 정리한 『다윈의 사도들』 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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