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0. 노후염려(老後念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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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0. 노후염려(老後念慮)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1-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국두
국두(菊豆)는 1990년에 만난 중국 영화다. 염색 공장주인 양금산은 나이 50이 넘어 젊은 처녀 국두를 돈으로 사온다. 국두는 가난했기에 돈에 팔려온 것이다. 양금산은 돈으로 그녀를 샀다는 우쭐함에 만날 폭행을 일삼는다. 매일 아침 국두의 모습을 훔쳐보던 금산의 조카 천청은 상처투성이인 그녀에게 분노와 애정을 느낀다.

금산이 집에 없는 어느 날, 천청과 국두는 불륜의 관계를 맺고 다음해 여름 천백이 태어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양금산은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지만, 천청은 아버지로서 자기 아이를 대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금산이 중풍으로 쓰러지게 된다. 상습 폭행에 넌더리를 치던 국두는 그에게 천백은 천청의 아들이라고 소리친다. 분노한 양금산은 복수를 결심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염색통 부근에서 놀던 천백에게 양금산이 살의를 품고 다가간다. 염색통에 빠트리려고 하는 찰라, 천백은 금산에게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에 금산은 크게 기뻐하지만 결국 천백과 놀다가 염색통에 빠져 죽게 된다. 금산이 죽은 지 꽤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천백은 천청을 따르기는커녕 국두와의 관계를 알고 오히려 증오한다.

마을사람들의 의심도 짙어지고 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인식한다. 둘은 지하 창고에서 사랑을 나눈 후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러나 천백이 국두를 구해낸다. 다시 내려가 천청을 업고 올라왔으나 염색통에 빠뜨린다. 천청도 금산처럼 똑같이 염색통에 빠져 죽는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본 국두는 염색공장에 불을 지르고 불은 활활 타오른다. 천청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숙모와의 사랑이라는 불륜 탓에 자신의 아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가혹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1955~1963년생)가 올부터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은퇴자들이 작년에 80만 명, 올해 9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더욱이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져 인구감소가 시작되는 재앙적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처럼 경제적 은퇴자들까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은퇴자 상당수의 노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빈곤노년과 노후는 불행이다. 또한 이는 마치 영화 '국두'처럼 용납할 수 없는, 베이비부머들의 커다란 분노이다. 따지고 보면 베이비부머들처럼 가련한 집단이 또 없다. 자신은 찢어지는 가난을 경험했다. 많이 배울 수 없었기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경험했다. 자식에게는 가난함을 물려줄 수 없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녀의 교육과 생활전반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까지 가르친 외에도 결혼자금, 심지어 주택 마련비까지 준 부모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신과 배우자의 노후준비는 허투루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생존한 경우라면 효도와 간병비까지 들어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과거에 우리 사회가 가난해도 노인이 행복하고 가정 및 사회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효(孝) 정신의 토대가 있어서였다.

돈이 없는 부모를 건사하는 자식은 진정 효자다. 그러나 지금은 과연 어떠한가? 부모의 재산과 유산을 둘러싸고 벌이는 골육상쟁(骨肉相爭)은 진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이는 영화 <국두>에서 본 천백과 그의 숙모와의 불륜처럼 남의 입방아에까지 오를 수 있는 부끄러운 작태이다.

<국두>의 주인공 공리는 미모와 연기력으로도 유명한 영화배우다. 출생이 1965년이라니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어느덧 56세다. 베이비붐 세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여인이다. 그렇지만 그녀도 곧 명실상부의 노년을 맞는다. 물론 그녀는 벌어둔 재산이 많을 것이기에 노후 염려는 안 해도 될 것이다.

문제는 나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자 1명당 월 30만 원씩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고 한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 신설된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작년 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런 덕분에 작년 말 정년퇴직이란 '죽음의 터널'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65세라는 '마(魔)의 고지'가 그리 먼 것도 아니다. 능력 있는 베이비부머를 썩히는 사회는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낭비다.

가난도 서럽거늘 자식들마저 늙은 데 병까지 든 자신을 무시하고 학대까지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건 필시 염색통에 빠져 죽고픈 천청의 심정과 같으리라. 물론 그는 아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지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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