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1044)]'하로동선(夏爐冬扇)'을 다시 생각한다

  • 오피니언
  • 염홍철의 아침단상

[염홍철의 아침단상 (1044)]'하로동선(夏爐冬扇)'을 다시 생각한다

  • 승인 2020-12-18 09:55
  • 신문게재 2020-12-18 19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염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하로동선'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에서 낙선한 후 친지들과 합자하여 차린 고깃집의 상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중국의 사상가 왕충(王充)의 저서 <논형(論衡)>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여름에 화로를 받치고 겨울에 부채를 드는 것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여름 화로, 겨울 부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왕충의 글에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여름의 화로는 습기를 말릴 수 있고, 겨울의 부채는 불을 붙이는데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아주 유용한 조합이 될 것입니다.

같은 물건일지라도 어디에는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데에는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재를 쓸 때 조직에 부합하거나 부여한 업무에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을 쓰는 것을 말하지만, 같은 사람일지라도 일에 따라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일에 맞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의미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왕충은 인간의 삶이 우발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마주침(遇)'도 있을 수 있으나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마주침'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라도 환호를 지를 필요도 없고, 후자라고 해서 비통한 심정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왕충은 이것을 비관주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현실주의적 해석을 내어놓았지요.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사태가 진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결과가 예견된다 할지라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로동선'을 소환하여 상호로 쓴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유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관광+맛집+숙박' 3박자 갖춘 세종시 전의면에 오면
  2. [르포] 세계 2위 환적 경쟁력… '亞 항로 터미널' 부산항을 가다
  3. "충청의 거목 고이 잠드소서" 이해찬 前총리 별세 지역與 '애통'
  4. 대전시립중고교 김병한 교장 '사회공헌 대상' 수상
  5. ‘민주당 킹메이커’ 이해찬 전 총리 베트남서 별세…향년 73세
  1. 한성일 중도일보 이사.도전한국인본부 도전한국인상 언론공헌 대상 수상
  2. 국회세종의사당 밑그림 담을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본격화
  3.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4. ‘광역통합·5극 3특’ 재편, 李 “쉽지 않다… 국민 공감·지지 중요”
  5.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미완의 '세종시=행정수도' 숙제를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행정수도와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2004년 참여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운명의 끈은 거기서 끊어지지 않았다. 1988년부터 서울 관악 을에서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한 뒤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당원들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상임 고문인 이 전 총리를 소환했다. 결국 그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 진행된 제19대 총선에서 47.88%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고, 2015년 3월 임..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경기 한파로 전국의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전은 오히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직원을 고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보다 1인 가게와 무인점포 등 혼자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취업자 중 대전 자영업자 수는 15만 5000명으로, 2024년(14만 1000명)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4만 2000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역 자영업자 수는..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권한 이양을 요구하며, 미흡할 경우 주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6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항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투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으로 비치면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