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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그런데 이 말은 중국의 사상가 왕충(王充)의 저서 <논형(論衡)>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여름에 화로를 받치고 겨울에 부채를 드는 것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여름 화로, 겨울 부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왕충의 글에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여름의 화로는 습기를 말릴 수 있고, 겨울의 부채는 불을 붙이는데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아주 유용한 조합이 될 것입니다.
같은 물건일지라도 어디에는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데에는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재를 쓸 때 조직에 부합하거나 부여한 업무에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을 쓰는 것을 말하지만, 같은 사람일지라도 일에 따라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일에 맞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의미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왕충은 인간의 삶이 우발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마주침(遇)'도 있을 수 있으나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마주침'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라도 환호를 지를 필요도 없고, 후자라고 해서 비통한 심정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왕충은 이것을 비관주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현실주의적 해석을 내어놓았지요.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사태가 진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결과가 예견된다 할지라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로동선'을 소환하여 상호로 쓴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유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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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