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전시의회 조대희·김규태 속기사 "현대판 사관, 의정 지원 제대로 해보겠다"

[인터뷰] 대전시의회 조대희·김규태 속기사 "현대판 사관, 의정 지원 제대로 해보겠다"

속기사 업무 시간 대부분은 회의가 끝난 뒤 이뤄져
4개 상임위별 2명씩 배정… 매년 순환하며 업무 배분
검수 과정 거치지만… 오청 교정·조례명 작성 어려워

  • 승인 2021-03-24 08:42
  • 수정 2021-03-24 15:21
  • 신문게재 2021-03-25 10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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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본희의장 입구에서 조대희(왼쪽)·김규태(오른쪽) 속기사.
행정기관의 감시와 견제를 수행하기 위한 지방의회에서 작지만, 큰일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대전시의회 속기사 중 2명의 유일한 남자 속기사인 조대희(7급), 김규태(8급) 속기사다. '사관'(史官)을 꿈꾸면서 더 강한 의회 역할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속주하는 89년생 동갑내기 젊은 속기사다. 행정직 준비 중 우연히 ‘속기직렬’을 알게 됐다는 청년과 기술 배워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는 또 다른 청년의 다르지만, 또 같은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속기사에 대해 익숙하지만, 또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전시의회에서 속기사는 무슨 일을 하나?

▲조대희=지방자치법 공공관리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지방의회에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대전시의회 속기사들은 의원들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정리해 인터넷에 올려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속기사들은 회의를 진행할 때도 일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30분 회의가 이뤄졌다 하면 초안을 가지고 들으면서 교정하고 부록작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3시간 이상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

-속기하는 부분에서 의회 상임위원회별로 선호하는 곳도 있나?

▲김규태=회의마다 특징이 있다. 대전시의회는 4개의 위원회에서 소관하는 실·국이 있고 맡은 역할들도 다르다. 아무래도 이슈화가 되거나 일이 많은 것은 있을 수 있다. 이슈화되거나 회의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속기사들도 할 일들이 많아진다.

▲김규태=교육위원회나 산업건설위원회가 상대적으로 회의시간이나 이슈되는 내용이 다르다. 이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회의가 길어지면 속기사들은 할 일이 많아진다. 또 매년 돌아가면서 담당 상임위를 교체하고 원구성이 달라지거나 의원성향에 따라, 그리고 소관하는 실·국이 조정되는 때도 있어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속기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김규태=회의록을 만들 때 자료를 대조하면서 기록을 정확하게 남겨야 하는 부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또 가장 개인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단어나 용어 부분에서 정확하게 듣고 기재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예산이나 숫자를 다루고 기재할 때는 2차·3차·4차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조례안의 경우 띄어쓰기도 하나하나 대조해야 하는데, 정식명칭과 맞춰 동일하게 써야 한다. 공공기관의 입장이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인데 속기사들도 기록물 관리에 더 책임감을 느끼고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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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사 3벌식 자판을 시연하고 있는 조대희 속기사.
-속기 실수 에피소드는 없나?

▲조대희=에피소드라면 개인적으로 ‘오청’이라고 잘못 듣는 경우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회의록 작성 중 오청이 발생하면 파악하기가 어렵다. 실제 회의에서 한 의원이 '옥외 구'라고 말해 그대로 작성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5개 구'라고 했던 일화가 있다. 절차상 회의록 발간 전까지 팀 내 크로스 체킹 등을 통해 검수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탈자 경우는 100%에 가깝게 잡아낼 수 있지만, 오청이 발생하고 심지어 문맥상 이상하지 않다면 교정하기가 어렵다.

-속기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속기직 공무원 준비생들에게 조언해달라.

▲조대희=속기직은 소수 직렬이기 때문에 기본 정원이 적다. 올해 대전시의회에선 1명 임용했고, 구의회도 1명을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 속기 분야에서 대전에서 1등 하면 임용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행정학과 졸업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우연하게 속기직렬을 알게 되고 2년 정도 준비해서 공무원이 됐다. 속기사라는 직업이 흔하지 않고 생소하므로 호기심도 생기고 직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현대판 사관'으로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자신도 해보고 있었고, 도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직군이다.

▲김규태=학창시절 고소득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고 해 배워서 돈 벌고 다른 취직준비를 할 생각에 처음 속기를 시작하게 됐다. 자격증을 땄고, 문자통역사라고 청각장애인 분들이 대학원 수업을 받고 싶거나 할 때 수업 내용을 속기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EBS에선 교육 강의자료 문자 서비스와 속기사무소에서 녹취록 정리하는 일을 했었다.

실제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속기직렬에 대해서 알고 추가로 준비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속기사 자격증 취득자도 많고 당장 300만 원 고가의 키보드를 구입하고 투자하기엔 위험부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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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희 속기사와 김규태 속기사.
-속기사가 미래 사라질 직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대희=AI속기사 얘기는 본인이 입사하려던 시기인 7∼8년 전에 나왔던 말이다. AI 속기가 지금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속기사의 업무는 현장에서 그대로 받아 적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업무도 많기 때문에 아직은 기술적 지원이 충분하지는 않아 AI 속기사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김규태=회의록은 활자로만 기록돼 있지만, 구어체 내용을 담다 보니 맥락적으로 다르게 보이고 또 읽힐 수 있다. 화자가 말을 도치하는 경우나 반복하는 경우에도 A가 아닌 B로 이해될 수 있다. 속기사는 의도나 뜻과 관계없이 사실을 적시하는 게 원칙이지만 목적이나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최소화해 수정하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 그것을 수문이라고 하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전달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속기사의 회의록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이러한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합쳐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으로 지방의회 인사교류를 포함해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수 직렬인 속기직 인사는 어떤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나?

▲김규태=현재 대전시의회는 8명의 속기사로 구성돼있다. 6급부터 9급까지 있는데, 5급 속기팀장 자리는 행정직과 속기직이 모두 갈 수 있는 복수직렬 자리다. 시의회가 구의회와 교류해야 한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자체적으로 자리를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5개 구의회 속기사들과 의견교류의 장을 만들어 함께 논의하는 자리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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